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5.
피렌체. 이곳은 우리 가족에게 추억의 장소다. 8년 전, 한 달간의 캠핑여행과 동선이 겹치는 유일한 장소. 미켈란젤로 캠핑장의 불금으로 잠을 못 이뤘던 강렬했던 기억도 있지만, 광장에서 바라본 피렌체의 풍경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지난 사진을 재연해 보는 재미에도 푹 빠져보고, 아이들이 어려서 잘 보지 못했던 미술관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두오모 성당도 우피치 미술관도 공사 중이어서 완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으나, 커다란 붉은 돔으로 상징되는 두오모 성당의 섬세한 웅장함이나 메디치 가문의 예술 사랑과 재력을 느끼고, 미술의 역사 속에 빠지기에는 너무나 충분했다.
우피치 미술관의 대표작품 보이헨리의 베니스의 탄생은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볼 수 있다. 비너스에게 불어주는 천사의 입김은 꽃과 함께 봄을 가져다주는 것만 같고 비너스를 향해 천을 두르는 여인은 그녀의 고결함을 감싸고 보존하려는 몸짓처럼 느껴진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30초 동안 오직 사진만 찍을 수 있는 방이 있었는데, '메디치의 비너스' 조각상이 자주색 벨벳으로 둘러싸인 방에 완벽한 하얀빛을 내며 서있었다. '메디치의 비너스'는 오른손으로는 가슴을 왼손으로는 아래를 가린 채 누군가 벗은 자신의 모습을 볼까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가리려 애쓰는 비너스의 부끄러움을 보기 위해, 단지 30초 간의 촬영을 위해 이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가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18~19C 귀족들도 이 조각상을 보기 위한 필수 여행코스가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우피치 미술관에는 많은 나체의 조강상들이 있다. 특히 남성의 조각상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그들의 나신은 너무도 리얼하게 , 심지어 쩍벌 한 것처럼 눈에 띄게 묘사되어 있는 것에 반해, 여성의 조각상은 전혀 그 반대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하나같이 가리고, 부끄러워하는 모습.
언제부터 우리는 여성에게 '부끄러움'을 강요하기 시작했을까? 창세기 3장에 의하면 선악과를 따먹은 후 '두 사람의 눈이 밝아져서, 자기들이 벗은 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으로 치마를 엮어서, 몸을 가렸다.'고 한다. 이브뿐만 아니라 아담도 벗은 자기가 부끄러워 가리고 숨었다고 되어 있는데, 왜 여성을 나타낸 조각상들만 부끄러워하는 걸까? 심지어 현대의 여성에게 이 부끄러움은 미덕이며 매력인 양 묘사되곤 한다. 여성은 무엇 때문에 부끄러움을 강요당하며, 무엇에 의해 부끄러움을 대대로 학습하고 있는 걸까?
이번 학기 DP수업에서 다뤄보고 싶은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