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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SEO Dec 10. 2019

2019 관극 연말 정산 - 02

월별 관극 기록 7월~11월

7월 - 5개 작품,  6회 관극

190706_낮공 뮤지컬 [ 오브  다크] : 대구의 뮤지컬 페스티벌 DIMF에서 공연되었다. (, 제가  대구를 갔고요..) 서울에서  차례 리딩 공연을 했고  공연은 처음이라고.  지금껏  올렸을까, 싶을 만큼 따뜻하고  만든 극이었다. 어렸을  동생의 잘못으로 시력을 상실한 성악가의 성장 서사. 단순한 무대지만 배경 영상이 동화책처럼 아기자기해서 편안했다. 시작을 여는 ‘희망의 노래 마지막에 리프라이즈 되어 다시 흐르는데  의미가 달라져서 더욱 마음을 흔들었다.  다시 보고 싶은 . 송영미 배우의 목소리는 언제나 청량해서 삼림욕 하는 기분이 든다.

190710_밤공, 190713_낮공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 또또 막공 주에 몰아서 봤다. 처음 봤을 때는 심드렁했지만 한 번 더 보고 완전 반하게 된 극. 모든 여성 배우가 안나를 해주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190713_밤공 뮤지컬 [록키호러쇼] : 또 알앤디 극이군. B급 감성이 넘치는 이 극은 마니아가 정말 많다. 관객들에게 신문지를 나눠주고 극 중간에 농약 분사기 같은 걸 들고 객석을 다니며 물을 뿌리기도 한다. 여름밤에 약간 미치기 좋은 극. 코르셋 입고 하이힐 신고 무대를 누비는 조형균 배우는 굉장히 신나 보였음. (직업만족도 150%)

190723_밤공 뮤지컬 [맘마미아] : 영화로 봤던 것보다 엄마 도나와 친구들이 강성 페미니스트라 놀랐고 그래서 즐거웠던 극. 엄마 그룹들이 워낙 경력 짱짱한 배우님들이라선지 젊은 친구들이 나오면 약간 텐션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리고 엘지아트센터 1층 앞쪽 음향이 정말 별로였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고 넘버도 오케 음향에 묻혀서 알아듣기 힘들었음. 커튼콜 때 열심히 어깨 들썩이며 놀고 왔다.

7월 베스트 관극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8월 - 1개 작품, 1회 관극

190812_밤공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 가족들과 여름휴가로 마카오에 가서 봤다. 극이라기엔 스토리가 형편없었지만 어차피 그거 보라고 만든 공연은 아니었다.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높이에서 다이빙을 한다던가, 그 정도 입수가 가능하던 깊은 풀이 순식간에 매워져서 단단한 바닥이 된다든가, 그 위를 차가 달리고 오토바이 묘기가 펼쳐진다든가 등등 정말 다양한 묘기가 펼쳐져서 혼이 쏙 빠졌다. 마카오에 간다면 꼭 봐야 할 공연. 재밌었다.



9월 -2개 작품, 4회 관극

190904_밤공, 190907_밤공, 190923_밤공 뮤지컬 [시라노] : 그렇게 나는 본진극을 만나고야 말았다. 이미 후기도 썼지만 정말 비극적인데 따뜻한 극이다. 모든 인물이 사랑스러워. 특히 시라노 역의 조형균 배우! 호프와 록키호러쇼에서 볼 때는 그냥 잘하는 배우, 였는데 이 극에서 반했다. 시라노는 정말 이 배우의 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극이었다. 몸을 무척 잘 쓰는 배우라 용병대 대장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훌륭한 칼솜씨와 우아한 몸놀림을 보여줬고, 연인과 동료에게 보여주는 다정하고 무해한 눈빛, 전장에서의 비장하고 단호한 표정, 허세조차도 젊음의 열정으로 보이게 만드는 배우의 매력까지... 아 정말 조형균 시라노에 대한 찬양이라면 사흘 밤낮 쉬지 않고 할 수 있음. 많은 사람들이 시라노를 조형균 배우의 인생 캐릭터로 꼽는 이유가 있다.

190906_밤공 뮤지컬 [달을 품은 슈퍼맨] : 아기자기한 무대와 따뜻한 이야기. 그러나 취향이 아니라 아쉬웠던 극.


9월(+내 인생) 베스트 관극 뮤지컬 [시라노]


10월 - 3개 작품, 9회 관극

191002_밤공, 191003_낮공, 191005_밤공, 191009_밤공, 191013_낮공 뮤지컬 [시라노] : 조형균 시라노의 막공이던 13일에는 첫 넘버부터 눈물이 났다. 마지막이라니, 난 보낼 수 없어. 그리고 지금도 앓고 있다. 달을 봐도, 편지를 봐도, 낙엽만 떨어져도 시라노를 생각한다. 시라노는 올 거야,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 없어..(오열)

191004_밤공, 191018_밤공, 191030_밤공 뮤지컬 [스위니 토드] : 정말 숨 막히는 티켓팅을 뚫고 조승우의 첫 공을 아주 먼발치에서 보고, 이래저래 2회 더 관극 했다. 광기에 찬 이발사 스위니 토드, 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복수밖에 모르는 귀여운 ‘바보’였던 스위니 토드를 조승우는 정말 잘 소화한다. 어쩜 저렇게 잘할까. 공연 횟수를 거듭할수록 디테일이 더해지고 자유롭게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듯 하지만 모든 동작과 시선, 호흡까지도 계산한 듯한 영리하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지킬앤하이드보다 훨씬 조승우에게 잘 맞는 배역이라고 생각했다. 이 극에도 강간 씬이 있긴 하지만 여성 캐릭터 캐릭터들이 능동적이고 도구로 소비되지 않아 나도 관극 하긴 훨씬 편했던 작품.

191012_낮공 발레 공연 [매튜 본- 백조의 호수] :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마지막에 나왔던 남성 무용수들이 연기하는 그 백조의 호수다. 우리나라에 거의 10년 만에 돌아온 내한 공연. 올해 초에 예매해 두고 굉장히 기대했던 극인데 이 날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1막에서 거의 잤다. 발레 뮤지컬이라고 말할 만큼 새로운 발레 공연이었고 남성 무용수들의 파워풀한 군무도 매력적이었는데... 제대로 못 봐서 아쉬움.


10월 베스트 관극 뮤지컬 [스위니 토드]


11월 - 7개 작품, 11회 관극

191103_밤공, 191112_밤공 연극 [오펀스] : 필립은 정말 대단하지. 문자가 없는 곳에서 문장을 찾아냈고 닫힌 문 너머로 길을 냈으니 말이야. 외롭고 상처 많은 고아 형제, 필립과 트릿. 그리고 그들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날개가 되어준 또 다른 고아, 헤롤드. 배역 이름에서 보듯 모두 남성 캐릭터들인데 이번에 젠더 프리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나는 남성 배우들의 오펀스는 못 봤고 여성 배우, 정경순, 최유하, 최수진 세 배우로 이 극을 봤다. 정경순 헤롤드가 겁먹은 고양이처럼 뾰족한 최유하 트릿을 향해 ‘딸아’라고 말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위로가 필요할 때, 그 목소리가 또 떠오를 것 같다.

191106_밤공, 191113_낮공 뮤지컬 [스위니 토드] : 옥주현, 김지현, 린아까지 세 러빗을 모두 만났다. 가장 정이 많고 마음이 여린 옥주현 러빗은 역시나 눈물이 많은 박은태 토드와 함께 할 때는 Poor thing에서 벌써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 이번이 두 번째 시즌이라서인지 파이송에서 애드리브가 가장 능하기도 하고, 짧게 소리를 내도 그 풍부하고 단단한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김지현 러빗은 좀 더 서늘한 느낌이었지. 스위니 토드를 대할 때도 욕망이 더 두드러지고 토비야스를 훨씬 도구적으로 대하는 듯. 린아 러빗은 사실 한 번 밖에 안 봤지만 좀 더 억세게 살아온 느낌이었고. 어쨌든 세 러빗 모두 저마다의 매력이 있어서 좋았다.

191109_낮공 발레 공연 [국립발레단- 호이랑] : 국립발레단의 창작 신작이다. 이미 보고 온 사람들이 워낙 무시무시한 악평을 쏟아내서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 1막은 재밌었다. LED 영상이 심히 거슬렸지만 오빠가 전쟁에 나가서 사망하는 씬까지의 구성도 좋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칼을 든 채로 남성 무용수들과 전투의 춤을 추는 발레리나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2막으로 가면 극본도 연출도 사라지고 저런 망한 서사를 연기해야 하는 무용수들이 안쓰러워지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고난도의 파드되가 있는데 ‘야, 이걸로 퉁칠 생각 하지 마’라고 화를 내고 싶었달까.

191109_밤공 연극 [맨 끝줄 소년] : 호이랑 보고 약간 헛헛한 마음으로 오페라극장을 나와서 바로 옆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이던 이 연극을 봤다. 계획 없이 그냥 매표소에 가서 당일 표를 산 것이라 자리가 정말 안 좋았음  그래도 극은 좋았다. 숨 막히고 소름 끼쳤어. ‘어느 집이든 들어갈 틈이 있다.’고 말하는 클라우디오. 쉽게 스며들지만 정작 머물 수 없는, 실체 없는 인물. 맨 끝줄에 앉아 당신을 지켜보는 어떤 시선에 대하여. 아, 그리고 ‘불온한 소년들의 왕’이라 누군가 평하는 전박찬 배우를 만나서 즐거웠던 극.

191116_밤공, 191130_낮공 뮤지컬 [아이다] : 윤공주 아이다를 만나러 갔다. 16일 총 첫 공에서는 정선아 암네리스, 김우형 라다메스, 30일 공연은 아이비 암네리스, 최재림 라다메스. 이 공연은 좀 도 긴 후기를 쓸 예정이니까, 짧게 말하면 그냥 올 겨울 블루스퀘어에서 지내도 좋겠다 싶을 만큼 좋았던 극. 처음 보는데 정성아 암네리스가 등장하는 첫 곡부터 울었다. 모두 보세요. 아이다. 그랜드 피날레입니다  이 버전의 아이다, 이번이 가면 다시 못 봐요.

191120_밤공, 191130_밤공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역시 알앤디 극이다. 일단 초반 30분까지는 정말 신나게 볼 수 있다. 무대 정말 신기하고 멋지고 새로운 시도들이 많아서 재밌다. 넘버가 강약중간약이 없이 강강강으로 지르고 가사가 퍽 품위가 없지만 한 곡씩 떼어놓고 보면 또 괜찮아서 자꾸 생각남. 그러나...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길게.. (지친다. 왜 이렇게 많이 봤냐..)

191128_낮공 뮤지컬 [해적] : 대학로에 입소문 자자했던 극. 2인극으로 두 명의 배우가 주요 캐릭터로 남성인 잭, 루이스 그리고 여성인 앤, 메리를  연기한다. 사실 초반에 나오는 잭과 루이스 얘기는 약간 극적인 게 덜하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앤이 등장하면서 잠이 확 깼다. 해적선에 여자를 태울 수 없다는 말에 총으로 별을 쏘고 저 별을 맞추면 바다로 간다, 고 선언하는 앤! 그리고 사생아로서 교회에 출생신고(?) 조차 못하고 오직 결혼으로 누군가의 아내로만 기록될 수 있었다며 이제 너희의 신을 버린다고 선언한 넘버 “질투하라”는 진짜 짜릿했다. 앤과 메리의 만남은 말할 것도 없고. 다만 이 극은 트리플 캐스팅인데 남성 배우가 넷, 여성 배우가 둘이다. 이해가 안 됐다. 여성 배우들이 정 많은 겁쟁이 해적 잭과 루이스를 연기하는 건 가능하지만 여성 억압을 이야기하는 앤과 메리를 어떻게 남성 배우가 연기하지? 재연에서는 제작사의 고민이 필요할 듯.


11월 베스트 관극 뮤지컬 [아이다], 연극 [맨 끝줄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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