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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I SEO Mar 02. 2020

밀린 관극 후기 짧게 쓰기

2020년 1월-2월 관극 정산

1월 플레이앱 관극기록


1월

 10 관극, 6 작품

(*이 중 뮤지컬 [스위니 토드]와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뮤지컬 [아이다]는 후기 썼으므로 생략.)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

작년부터 올 2월까지 총 12회 관극 했으니... 짧은 내 연뮤덕 라이프에 가장 많이 재관한 극.

소극장이라 비교적 가격 부담이 적고(*중요함) 애정 하는 배우가 출연하고 무대가 좋고 선우정아의 넘버가 좋아서 계속 봤다. 최애 페어는 조형균-황민수.

황민수 배우는 이 공연으로 처음 만난 배우인데 음색이 워낙 좋고 또 조형균 배우와 화음이 특히 좋았다. 페어 첫 공부터 꾸준히 봤는데 볼 때마다 연기도 깊어져서 2월 13일, 페어 세미막 공연은 그야말로 레전드!

이 극의 주인공은 빈센트 반 고흐지만 어쩐지 볼 때는 해설자 역을 맡은 테오 반 고흐에 이입해서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되는데 황민수 테오는 내게 최고의 테오. 늘 눈물 없이 이 비극을 봐왔는데 13일 공연에서는 거의 오열하고 나왔음.

사실 테오는 형인 빈센트를 대신해 생계를 돕고 가장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데 민수 테오는 좋은 딕션과 연기로 그런 든든하고 책임감 강한 테오의 모습을 보여줬다. 거기에 특유의 다정함과 천진한 매력으로 내면은 형 빈센트와 다르지 않은, 이상주의자이며 감수성 풍부한 예술가적 면모의 테오도 아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장의 역할을 떠맡은 테오’ 라는 애틋함이 민수테오를 볼 때 느껴진다. 온전히 꿈과 열정에 자신을 내맡겼던 빈센트보다 관객인 내게는 그런 테오가 훨씬 이해하기 쉽고 동질감이 든다. 그가 형과 함께 웃으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나고, 형의 절망에 함께 쓰러지면 또 그게 안쓰러워 눈물이 난다.

조형균-황민수 페어. 좋아, 완벽해!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본래 남성 노인으로 설정된 주인공 알란 역을 여성인 배해선 배우가 한다고 해서 사전 정보 없이 일단 보러 갔다.

5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르는데 주인공인 해선 알란을 포함해서 모든 배우가 성별에 무관하게 1인 다역을 소화한다. 각자 자신의 지정 성별과 다른 역할을 맡더라도 스트레오 타입으로 그 성별을 연기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남자 배우가 과장된 여성성(?)으로 연기했다면 극장을 뛰쳐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알란의 인생은 늘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휘둘린다. 그의 재능은 그를 구하기도 하고 그를 궁지에 몰아넣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단 한 번도 절망하지 않고 그 와중에도 우정을 나누고 남을 돕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꿋꿋이 살아간다. 그가 그러한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건 진실로 사랑한, 온전히 사랑으로만 관계 맺은 어떤 존재를 잃었을 때다.

그리고 죽음 같은 시간이 지나간 뒤, 백세 생일을 맞이한 날, 그는 다시 불을 붙이고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숨 쉬는 것 이상으로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너머에... 진짜 생의 감각을 일깨우는 삶을 찾아서 백세 노인도 떠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하고 자문하게 되는 극.

아, 태어나서 불행하다고 말했던, 하지만 '그게 가능했어!'라고 말하던 아인슈타인이 준 위로도 빼놓을 수 없지. 다정한 구닐라, 귀여운 소냐... 빠짐없이 사랑스러운 멍청이들이 있는 극.  

그 캐릭터들 모두 애틋하다. 무대 위의 배우들 모두를 사랑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이 만들어낸 이 작고 아름다운 세계에 매혹될 수밖에 없다.

설 연휴 때 처음 극을 보고 겨우겨우 시간을 맞춰서 2월 2일 막공까지 총 3회 봤다. 지방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서 해선 알란을 만나러 3시간 이내의 거리라면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코로나19(으아아악!) 때문에 현재로선 모두 취소됐다. 눈물 난다 눈물 나.


-뮤지컬 [빅피쉬] :

아, 긴 말 쓰고 싶지 않다.

화려하고 돈은 들인 듯싶지만 상상력 없는 무대 불호.

말 많은 아버지 캐릭터 극불호.

19세기형 여성 캐릭터 극극극불호.

씨제이는 이 극을 왜 사 왔을까. 판권 10년 전에 샀는데 아까워서 올렸다고 말해줘라, 제발.

훌륭한 배우들의 재능 낭비가 심각했던 극.



2월 플레이앱 관극기록

2

 11 관극, 7 작품

(*이 중 뮤지컬 [아이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후기를 썼고,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위에 짧은 후기 있음)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

한 번 밖에 보지 않았고 딱히 호불호의 기억이 없다. 사실 뮤지컬에서 현대물이 좀 드물기도 하고 자주 보지 않는 편.

[스페셜 딜리버리]는 가정폭력, 비혼 여성, 가출팸과 낙태, 성소수자의 가족 결성권 등이 담겨 있어서 굉장히 동시대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넘버도 나쁘지 않고 무대 활용, 영상 활용도 좋았고 내용 자체도 날카롭고 동시대성도 있고 좋긴 했다.

하지만 비혼 여성, 가출청소년, 성소수자라는 비혈연 가족의 구성이 좀 도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중간에 나오는 산부인과 검진 씬에서 심하게 튕겨져 나왔다. 무엇일까. 무엇이 비혈연 가족조차도 정상가족으로 회귀되기를 꿈꾸게 만드는 걸까. 태아의 심장박동에 감격, 또는 격동하는 배우들의 얼굴을 보여주는 신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쩐지 뻔한 해피엔딩이 되어버렸다는 느낌도 없지 않은데... 이게 또 그 날 캐스트에 따라 3가지 결론이 있다고 해서 자둘을 도전해볼까, 약간 고민하긴 했다. 하지만 내가 결정적으로 튕겨 나온 씬은 그대로일 것 같아서... 아직은 티켓팅 안 함.


-뮤지컬 [미드나잇 : 앤틀러스] :

오, 이 극 재밌다. 사실 이 극을 본 이유도 기존에 남성 배우가 맡던 비지터라는 역할을 젠더 프리로 여성 배우가 맡게 되어서 보러 간 것이었다. 한밤에 찾아온 의문의 '남자' 또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면을 드러내고 갈등을 만들며 파국을 몰고 오는 '악마'같은 '남자'는 연뮤판에 발에 차이고 걸리지만 그 역할을 여성 배우가 하면 또 다르지 않나.

굉장히 극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이웃끼리 서로를 고발하도록 만드는 독재 국가라는 배경도 좋았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공포와 비인간성이라는 소재 정말 매력적이었다. 넘버도 좋았고. 처음 봤지만 귀에 착 붙으면서 감탄이 나왔다.

그리고 역시 기대했던 유리아 배우의 비지터. 와우! 우리 집도 노크해줘요. 10초 만에 내가 문 열어줄게요, 율지터. 율지터와 우먼이 함께 추는 탱고의 텐션은 최고였다. 원래도 연기가 참 오지는 배우기는 하지, 유리아 배우님.

우먼 역의 김리 배우의 연기도 대단했고, 여기서 다시 만난 맨으로 만난 나의 테오, 황민수 배우는 여전히 귀여웠다. 아 귀여운 건 아무래도 배우 본체의 매력인 듯.

이 극을 보면서 다시 깨달은 건... 꼭 특정성별이 해야만 할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비지터 처럼 관념적 존재는 물론이고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는 캐릭터라면... 그게 남자의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배우는 캐릭터로 무대 위에 서고, 캐릭터는 서사로 완성되는 것이지 성별로 완성되지 않으니까.

제작자들이여, 여주극도 열심히 만들고 있는 극에 무조건 여배우를 캐스팅해라! 지금 2020년이다. 언제까지 남배만 수두룩한 캐스팅 보드를 관객들이 참아줄 것 같니...

이 극은 시간 되면 또 볼 거라서 그때 긴 후기를 쓸 예정.


-콘서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락 뮤지컬의 대명사, 지크슈가 5년 만에 콘서트 형식으로 돌아왔다.

본공 안 보고 콘서트로 극을 자첫하는 건 역시 별로다. 몰입이 안돼.

그래도 거의 1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차지연 배우를 만나러 갔고 그건 후회 안 한다.

[아이다] 암네리스로 만났던 정선아 배우. 아이다의 부산 공연이 코로나19(으아아아악!!!) 때문에 취소된 지금 콘서트에서라도 만나게 되어 행복했다.

내년에 꼭 본공으로 돌아와요. 그땐 제대로 볼게요. 차유다, 썸머마리아.. 아니 차저스 썸머유다로 오면 더 좋고요.


 

무작위로 올려보는 1,2월 캐스팅보드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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