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의 마지막 일탈
2021년도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여 지금은 벌써 4학년이 됐다. 휴학 한 번 쓰지 않고 학교에 다니다 보니 이제는 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싶어졌다. 현실은 졸업을 코앞에 둔 4학년이었으나, 졸업은 늦춰지더라도 최소 반 년의 기간 동안 대학생의 신분으로 외국에 살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동안 공부가 1순위였던 내가 시도하는 첫 합법적인 일탈, 그것이 교환학생이었다.
신청을 할지말지 고민하던 내 마음을 굳게 만들어준 것은 주변 친구들이었다. 친구들 중 단 한명이라도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을 후회하는 사람이 없었고, 정말 좋은 추억과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만큼 돈을 쓰고 공부를 하지 않고 여행을 다닌다면 그것은 분명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딘가 합법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가 가진 한국에서의 이미지가 약간의 족쇄가 되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떠나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국가였다. 주변 친구들은 보통 유럽이나 미국으로 다녀온 듯했다. 유럽을 선택한 친구들은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미국을 선택한 친구들은 현지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골랐다 했다. 사실 내가 가장 원했던 국가는 영국이었으나, 영어 성적이 약간 모자란 바람에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렇다고 유럽의 다른 국가를 고르기에는 언어, 학교 순위 등 마음에 차지 않는 곳들이 많았다. 나는 영어 실력을 늘리고자 했기에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국가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선택하게 된 곳은 미국이었다.
미국 중에서도 학교가 정말 많았다. Notion을 이용하여 가고 싶은 학교의 순위를 추렸고, 치열한 고민 끝에 1지망, 2지망, 3지망 학교를 골랐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날씨, 상권, 치안, 그리고 물가 등이었다. 날씨는 너무 덥지 않았으면 했고, 주변이 너무 깡촌인 곳은 배제했다. 치안은 안전할 수록 좋았고, 물가는 가급적 저렴했으면 했다(물론 저렴한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포기했다). 또한 나는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할 의향도 있기 때문에 심리학으로 순위가 높은 학교이기를 원했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고른 세 학교가 바로 UC(University of California), Rutgers(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이었다. 열심히 지원서를 썼고, 기다림의 시간을 지난 후에, 정말 운 좋게도 1지망인 UC에 합격하게 되었다. UC에 합격하고 나면 수많은 UC Campus들 중에서 지망 순위를 정하여 지원서를 제출하게 된다. 나는 1지망을 UCLA, 2지망으로 UC Berkeley를, 3지망으로 UC Irvine을, 4지망으로 UC San Diego를 썼다. 그리고 지금은 UC Irvine을 최종적으로 배정받아 출국을 준비하고 있다.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온 내가, 서구권 국가에 발 한번 디뎌본 적 없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과 기대가 섞여 오묘한 감정이 든다. 그곳도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이기는 하겠지. 다만 졸업을 미루고 선택한 그곳에서, 내가 얻어올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들을 얻고 올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