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한텐 습관이 하나 있어요. 어떤 일을 하기 전에 그 일이 어떨지 머릿속으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요.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은? 그러다보면 반드시 막히는 지점이 있어요. 그럼 땡. 포기. 안할래. 그런데, 세상에 마냥 쉽기만 한 일이 어디 있던가요? 충분히 고민해보기도 전에 정말 많은 일들이 나의 지레짐작 속에서 사라져가는거에요.
어떤 일을 하면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그런거 같아요. 내 생각대로 최상의 결과를 내고 싶어서. 그렇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하니까. 그럴바엔 그냥 안하는게 나을거 같아서.
이 글조차도 쓰다가 싫증이 나서 지웠어요. 하지만 제목을 보고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것만은 끝내보자고.
이 짤을 알고 있나요? 배우 샤이아 라보프가 "그냥 닥치고 하기나 해!"라고 역정을 내는 1분 남짓의 영상이 출처입니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생각을 접고 호다닥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할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걱정만 많은 저도 무언가를 이루며 살아왔습니다. 그 중에선 정말 눈을 딱 감고 용기를 냈기에 가능했던 일도 있었어요. 20초만 용기를 내면 멋진 일이 생길거라는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속 대사를 되뇌이며. 때로는 "닥치고 해버려!"라는 내 마음의 소리에 쫒기듯이. 하지만 저에게 더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따로 있었어요. 그건 바로, 깊은 생각 없이 일을 시작해버리는 것.
무턱대고 일을 막 벌렸던 건 아니에요. 분명 해도 안될 이유가 없는거 같은데, 어쩐지 마음도 몸도 내키지 않을 때. 하지만 잘 되면 좋을거라는 걸 알 때. 생각을 비워야하는 타이밍은 이때에요. 좋다 싫다를 따지지 않고 그냥 시작했어요. Just did it. 지원서 제출 버튼을 눌러버리고, 문자를 보내버리고, 고개를 끄덕여버리는 것. 그 다음엔 능력이 되는만큼 일을 하는거에요.
사실 어떤 일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상투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어떤 인연으로, 기회로, 때론 재앙으로 이어질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가만히 앉아서 '이렇게 될거야. 그건 싫어'라고 생각하는 건 아마 오만한 짓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