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씨, 우리는 안녕합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재판 방청기-7

by MEI

뭐라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축하주도 꽤 마셨으니, 별로 논리 정연한 글은 안 될 것 같네요.


저는 오늘 법원에 늦게 도착해서 선고공판의 방청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동안 꽤 열심히 재판 방청을 다녔는데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니!

하지만 법정 밖도 역시나 뜨거운 연대의 현장이었습니다. 그러니까 312호 법정으로 통하는 계단 근처, 종합민원실 앞에 모여 있었어요. 법원 관계자 분들은 행여나 안희정 씨, 당신이 무죄를 선고받거나 징역을 면해서 걸어서 나올까 봐, 시민들을 한쪽으로 몰고 폴리스라인 같은 걸 만들어두고 있었죠.

법정에 들어간 다른 연대자 분이 카톡 메시지를 보내주어서 큰 소리로 읽어 다른 연대자분들과 공유했습니다.


“강제추행 인정됐어요.”

“피해자의 진술 전부 신빙성 일관성 인정되었고요.”

“변호인들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왔어요.”

“소름”

“원심 파기”


80분 간, 우리는 계속 환호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첫 문장부터 희망적이다’라고 하면서도 ‘끝까지 들어봐야지’, 하고 서로의 설레는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가끔 멀리 서 있던 안희정 씨, 당신의 지지자들이 참견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시다시피 거기 모인 분들 다 되게 무서운 페미 언니들이거든요? 세상모르고 나대다가 혼이 났죠.


아,

3년 6개월.

1심 무죄 이후, 다시 태어나겠다며 슬슬 충남 홍성 출마설을 흘리고 있던 안희정 씨, 드디어 당신에게 허락된 유일한 미래인 남부구치소로 떠났습니다.


떠나는 호송차도 먼발치에서 배웅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우리는 무척 안녕해졌습니다.


1심 판결문을 읽고 또 읽어도 도무지 피해자의 진술이 왜 부정당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법정에서 진술한 적 없는 안희정 씨의 속내까지 미루어 짐작해주는 서울 서부지법 부장판사 조병구 씨의 독심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침묵당한 이후에 겨우 말하기를 시작한 여성의 입을 막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고 또 이 곳에서 내가 여자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절망스러웠습니다.


3년 6개월 형이 선고되고 먼 길 가는 당신을 배웅하고 나서야 드디어 우리는 안녕해졌습니다.

남부구치소에서 첫 밤을 보낼 안희정 씨.

당신은 부디 안녕하지 않길 바랍니다.

어떻게 3년 6개월만에 당신의 죄를 다 갚을 수 있을까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고 자신의 죄를 직시하지도 않았으며 세상을 기만한 죄. 그 대가가 3년 6개월 내에 끝나진 않을 겁니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자신의 죄뿐이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무너진 성처럼 폐허 같은 자신에게 갇혀서 평생 살길 바랍니다.

영영 안녕하지 마세요.


그리고 법정에서 아침드라마를 찍었던,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당신의 아내로 살기를 택했던 그녀 역시도 그 폐허에 함께 갇히겠지요.

당신의 권력이 여전히 간절했던 정치인들, 부역자들 역시 함께 무너지는 성벽 아래에 묻히길 바랍니다.


영영 안녕하지 마세요, 안희정 씨 그리고 그 연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