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노블 미술관

by 어제그녀

2026. 1. 18. 그르노블 미술관

현대적인 건물에서 풍기는 느낌과 같이 입구에 있던 특별 전시관에는 그래픽 노블, 만화 전시가 한창이었다.

만화 수집가 미셜-에두아르 르클레르의 소장품 중 400점을 모았다고 한다. 20~21C 작품들, 유럽 미국 일본 등 , 어린이~ 성인까지 총망라된 작품들.

웃음을 주는, 범죄, 판타지, 공상과학, 로맨스, 에로티카.... 등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었고 다양한 형식과 콜라주 등을 사용했다. 익숙한 작품들로 제일 반가웠던 것은 스누피(피너츠)와 아톰. 작년에 IB 수업 준비하며 읽고 소장하게 된 페리셰폴리스와 더 마우스.

이렇게 모아두고 보니 더 이상 만화가 정말 심심풀이로만 여길 가벼운 장르가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장 피에르 지브라의 것. 만화 한 컷 한 컷을 이렇게 정성 들여 묘사하다니. 주로 여성의 일상을 작업에 많이 담은 작가란다.

제2차 세계 대전 전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해서 당시의 건축물, 의복, 생활상을 정교하게 담았다. 위의 캐릭터가 그의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데 차를 마시거나, 침대에서 책을 읽거나, 거리로 활보하거나, 팔에 완장을 차고 레지스탕스로 활동하거나. 약간의 노출과 글래머러스 한 아름다움, 그리고 응시하는 눈빛에서 그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재미를 위한 만화라가 보다는 시대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도 보이는 작품이다.


아비뇽을 향해 가는 길에서 만난 그르노블 미술관.

관람료가 무료라는 점이 매우 만족을 불러온 점도 있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 미술관'으로 꼽힐 만큼 200년이 넘는 역사 가운데서도 '현대미'를 갖추었다.

고전 회화부터 20C 미술까지. 너무 힘들이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마티스, 고갱, 모네, 워홀 등 익숙한 이름들을 볼 수

있었고 프랑스의 여러 작가들도 만날 수 있었다. 몇몇 작품에는 어린이 얼굴 마크가 있었는데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글이었다. 네댓 살 아이들에 둘러싸여 앉아서 작품 설명과 함께 동화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샹베리 미술관에서 '미술관은 성스러운 곳이 아니라 삶'이라 느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있겠구나 싶었다.

이렇게 예술은 생활로 접하고, 미술관 카페에 앉아서 먹고 떠들 수 있는 자유로움? 아니 자연스러움이 평생 예술을 친구 삼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

바로 위 작품은 '파울 클레'의 동화 같은 풍경(아이가 있는 풍경)이다. 핑크색 베이스에 나무와 집들이 선으로 표현되어 있고 왼쪽 구석엔 누군가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소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린이를 위한 해설에 의하면 "산책을 가고 싶어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 화가는 캔버스 표면을 붓으로 톡톡 두드려 흐릿하면서도 마법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그 위에 수많은 작은 파란색 붓질들이 마치 빗방물을 표현하고 있다. 음악을 사랑했던 폴은 나무들은 악보의 음표처럼 하나하나 쌓아 올렸다 "


이 작품은 빅터 에드먼드 르하리벨 뒤로세라는 작가의 '희극'이라는 작품인데, 인간의 본성적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을 보며 드가의 '발레 하는 소녀'와 어제 샹베리미술관에서 본 스토머라는 작가의 여인상이 떠올랐다. 발레 하는 소녀를 두고 창녀라는 꼬리표를 붙여 손가락질하거나, 돈을 들고 어두운 배경에서 눈을 내리깔고 응시하는 늙은 여인에 대해 탐욕스럽다는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이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왜 굳이 여성이어야 하는가?', '그 시대의 약자에 속했을 여인들에게,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을 그들의 삶에 그런 프레임을 씌워야만 했을까?', '모든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이중성 혹은 탐욕의 문제를 여성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편중된 사고 때문일까?' 여러가지 생각에 머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