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관극 기록 1월~6월
190103_밤공 뮤지컬 [더데빌] : 차지연 배우님의 블랙X가 궁금해서 보게 된 극. 개성 강한 뮤지컬 제작사 알앤디와의 첫 만남이자 긴 불화의 시작이었다.(;;) 내용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대 위에 차지연 배우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빠졌다.
190111_밤공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 조승우 배우를 위주로 보다가 처음 만난 홍광호 지킬.
190117_밤공, 190119_밤공 뮤지컬 [호프] : 역시 알앤디 극. 창작산실 지원으로 짧은 기간 공연했다. (이후 정식 공연도 왔음) 창작극, 여성 서사라고 하고 최정상급 여성 배우 두 분이 주연이라고 해서 봤는데... 볼수록 기분이 좋지 않았음. 알앤디 극 답지 않은 힐링극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난 어디서도 힐링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읽히지 않은 인생을 연기하는 차지연, 김선영 두 배우는 정말 처연하고 아름다웠음.
190126_밤공 뮤지컬 [젠틀맨즈 가이드] : 덕질메이트들과 함께 한 관극. LED 영상을 정말 세련되고 적절하게 활용한 무대도 멋졌고 처음 듣지만 넘버도 귀에 쏙쏙. 다만 블랙코미디라, 중간중간 언피씨한 부분들이 많아서... 과연 풍자, 블랙코미디란 무엇인가를 계속 고민했다. (원래 성격이 좀 고지식한 편이라)
190130_밤공 뮤지컬 [마틸다] : 광고 카피였던 ‘새롭고 위대한 뮤지컬을 찾던 여정은 끝났다!’라는 말이 딱 맞는 극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배우들과 어울리는 블록 느낌의 사랑스러운 무대, 암전 없이 책장들이 밀려오고, 나가고(책장 너무 예뻤음) 모든 게 완벽했다. 그리고 매력적인 넘버! 2막의 첫 넘버 When I Grow Up 은 내 오열 넘버.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별 볼 일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게 서글퍼서, 그럼에도 씩씩한 마틸다가 멋있어서 볼 때마다 울었다.
190202_낮공 뮤지컬 [엘리자벳] : 컨디션 최악의 날이어서 관극이 잘 기억이 안 난다. 졸진 않았지만 피곤했고 2층 사이드 블록의 자리는 블루스퀘어 음향의 악명을 체감하기에 아주 좋은 자리였다. 내내 피곤해하다가 집에 와서 새삼 엘리자벳 OST를 듣고 반했는데, 극은 끝났다.
190203_낮공, 190209_낮공 뮤지컬 [마틸다] : 마지막 공연 주에 급하게 표를 더 잡는 버릇이 이때부터 생긴 듯.
190221_밤공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 이 날 캐스트 가운데 조승우 지킬과 이정화 엠마는 네 번째 보는 것이었지만 아이비 루시는 자첫이었는데 완전 반했다. 애처로운 루시의 짠내를 너무 잘 살려서 반함. 이 날, 이사회 씬에서 무릎 꿇고, 루시 데쓰 때 이마 키스와 ‘거짓말’이라고 중얼거리는 조지킬 만의 디테일을 모두 봤는데 정말 조승우는 연기 천재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이 낡은 극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 고민했다. 지킬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집착했던 루시가 자유를 찾아 떠나려는 것에 분노해서 하이드는 루시를 살해하는데 그걸 ‘사랑해서 죽인다’로 가면 어쩔 수 없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수많은 여성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건 나중에 좀 더 길게 써야지. 어쨌든 관객의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는 조승우의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론 해석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던 관극.
190306_밤공 뮤지컬 [더데빌] : 알앤디와 계속 불화하면서도 차지연 배우의 화이트X를 보기 위해 다시 본 더데빌. 맨발로 넘어지면서도 그레첸의 손을 잡으려던, 그를 다시 빛 속으로 끌어가려던 차화엑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나마 알앤디 극 중에선 더데빌에 가장 호감이 있긴 하다. 넘버가 좋아서.
190327_낮공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 자체 막공
190330_밤공 뮤지컬 [헬렌앤미] : 왜 아무도 이게 오열극이라고 말 안 해준 걸까. 1막 초반부터 오열해서 거의 퉁퉁 부어 극장을 나왔다. 제목처럼 헬렌 켈러와 앤 셜리번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다. 흔히 아는 헬렌 켈러의 장애 극복 스토리부터, 성장해 유명인사가 된 헬렌이 겪는 사회의 또 다른 벽 (장애가 있는데 사회주의자? 속고 있는 거야! 같은..)에 대해, 그리고 영원한 동지인 앤과 헬렌의 불화까지 다룬다. 어른 관객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후반부를 더 중점적으로 다뤄주길 바랐지만 (그 유머도 좀 빼고!) 뭐 어쨌든 좋은 극. 대중적인 넘버는 처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오고 모든 배우들이 정말 잘한다. 아주아주 애정해.
190406_낮공, 190413_밤공 [헬렌앤미] : 또 막공 주에 반해서.. 결국 대학로 공연이 끝난 뒤, 13일 공연은 안산문화회관까지 가서 봤다.
190406_밤공 뮤지컬 [호프] : 1월에 짧게 올라왔던 뮤지컬 [호프]가 정식 공연으로 돌아왔다. 굳이 다시 보고 더더욱 극과 불화함. 분량이 많지 않은 요제프K나 베르트, 카델보다도 주인공 호프에 대한 서사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호프는 인생이 망가진 여자, 라는 정체성을 갖는 것만 허락된 극 같달까. 무언가를 지향하고 행동하고 그로 인해 주변과 불화하는 남성 캐릭터들(여주극이라 분량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과 달리 호프는 애초에 그러해야 하니까 망가지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근데 이러고도 [호프] 재연이 올라오면 보러 갈 것이 분명하다. 알앤디와 불화하면서 올해 알앤디 극을 가장 많이 봤으니까. (나도 이해 안 됨)
190416_밤공 연극 [인형의 집 파트 2] : 원작 희곡은 책으로 읽고 갔다. 뮤지컬만 보다가 오랜만에 본 연극이었다. 무척 미니멀한 세트, 장소 변화 없음, 극적 연출이나 상황 없고 음악 없음(효과음만 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로만 극이 진행되어서 지나치게 잔잔하고 조용하고 약간 졸리긴 했다. 집 나간 노라는 레디컬한 페미니스트가 되어 돌아와서, 성별과 계급, 세대와 지향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화가 이어졌다. 사실 극 자체보다는 이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가의 말이 더 인상적이었다. 노라의 선택에 대해 ‘희생했다’는 표현을 쓰는 관객에게 연출가는 ‘희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기회비용이라고 보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고, 그 결과를 가해와 피해로 구분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190425_밤공 발레 공연 [국립발레단-잠자는 숲 속의 미녀] : 내가 잤다. 카라보스 멋있더라.
190501_밤공, 190517_밤공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 즉흥극 콘셉트로 시작 전에 관객들의 참여로 장르와 등장인물의 이름, 상황, 대사, 넘버 후렴구 등을 정한다. 사실 엄청 낯가려서 이런 분위기 안 좋아하는데 아이비 배우님이 게스트로 나온다고 해서 갔다. 그러나 1일 공연은 게스트 출연이 취소되고... (건강 문제였던 듯. 아마 당시 공연 중이던 지킬앤하이드도 캐스팅 변경됨) 그래도 그냥 궁금해서 갔고 이 날 약간 망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17일은 아이비 배우가 다시 출연, [레드북] 안나로 무대에 올랐다. 알고 보니 여자였던 셰익스피어와 레드북 안나의 만남,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왕까지. 여성주의와 여성애까지 넘쳐서 아주 멋진 즉흥극을 만났음.
190522_밤공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 무대 화려한데 세트 일부를 사람이 직접 옮겨서 그때마다 자꾸 현실로 빠져나와서 ‘아 힘들겠다..’ 생각 들었다. 윤공주 안나 카레니나는 정말 멋있었음. 넘버도 좋고 안무도 다채롭고 화려한 극.
190529_밤공 연극 [킬미나우] : 관극 전후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사실 집중을 못 했다. 워낙 오열극이라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집중을 못해서인지 뽀송뽀송한 얼굴로 나왔음. 이때부터였을까요, 남성 주인공 극에는 울지 못하게 된 것이...
190601_밤공 뮤지컬 [앤ANNE] : 대학로에 올라왔을 때 놓쳐서 고양아람누리까지 가서 봤다. 가족 단위 관객들이 많았고 극장 좌석의 단차가 최악이었고 그래서 어셔에게 부탁해서 좀 먼 사이드 자리에서 겨우 봤음. 굉장히 아동극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넘버가 나쁘진 않은데... 일단 송영미 배우의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어서 행복했음.
190608_낮공 발레 공연 [모나코왕립발레단 내한공연-신데렐라] : 그 유~명한 마이요의 극을 보기 위해 대구로 갔다. 사실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도 같은 공연을 했는데 할인 없이 vip석이 23만 원이라 그냥 대구로 감. 1막에서 신데렐라와 요정이 화려한 옷차림을 물리치고 맨발에 황금가루를 뿌릴 때 뭉클해서 울먹하고 ‘이거 진짜 재밌다!’고 신났지만 안타깝게도 2막에서 초반에 졸았다. 미니멀한 무대, 색감과 형태가 독특한 의상, 그리고 맨발의 신데렐라까지 신선하고 재밌었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어떨까.
190621_밤공 뮤지컬 [메피스토] : 파우스트의 새로운 해석이라고 해서 더데빌을 생각하고 갔는데 보고 나니 지킬앤하이드 더라.
190622_밤공 발레 공연 [지젤] : 이것이 발레블랑의 진수로구나~ 박슬기 발레리나의 연기가 무척 섬세하다는 걸 알게 된 공연. 스토리는 역시 낡고 약간 빻았으나 공연 자체는 이보다 재밌을 수 없었다. 안개가 깔린 무대 위에서 정말 미끄러지듯이 뒤로 물러서는 브레브레를 보면서 박수가 터졌다. 아름다웠어. 내년에 돌아오면 한 번만 보고 끝내지는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