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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m Oct 30. 2022

이런 엄마가 되어 줄게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엄마가 너 만했을 때, 엄마는 간절히 가지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어. 절대로 가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절대 포기가 되지 않는 것이었어. 그건 바로, '언니'.  여동생도 아니고, 언니를 가지고 싶다니 외할머니가 얼마나 황당했을까? 근데 있지 엄마는 정말로 진심이었어. 아마도 이 책 때문이었던 거 같아, <작은 아씨들>!


매그처럼 넓은 마음으로 언제나 내편이 되어주는 언니, 조처럼 자신의 꿈을 향해 용기 있게 도전하는 언니, 따뜻한 마음으로 늘 남을 먼저 생각하는 베스 같은 언니가 있었으면 원하고 또 원했지. 그런 언니들을 가진 마치가의 막내 에이미가 정말 부러웠어. 네 자매가 모여서 노닥노닥 노는 모습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몰라. 그런데, 이 네 자매를 부러워했던 건 비단 엄마만은 아니었나봐. <작은 아씨들>은 150년전에 출간된 소설이지만  영화로도 여러번 제작되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을 정도로  아직도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거든.  


재인이 너도 읽어보면 알게 되겠지만 무엇보다 너무너무 재미있어. 캐릭터 하나하나가 정말 살아 있는 느낌이야.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소설은 사실 작가인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해. 조의 자매인 메그, 베스, 에이미는 루이자의 실제 자매인 애나, 베스, 메이였고, 마치 부부는 루이자의 부모인 올컷 부부가 모델이었다고 해. 루이자, 작가 자신이 둘째 조였고 말이야. 

네 자매 중 누구 하나도 마음이 안가는 캐릭터가 없어. 가난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먼저 살필줄 알고, 멋진 옷은 없지만 어떻게 해야 자신이 빛나는 줄 알고, 자신을 믿고 도전할 줄 알고, 자신들의 시간을 풍요롭게 가꿀 줄 아는 네 자매의 이야기는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지. 각기 다른 외모, 각기 다른 성격의 네 자매는 때로 힘든 일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며 씩씩하게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지. 자매란 그런 거 같아, 가장 치열하게 싸우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가장 든든한 편이 되어주는 존재. 엄마가 왜 그토록 언니가 가지고 싶었는지 재인이도 딱 한 번만 읽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런데 있지, 최근에 엄마가 <작은 아씨들>을 다시 읽고 또다른 소망이 생겼어. 이번에도 쉽지만은 않지만 전과 다른 건 이번엔 엄마 하기에 달렸다는 것? 노력하면 어쩌면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 다는 것? 그게 뭐냐면, 엄마는 '마치부인 같은 엄마'가 되고 싶어. 


"성질을 다스리는 데 40년이나 걸렸단다. 그러고도 겨우 제어할 수 있는 정도밖에 안돼. 사실은 거의 매일 화가 나. 그저 겉으로 티내지 않는 방법을 익힌 것뿐이야. 화를 느끼지 않는 방법을 배우기를 바라는데 그러려면 앞으로 40년은 더 걸리지 싶어." 
조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인내심 있고 겸허한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설교보다, 가장 날카로운 책망보다조에게 효과적이었다. 어머니가 공감해주고 속내까지 털어놓으니 조는 위로를 받았다. 어머니도 자신처럼 결점이 있지만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되자, 조는 자신을 조금 더 편하게 견디게 됐고 단점을 고쳐야겠다는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자신의 잘못 때문에 막내동생 에이미가 죽을뻔했을 때 조는 크게 반성하며 자신의 어리석음을 마치부인에게 털어놓지. 마치부인은 조를 꾸짓기보단 이해하고 자신도 그러하다고, 아직도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해.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쉬운 게 아니라는 엄마는 너무 잘 알고 있거든. 마치부인의 솔직한 이야기에 조는 그 어떤 조언보다 더 크게 배우고, 그 어떤 책망보다 더 크게 반성을 했던 거야. 


네 자매가 가난한 환경에서도,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밝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마치부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해. 마치부인은 정말 현명한 엄마였어, 마치 부인이 있으면 집안 전체가 반짝반짝했지. 단순히 살림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야. 함께 있는 사람들이 빛을 잃지 않도록 끝없이 비춰주는 등불 같은 존재랄까. 

딸들에게 화려한 집, 멋진 옷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일깨워주었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더 불쌍한 이웃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따듯한 벽난로 앞에서 딸들과 담소와 웃음을 나누는 여유도 잃지 않았지. 마치부인의 응원 덕에 네 자매는 꽃처럼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


엄마도 재인이에게 마치부인 같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어. 재인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큰 소리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될게. 마치부인이 성질을 다스리는데 40년이 걸렸고, 화를 느끼지 않는데는 앞으로 40년 더 거릴거 같다고 했지? 엄마도 마찬가지야. 엄마도 하루하루 자라고 있고, 조금씩 성숙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 초보 엄마, 신입 엄마에서 지금은 조금 경력이 쌓인 상태? 하지만 아직 전문가는 아니야. 재인이가 자라는 것처럼 엄마도 하루하루 열심히 자라볼게. 기대해줘, 엄마의 멋진 활약을! 


그나저나, 재인이는 <작은 아씨들>을 읽고 어떤 소망을 품게 될까? 어떤 캐릭터에 가장 공감하게 될까? 재인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 날을 손꼽아 기다릴게. 


-마치부인처럼 (곧) 멋져질,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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