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고, 행복해지는 여름의 맛.
갑작스럽게 기온이 훅 오른 봄인지
여름인지의 날이 되었다.
전날 밤,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시원한 무 갈아 얹은 라이트 한 메밀 소바가 떠올랐다.
가볍게, 대충 만들어 먹으려던 마음은
‘쯔유 직접 만들면 풍미가 완전 다르다’는
말 한마디에 흔들렸다.
얼마나 더 맛있을까? 그 궁금함 하나에 불이 붙었다.
요 며칠, 손을 다쳐서 요리는 간단히만 해왔는데
오늘은 왠지 정성을 들이고 싶어졌다.
그래, 나는 요리도 간헐적으로 할 때
더 공을 들이게 되는 사람인 거다.
마침 내일, 우리 집에서 지인과의 점심 약속이 예정되어 있으니 딱이다.
냉장고엔 쯔유 만들 야채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바로 10시부터 점심 만들기를 시작했다.
오늘 만들어서, 미리 한 그릇 먹어보고 맛있으면
내일 손님이 오시면 내어드려야지.
그럼 냉장고에서 꺼내 시원하게 먹는 걸로 목표했다.
우선 유튜브에서 메밀소바 영상 여러 개를 참고하고
짜집기해서 우리 집에 있는 재료들로
쯔유를 만들어봤다.
날이 더워지면 역시, 호로록 시원한 메밀면이 최고다.
<재료>
양파 1/3개
쪽파 3~4줄기
당근 반 개
(표고 없어서) 양송이버섯
생강 1T
다진 마늘 1T
진간장 500ml
설탕 200g
맛술 100ml
무, 다시마, 가쓰오부시 약간
<만드는 법>
야채 굽기
오븐 Broil 기능으로 15~20분 구워준다.
(직화면 더 맛있지만, 난 인덕션이라 오븐으로 대체)
육수 만들기
무와 다시마를 약불에 우린 물에, 구운 야채 + 마늘 + 생강 넣고 20분간 팔팔 끓이기
채수 걸러내기
맑게 걸러낸 육수와 진간장을 1:1 비율로 섞고, 맛술·설탕 추가해서 센 불에 끓이기
가쓰오부시 투입
끓으면 약불로 줄이고 가쓰오부시 넣어 2분간 저어준 뒤, 다시 맑게 걸러내기
쯔유 완성
냉장고에 넣어, 깊은 맛으로 숙성시켜 두기 + 차갑게!
메밀면 삶기
56분 삶으면서 거품 올라올 때마다 찬물 투입 (34번 반복)
찬물에 박박 헹궈 전분기 완전히 제거
플레이팅
쯔유 소스와 물은 1:1 비율로 섞는다.
(간을 보고 물을 가감한다.)
쪽파 쫑쫑, 김 쫑쫑, 고추냉이 살짝, 그리고 갈아둔 무를 올려서 맛있게 즐긴다.
오래간만에, 한국에서 맛보던 바로 그 여름의 맛이다.
모처럼 이 차가운 한 그릇에
겨울 내 쌓인 지겨움과 답답함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매년 여름이면
아쌀한 무 듬뿍 올려 예쁜 메밀소바
한 접시를 챙겨주던 엄마가 곧장 떠오르는 맛.
처음엔 너무 심심한가 싶다가도,
뒤로 살금살금 치고 올라오는 채수 맛 덕에
간장을 더 넣을까 고민하다가 이대로,
내일 손님상을 맞이해 보기로 한다.
기분과 건강까지 케어되는 느낌이라 만족스럽다.
잔뜩 만들어 둔 쯔유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엔 건강하지 않은 라면 대신,
호로록 메밀소바로 건강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어야겠다.
물론, 시판 쯔유 소스도 충분히 맛있지만
정성을 갈아 넣어 만든 쯔유는
그 과정을 기억해서인지 더 특별한 감칠맛이 있다.
나를 위한 정성을 더해준 만큼,
오늘 남은 하루도 정성 다해 잘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