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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Nov 02. 2023

우린 비슷한 점이 더 많은 점이 더 많아요

엘 맥니콜, <스파크>



재인에게 


재인이는 너와 다른 친구를 만나면 어떻게 할래?


생긴 건 너와 크게 다르지 않아. 평범하지. 말도 잘 하는 편이야. 

하지만 같이 지내다보면 이내, 평범한 친구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 수업 시간에도 영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고, 수학문제는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식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풀어. 엉뚱한 말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의 기분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해. 그런데 갑자기 자기가 좋아하는 것 (예를 들어 상어나 마녀)을 만나면 무섭게 몰입하고 돌진하지. 어딘지 호기심은 가지만, 쉽게 손 내밀고 친구가 되긴 쉽지 않아 보이지?


<스파크>는 바로 그런 친구가 나와, 이름은 애디. 자폐성향을 가진 친구야. 자폐라는 건 고쳐야 하는 병이 아니라, 또다른 존재 방식이라고 책은 이야기해. 그러니 우리 이 책을 읽는 동안 ‘애디’를 무슨 환자가 아니라 나와 좀 다른 친구라고 생각하며 읽도록 하자.


실제로 애디는 우리와 달리 감각이 무척 예민해. 특히 시각과 청각이 예민하대. 길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들리고, 평범한 우리에겐 그냥 밝은 불빛 정도도 애디는 참아야 하는 눈부신 불빛인거지. 이런 애디이니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방식이 다를 거야. 


애디가 좋아하는 건 ‘상어’야. 상어는 인간을 해치는 동물이라고 알려져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어를 싫어하지만 애디는 ‘상어’ 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상어를 좋아해. 애디가 좋아하는 친구인 오드리가 상어를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돌고래가 더 낫지 않냐고 했을 때 잠시 애는 ‘돌고래’를 좋아해보려고 애쓰기도 하지만 애디는 돌고래에게선 매력을 찾지 못하지. 돌고래는 상어에게 무척 친숙하지만 독특하진 않거든. 애디의 말에 따르면 돌고래의 모습은 모두 잘난 척 하는 거 같다고 해. 하지만 상어는 놀라우리만치 모두 다르게 생겼지. 이점이 상어의 독특한 점이기도 하고. 아마 애디는 상어에게서 자신과 닮은 점을 찾은 것 아닐까? 


다르다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도 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저마다 달라요.(p.259)

상어에 몰입하던 애디는 수업 시간에 ‘마녀’에 대해 배워. 단지 당시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화형이나 교수형에 처해졌던 마녀들. 애디는 마녀에게 엄청난 감정이입을 하고, 이유없이 죽은 마녀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우고 싶어하지. 애디는 과연 마녀추모비를 세울 수 있을까? 재인이에게 결론을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지만, 재인이의 즐거운 독서를 위해 엄마가 잠시 참도록 해볼게.


나 같은 사람이었어요.  메리는 나 같은 사람이었다고요.(p.92)


이 책은 다름에 대해 이야기해. 애디는 우리와 조금 다른 사람이지. 애디에게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 그중 키디, 애디와 비슷해. 그렇다면 이 집에 사는 세 자매인 애디, 키디, 니나 중 다른 사람은 누구일까? 다르다, 비슷하다. 전형적이다 비전형적이다, 이상하다 이상하지 않다. 이 모든 평가의 결론은 평가의 기준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엄마는 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어. 비단 애디뿐일까? 이 책에 나온 다른 사람들은? 그리고 엄마도 재인이도 어느 집단에 속하냐에 따라,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여러분도 어쩌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상해 보일 수도 있어요.
여러분은 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저는 그렇지 않은 자폐 성향이 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우리는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아요.(p.260)

애디가 했던 이 말을 엄마는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 누굴 만나든 간에 그 사람과 나의 다른 점보다는 나와의 ‘비슷한 점’을 찾는, 그런 사람이 될래, 엄마는.


재인이가 이 책을 다 읽으면 너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다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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