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광업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로컬크리에이터'이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비즈니스 영역은 관광업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로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시각에서 발굴된 콘텐츠들은 참신하고 특별하다. 그리고 그것이 여행상품으로 발전되면 기존의 대형 여행사에서 내놓는 유명 관광지 찍기식의 상품이 아닌 전혀 다른 상품이된다.
최근 히든싱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등을하며 혜성처럼등장한 가수 이승윤과도 같이 장르가 곧 이승윤인 유일무이한 상품이라고나 할까?
나는 대한민국테마여행10선 사업을 진행하며 자기만의 색을 영롱하게 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을 접하게 되었다. 오늘은 무더운 여름이니만큼 남쪽빛 바다를 간직한 통영의 로컬크리에이터 '통영이랑'과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을 먼저 소개해보려 한다. 통영이랑을 처음 알게 된 건 '통영 60분 투어'를 통해서였다. 낮과 밤에 각각 한 번씩 진행되는 이 투어는 통영 토박이를 따라다니며 통영 사람이 아니라면 알지 못했을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진행되는 워킹투어이다. 예전에 통영에 갔을 때 바닷가 산책하고 케이블카를 타는 것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고 느꼈던 나는 이 통영 60분 투어가 참신하다 생각했다.
통영60분투어
그런데 테마여행10선 홈페이지에 올릴 로컬크리에이터 콘텐츠 작성을 위해 통영이랑 홈페이지를 유심히 들여다보던 나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장기 스테이 상품을 발견하고는 통영 앓이에 들어갔다. 이중섭 화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여행 상품, 통영 장인으로부터 나전칠기 또는 목공예를 배우며 틈틈이여행을 하는 상품들은 나에게 어서 빨리 통영에 오지 않고 뭐하냐며 손짓하고 있었다. 직장에만 매여있지 않다면 (그리고 애도 딸려있지 않다면...)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통영으로 야반도주하고 싶게끔 하는 이런 상품들은 로컬에 대한 이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들이었던 것이다. 통영이랑 홈페이지에 오래간만에 들어가 보니 탄소 없는 여행 등 새로운 여행 상품들이 눈에 띈다. 올여름 통영에 갈 계획이 있다면 통영이랑의 여행 상품과 함께 조금 더 특별한 여행을 즐겨보길 바란다.
두 번째 바다 여행지는 부산이다. 부산하면 보통은 최고급 호텔에서의 호캉스가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는 호캉스까지는 아니지만 10년도 더 전 해운회사에 다니던 시절 출장으로 간 부산의 해운대에 위치한 고급 호텔에서 눈부신 일출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신입 직원이 누리기에는 꽤나 호사스러운 경험이었던 지 그 뒤로는 내 돈 주고 부산에서 그런 호텔에 묵은 경험이 없어서인지 어쨌든 그때의 경험은 내 뇌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부산에서 그때의 경험에 필적할 만한 또 한 번의 소중한 추억을 '오랜지바다'라는 곳에서 만들 수 있었다. 오랜지바다는 광안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탁월한 광안리 뷰를 자랑하는 기념품 편집숍이자 DIY 체험 공간이다. 이곳 역시 테마여행10선 사업을 하며 알게 된 곳인데 이곳에서는 지역 작가들이 디자인한 굿즈들을 판매하기도 하고 광안리 바다에서 주운 조개껍데기와 모래 등을 활용해 나만의 기념품을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곳이다. 한 번은 취재차 들려서 팀원과 함께 부산 로고를 넣은 나만의 파우치 만들기 체험을 했고 두 번째 방문 때는 아들과 함께 바닷가에서 주운 모래와 조개로 장식한 액자를 만들었다.
좌)내가 만든 부산 파우치 우)오랜지사다에서 파는 부산 노트
바닷가에서는 으레 커피숍에 들어가서 바다나 보는 게 다였는데 바다를 보며 내 손을 써서 그리고 현지의 재료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특별한 추억이 아닐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과 부산에서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오랜지바다가 정답이다.특히나 큰 맘먹고 부산에 갔는데 비가 온다면 오랜지바다에서 비 내리는 광안리를 바라보는 맛도 일품이다. (아들과도 비 오는 날에 오랜지바다를 찾았더랬다.)
여름엔 바다가 대세지만 이 대세를 따르지 않고 산과 숲을 찾는 분들에게도 소개할 로컬크리에이터가 있다. 바로 문경의 리플레이스 (replace)다. 리플레이스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청년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로컬크리에이터 팀은 지역의 오래된 공간을 재생하는 것이 주특기다. 이 팀은 문경 산양면에 위치한 오래된 양조장을 산양정행소 라는 근사한 카페 겸 베이커리로 개조해 운영하고 있으며 화수헌이라는 이름의 옛 한옥을 카페로 운영 중이다. 옛 것이 재능 있는 젊은 이들을 만나 환골탈태 한 격이다.
산양정행소 내부. 정행은 여행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올봄 테마여행10선 사업을 같이 진행 중인 A팀장이 문경에서 괜찮은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았다며 여행상품을 만들었는데 시범투어에 참가하지않겠느냐고 권유를 했다. 문경은 문경새재밖에 없다고 생각하던 내게 문경에 뭔 상품 거리가 있을까 싶어 상품소개서를 먼저 달라고 했더니 문경선비여행이라는 이름의 감성적으로 디자인된 상품소개서 겸 스탬프북 파일을 건넨다. 대충 살펴보니 의상도 빌려주고 음료 제공에 특산품 제공 등 준다는 게 많다니 공짜 좋아하는 나는 냉큼 문경행을 결정했다.
산양면의 벚꽃길
이 상품은 산양정행소 맞은편의 사진관(이곳도 리플레이스가 개조해 운영하는 곳이다)에서 맘에 드는 옷을 빌려 입는 것으로 시작된다. 양반들이 입던 도포도 있고 개화기 의상도 있는데 난 개화기 의상을 택했다. 레이스 달린 모자까지 얹어 쓰고 산양정행소로 가서 파일로만 봤던 스탬프북을 받아 들고 자전거를 빌렸다. (킥보드도 빌릴 수 있지만 꽤나 빠른 속도에 겁이 나 포기했다!) 때는 바야흐로 벚꽃이 만발하는 4월. 산양면이 벚꽃 명소인 줄도 모르고 왔는데 세상에 전국 팔도 어떤 벚꽃 명소에 뒤지지 않을 만큼 탐스런 벚꽃 가로수가 펼쳐져있고 그사이를 봄바람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컨버터블 BMW를 타고 하와이의 도로를 달리는 기분과도 필적할 수 있을듯하다.
좌)주암정에서 스탬프북과 우)화수헌에 주차한 든든한 애마
바위 위에 한 폭의 산수화같이 놓여있는 주암정
중간에 만난 주암정 (선비들이 공부하던 정자다)의 풍광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열심히 페달을 밟아 휴식이 필요할때즘 도착한 화수헌 한옥카페에서는 일용할 음료를 공짜로 제공해 주시니 한옥 한 켠에 앉아 그 옛날 선비들이 느꼈을 풍류와 여유를 나도 느껴본다.
산양정행소로 다시 돌아오니 오늘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 열 장을 골라주면 바로 인화를 해주신단다. 이렇게 세심한 배려라니! 구석구석을 다니며 찍은 스탬프가 모인 스탬프북을 건네니 푸짐한 지역 특산품 꾸러미까지 주신다. 끝까지 감동의 퍼레이드가 아닐 수 없다.
화수헌 한옥 카페
여기까지 들으셨다면 문경에 간다면 꼭 이 상품을 이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