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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드너초이 Aug 27. 2019

오늘의 정원 (19.08.18)

꼼수와 돌 심기

해가 유난히 쨍쨍한 날입니다.

태풍 오기 전보단 선선하지만 그래도 따가운 태양 덕분에 금세 땀이 줄줄 흐르는 날입니다.

늦잠 자고 일어나 또다시 잡초를 뽑는 게으른 인간 정원사를 혼내러 오는 정원사 1호 고양이..

는 무슨..

따사로운 태양 볕에 몇 분 못 버티고 혼내러 올 땐 웅이 야야야 야옹하면서 존재감 발휘하던 녀석이 어느새 조용히 저~쪽 그늘에 자리 잡고 신선처럼 누웠습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며칠 째 태풍의 여파로 비가 계속 내려 정원에 물을 안 주기 이틀째,

깜빡하고 화분에 심어져 있는 녀석들 마저 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정직한 식물들입니다.

노지는 수분을 머금고 있지만, 화분은 흙의 양도 적고 부피도 적어 머금고 있는 물은 금방 증발되기 마련입니다..

이걸 까먹고 이틀이나 물을 주지 않고 양지에 방치해두었더니, 이렇게 꼬부랑꼬부랑 말라서 하얗게 되어버렸습니다.

허겁지겁

전정가위를 들고 와서 숏컷으로 확!

그리고 물을 듬뿍듬뿍!

제발 살아남길..


오픈일이 다가오면서 정원도 하나씩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태풍에 폭우가 쏟아지며 많은 흙이 유실되었기 때문에 화단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흔히 '화단 분리대'라고 불리는 녀석들은 가격도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얼핏 저렴해 보이지만, 워낙 정원 부지가 큰 탓인지 그 금액만 해도 기둥 하나 값이라..

며칠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남아도는 돌들을 모아 화단을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물과 함께 흙이 흘러넘치지 않도록 큼직큼직한 돌들을 가져와 심어주었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사람 손을 타서 그런지 많이 인공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동안 밭을 일구고 정원을 일구면서 돌을 캐내며 원수처럼 생각했는데, 이렇게 쓰일날이 옵니다.

화단을 분리해주면 보행로를 좀 더 보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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