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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신팀장 Jul 15. 2021

관광연구원만 아는 초특급 여행 꿀팁 1편

여행 고수가 되고 싶다면 로컬 서점에 들려보자.

코로나가 아직도 기승이지만 우리의 여행 욕구는 불철주야 잠들지 않는다. 걱정은 되면서도 지금도 많은 이들이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여행 가서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할까라는 행복한 상상 중일 것이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대다수는 첫 번 째 스텝으로 네이버나 인스타그램 검색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것이다. 여행지가 정해졌으면 그 다음은 숙박을 예약할 것이고 부지런한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할 체험거리도 미리 찾아놓을 것이다. 흠...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포토스팟, 유명 맛집이나 까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코로나 시국에는 영 위험하다. 네이버에 oo 여행이라고 검색해서 나오는 가볼만한 곳 검색 결과나 블로그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다 거기서 거기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여행 정보들만 검색이 되는 것이다. 


여행을 자주 다녀서 웬만한 여행지들이 식상한 이들에게는 네o버, 인스o그램 외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무언가의 첫 번째로 나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로컬 서점에 먼저 들려서 지역 가이드북을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물론 지역 가이드북을 여행 가기 전에 근처 서점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지역의 가이드북이 없을 수도 있다. 또한 지역 로컬 서점에 들리면 가이드북 외에도 주인장의 취향에 맞게 구비해 놓은 다양한 서적들과 지역의 아기자기한 굿즈들까지 같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서점에 들리는 것 자체가 여행의 큰 즐거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로컬 서점에서 가이드북을 구매할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춘천은 집에서 안 막히면 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어 올 해에만도 서너번을 다녀왔다. 세 번째 갈 때는 꼭 가 보고 싶은 에어비앤비 때문에 숙소부터 덜컥 예약을 하긴 했는데 이전 여행을 통해 닭갈비도 먹을만큼 먹었고, 중도물레길에서 카누 타며 감탄도 해봤고, 춘천 KTNG 상상마당에서 좋은 경치도 실컷 구경했고, 오가닉 카페라는 꽃이 만발한 인스타 핫플에도 다녀왔다. 

세 번째 춘천여행을 단행하게 한 황홀한 풍경의 에어비앤비 테라스에서 이 닦는 아들

더 이상 할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궁리를 하다 춘천 독립 서점이라고 검색을 하니 데미안 서점과 책방 마실이라는 곳이 눈에 띄었다. 일단 너무나 예쁜 외관의 책방 마실을 찾아 나섰다. 양옥 주택을 개조한 것으로 보이는 이 책방은 책과 담 쌓은 우리 아들만 아니라면 몇 시간이고 앉아있으며 책을 읽고 싶은 너무나 소담하면서도 편안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우리의 세 번째 춘천 여행을 특별하게 바꿔 준 '춘천' 이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은 21세기북스에서 펴내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4번 째 편이었다.  그 지역의 출신이거나 지역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이 도슨트가 되어 지역을 소개하는 콘셉트의 가이드북인데 여행지에 대한 정보만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저자의 인문학적 지식을 곁들여 정말 도슨트가 해설을 하듯이 여행지 소개를 하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25개의 여행지가 여행지가 소개되고 있었는데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육림고개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한 뉴트로 고갯길)' 와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 (국내 최초 원두커피가 춘천에서 시작된 사연)' 이었다. 

춘천 독립 서점 책방 마실

뉴트로 고갯길과 국내 최초 원두커피라니? 없던 호기심도 생길만한 키워드였다. 그리고 올 해만 춘천에 세 번째인데 내가 아직도 모르는 가 볼만한 곳이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아직도 갈 곳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육림고개로 향했다. 육림고개는 말 그대로 고갯길이었다. 옛날에는 고갯길을 따라 생긴 가게와 점포들로 항상 문전성시였지만 대형마트가 생기며 거의 폐허가 된 것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최근에 부활했다고 책에 적혀있었다. 직업상 출장을 다니며 레트로 콘셉트의 현장을 무수히 다녀봤지만 이 곳은 평지가 아니라 고갯길에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 경관상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메인 고갯길에는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밀전 집이 있는가하면 최신 트렌드로 무장한 청년 주인의 음식점과 카페들이 사이좋게 공존해 있었다. 이런 New&Old의 콜라보도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메인 고갯길에 연결되어 있는 샛길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만나는 좌우의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에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육림고개의 샛길 풍경

어쩌다 농부라는 청년 사장님의 음식점에서 잊지못할 식사까지 마친 후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관으로 향했다. 책에는 에티오피아가 처음 커피가 발견되어 커피의 고향이라고 불린다는 이야기와 함께 우리나라에 1968년 처음 등장한 원두커피는 바로 춘천의 한국 최초 로스터리카페 이디오피아집에서였다고 나와 있었다. 이 카페는 한국전 참전 기념관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해 있었고 커피를 주문했다. 워낙 미각도 둔하고 기억력도 감퇴해 아쉽게도 커피맛이 어땠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에티오피아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보이는 각종 기념품들로 에티오피아 식으로 꾸며진 카페 분위기만은 선명히 기억이 난다. 게다가 이 곳에는 당시 에티오피아 황제가 보내 친필 휘호까지 있으니 가면 꼭 구경해 보시기를 바란다. 

내내 감탄을 선사했던 어쩌다 농부의 밥상

가족 여행을 하다보면 9살 아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사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항상 있게 마련인데 이 이디오피아집은 알고보니 바로 옆 공지천 자전거길 입구에 자리잡고 있어 자전거족의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아들에게 자전거를 타자고 제안하니 좋단다. 그렇게 맞은편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온 가족이 자전거로 공지천을 달렸다.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여행에는 항상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 있다는 것! 항상 예상되는 일만 반복된다면 인생은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하지만 일상에서보다 여행에서는 예상치 못한 그 무언가를 (그것이 때로는 안 좋은 일일 수도 있지만...)훨씬 더 자주 만날 수 있고 그것은 바로 나를 항상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한 시간 가량 온 가족이 호수의 청량감을 느끼며 자전거를 타고나니 서점에서 시작된 오늘의 여행이 풍성하게 마무리되고 있다는 기쁨이 몰려왔다. 

그리고 얼마 후 속초 여행을 떠난 나는 주저없이 첫 코스로 속초의 동아서점을 택했다. 이번에는 '속초' 시리즈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갔다. 그런데 서점 주인께서 "혹시 원하시면 저자 싸인 해 드릴까요?" 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알고보니 속초 편의 김영건 저자는 63년째 속초를 지키고 있는 동아서점의 3대 주인장이었던 것이다. 아니 이게 웬 횡재란 말인가? 기분 좋게 저자 싸인을 받고 내친 김에 기념 사진까지 찍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서점을 나왔다. 이렇게 가이드북과 함께 나의 속초 여행은 시작되었다. 


속초 동아서점의 주인장 김건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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