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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휘 Mar 21. 2019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청설]

#8 편견 없는 사랑을 하고 싶은 당신을 위한 영화

聽 [들을 청], 說 [말씀 설]

 '티엔커'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도시락 가게에서 배달을 도와드린다. 어느 날, 인근 수영장으로 배달을 갔는데 도시락을 시킨 두 여자가 수화로 대화를 하고 있는 걸 발견한다. 수화를 할 줄 알았던 티엔커는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양양'에게 한눈에 반한다.

  '양양'과 '샤오펑'은 자매이다. 언니인 샤오펑은 청각장애인 수영선수이고,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양양은 언니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언니를 챙기러 수영장으로 온다. 양양을 보고 첫눈에 반한 티엔 커는 양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연락처를 물어보고, 부모님 가게에서 가장 좋은 도시락을 만들어서 갖다 주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수화도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간 날, 티엔 커는 의도치 않게 양양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만다.

 하필 그 날, 혼자 있던 샤오펑에게 사고가 생기고, 그로 인해 샤오펑의 수영 기록이 떨어져서 올림픽 진출이 좌절된다. 양양은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언니도 보살펴야 하는데 연애는 사치라는 생각을 하고, 티엔 커를 멀리한다.


감상 포인트 #1: 수화의 섬세함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인물들은 서로 수화로 대화한다. 실제로 들리는 건 주변의 소음뿐이지만 주인공들은 손짓과 표정만으로 충분히  마음을 전달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다양하고 섬세한 수화의 표현 덕분에 오히려 인물의 감정이 더  잘 드러난다.

양양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티엔커

감상 포인트 #2: 대만 영화의 감성

 대만 로맨스 영화에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화려하고 세련된 이미지 대신, 어딘가 촌스럽다. 허름한 골목 식당, 자전거나 스쿠터, 오래된 학교 건물 등. 그런데 그 풍경들은 우리의 옛 풍경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어딘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마치 나의 옛날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만약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말할 수 없는 비밀]과 [나의 소녀시대]를 재미있게 보았다면 [청설] 도 마음에 들 것이다.


감상 포인트 #3: [청설]이 특별한 이유

 [청설]은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이지만, 장애를 주제로 삼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줄거리는 이렇게 달라졌을 것이다.

형 (2016) 스틸 컷

 샤오펑은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서 청력을 잃게 되고, 올림픽을 준비 중이었으나 페럴림픽으로 전향한다. 도움이 필요해진 언니를 위해 양양은 더 열심히 일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런데 좌절하고 있는 양양에게 티엔 커가 나타난다. 양양은 티엔 커가 준 사랑과 용기에 힘을 얻는다. 결국 사오펑은 현실의 벽과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어서 금메달을 딴다...? 엥, 이거 완전 [형] 아니냐.

 [청설]은 다르다. 이 영화는 청각장애를 완벽하게 편견 없이 바라본다. 극 중에서 청각장애인이라서 무시를 당하는 장면은 없다. 인물들 스스로도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장애를 극복해야 할 무언가로조차 생각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그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살뿐이다. 샤오펑은 더 좋은 수영 기록을 위해, 양양은 언니의 꿈을 위해, 티엔 커는 양양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장애가 불편한 것이 아닌 걸 알고 나면, 영화엔 샤오펑의 꿈과 양양과 티엔 커의 사랑만 남는다. 수화 역시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영어, 중국어처럼 하나의 언어일 뿐임을 알게 된다. 감독은 편견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편견을 없앴다. 그 덕에 관객은 편안한 마음으로 인물에게 몰입할 수 있게 되고,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따듯해진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게 있다

+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주연을 맡았던 천옌시가 샤오펑 역으로 등장한다.

+ [청설]이 곧 한국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라고 한다! 미리 봐 두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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