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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휘 Jan 01. 2021

예술성이란 무엇인가?

#상념

  한 잡지에서 "예술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글을 보았다. 칼럼의 저자는 주로 시를 쓰는 작가인데, 그는 일부러 비일상적인 언어를 활용하여 일상적인 언어와 대비되는 리듬감을 만들었지만 자신의 시를 읽은 사람들은 너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당연하다. 그의 시를 접한 사람들이 본 건 의미를 알 수 없는 낯선 단어들의 연속에 불과했을 것이다.


  많은 예술인들이 착각하는 게 있다. 예술은 아이디어와 표현만큼 전달도 중요하다. 예술은 관객과 소통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아이디어라도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예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내가 말하는 관객과의 소통이란 대중적인 인정을 뜻하는 건 아니라, 소통하려는 시도 자체를 의미한다.


  그리고 아무리 열렬한 관객이라도 제작 당시의 창작자의 머릿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예술이 가진 특징이다. 그러니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와는 별개로, 그것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될 확률이 무지하게 높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한 창작 의도만큼 중요한 것이 전달성이다. 얼마나 쉽게 관객에게 다가오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가.


  한가지 예시를 들고 싶다.

  이건 2017년에 서울역 앞에서 전시되었던 설치미술, [슈즈트리]다. 작가는 이 작품을 서울에 상경한 수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그 시작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로부터 "보기 흉하다" "냄새가 난다" 등의 혹평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이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갓 상경한 자의 발걸음을 떠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역과 신발을 두고 발걸음을 떠올린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시각적 독창성에만 집착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의도가 알아보기 힘들게 매몰되어버린 예시이다.


  어렵고 복잡하고 섬세하고 미묘한 무언가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는 능력. 그냥 보기엔 간단해서 당장 쉽게 넘어가지만 알면 알수록 치열한 노력이 담겨있는 작품. 그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예술이다.


  앞서 관객과 소통하지 못한 예술은 반쪽짜리라고 말했는데, 관객이 꼭 같은 시대 또는 문화에 살지 않아도 된다. 얼마나 많은 화가들이 죽은지 한참 지나서야 빛을 보았던가. 시대를 앞서 나가는 예술은 존재한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유행을 따라 치솟는 경매가를 볼 것이 아니라,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통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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