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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 Jul 29. 2023

도심 한복판에 누드비치가 있다

뮌헨의 정원에서 느낀 자유와 해방


독일 철학가들은 산책을 하며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했다고 한다. 

실제로 경험한 독일의 자연은 정말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독일에서 정원을 산책하며 마음의 여유와 해방을 느꼈다. 이 자연 속에 파묻혀 살면 모든 고뇌가 없어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책을 하는 동안에 평소 갖고 있던 스트레스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평화로웠다.



1박 2일의 짧은 뮌헨 일정 중 뮌헨에 살고 있는 독일인 친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녀에게 뮌헨에서 어디에 가면 좋을지 물었더니 주저 없이 잉글리시가든(영국정원)을 추천했다. 나 또한 정원 애호가이기 때문에 뮌헨에 도착한 그날 오후 바로 잉글리시가든으로 향했다.


석양이 지기 전 오후의 빛이 아름다웠다. 공원 안에는 다양한 야생화와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고 있고 서핑을 할 수 있는 물이 흐르는 곳도 있었다. 1년 여만에 만난 우리는 그동안 쌓인 이야기를 나누며 가든을 거닐었다. 개인적으로 독일인 친구들과 정서가 잘 맞는 것을 느낀다. 분단이라는 역사가 있어서 그런 것일까. 조금의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듯하다. 다양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환경 이슈 및 연애 이야기까지 다방면에 걸친 주제를 자유롭게 대화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독일의 친환경적인 문화는 동경의 대상이다. 

독일인 중에는 비건(Vegan)도 많지만, 비건이 아니더라도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그들의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다. 실제로 페스티벌을 개최하려면 수용하는 인원 수 만큼의 다회용기를 준비해야 하는 등 환경에 관련된 규제가 까다롭다고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유지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 다져온 그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자신이 중요한 만큼 자연 또한 중요한 존재이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규율을 열심히 지키는 그들이다.



잉글리시가든의 공원 가운데 쪽으로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한가로이 자연을 즐기고 있었다. 

문득 친구는 이 공원의 물가 주위는 공인된 누드비치로 탈의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놀라지 말라고 했다. 유럽에 누드비치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퍼블릭 공원 안에 있다니... 설마 진짜 있을까? 의심했지만 몇 초 되지 않아 탈의한 상태로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과 그것이 부자연스러운 나였다. 다행히 친구가 미리 언급해 주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지만 속으로는 당황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다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불행히도 몰카나 성범죄 등이 먼저 떠올랐다. 이곳의 사람들처럼 의식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문화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 스스로 생각하며 한편은 자유로운 독일인들이 부럽기도 했다.



독일인들은 공원에서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관광객 모드인 나만이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예쁜 그곳을 담아가기 위해 열심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리 열심히 찍은 사진들은 여행 막바지에 휴대폰이 먹통이 되면서 다 날라가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찍지 말고 풍경이나 오롯이 감상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곳의 현지인들은 공원에서 오롯이 쉼에 열심이었고 독서를 하거나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의 자유를 누리면서 타인의 자유도 존중하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독일인들이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나 다른 국가들에서는 관광 중에 현지인들과 대화도 많이 했는데 독일에서는 내가 필요해서 먼저 대화를 하지 않는 이상 그들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차갑다고 느낄 수 있지만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그들만의 문화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나누면 그들이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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