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나를 잃어버릴 뻔했다.

멈추지 않고 그냥 가보는 것.

by Maybe


하마터면 나를 잃어버릴 뻔했다.


정신승리를 하고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훅 하고 들어오는 공격에
온몸이 휘청인다.

새벽녘,
눈코입 모든 게 희미해졌다.

퀭한 모습으로 골똘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

내게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대답한다.

길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확신의 방법이 틀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희미하게 보일 때면,
답을 찾기보단
선택하기 쉬운 포기와 회피 사이에서 맴돈다.
한숨만이 짙게 올라온다.

아무래도 그냥 이대로 두고
떠나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 허술한 용기만을 펄럭인다.

다 떠나 버리면
이 시간 다음에,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내가 속해있던 시간과 자리는 흔적도 없이 증발할 것이다.

꼭 무엇이 되어야만 했을까.

너는 꼭 무엇이 되지 않은 채로도 의미 있다고
내 등을 토닥여본다.

무언가 되지 않은 나도
내가 끌어안아주어야 한다고.

마땅히,
너만큼은
나를 지켜줘야 한다 말한다.

하마터면
길을 잃을 뻔했다.

출구 없는 허공에서,
아무것도 없는 내 손을 내가 맞잡아준다.

그냥 지금의 나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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