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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드너초이 Aug 27. 2019

고양이, 정원, 잡초 (19.08.17)

털수염풀, 꿩의다리

아침부터 맞이해주는 반항기 가득 사춘기 고양이 정원사 2호입니다.


오늘은 잡초 좀 뽑아 볼까.. 하며 눈을 부릅뜨고 정원을 탐색하던 중...!

아... 이게 무슨 일일까요..?

그 강인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는 러시안 세이지가 이파리가 모두 말라비틀어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 뭐가 문제일까...

이 녀석들은 양지에서 자라야만 건강하게 곶게 자라는 녀석들입니다.

오히려 반음지에 가져다 놓으면 힘없이 비실거리면서 바닥을 긴다고 합니다.

완전 양지인 한들한들 정원에서 이게 무슨 일일까 싶어 서둘러 구글에 검색을 해봅니다.

유일하게 가능성 있는 대답은 이것.

'태풍으로 인한 폭우로 인해 뿌리가 상한 것.'

배수가 잘되야하는 곳에 있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약간 건조하게 키우는 게 좋은 녀석인데

며칠 때 태풍이며 뭐며 계속 비가 들이치는 와중에 물이 제대로 빠지지 못하고 고였었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상한 가지는 모두 잘라내어 줍니다. 다행히 아주 죽은 건 아닌지, 줄기 아래에 새순이 파릇하게 자랍니다.


고양이 정원사 1호는 일은 돕고 싶지만 더운가 봅니다. 자꾸 그늘을 찾아 제 품 속에 자리 잡고 누워버립니다.

거슬리긴 하지만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최적의 위치를 찾은 똑똑한 녀석입니다.

웬만하면 식물을 안 건드리는 녀석들이지만 이렇게 꼬리로 탁탁 쳐주면서 벌레를 쫓나 봅니다.

그러다가 장난기가 올라오면...

식물들 사이에서 부비부비 하고 난리가 납니다.

식물 아야 하게 하면 혼나는걸 잘 아는 녀석. 고양이 정원사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제일 돌도 많고 황폐한 정원 한 구석은 이렇게 털 수염 풀과 꿩의다리를 함께 심어주었습니다.

털 수염 풀 사이에 보이는 꿩의다리의 연둣빛 이파리가 서로의 개성을 더 살려주는 듯합니다.


황새풀은 자라다가 자라길 멈춘 듯 애매한 상황입니다.

꽃을 보고 싶었는데..

토양이 산성도가 안 맞는 건지, 유독 전체적으로 자리를 못 잡는 녀석입니다.


괜히 고민이 들게 하는 오늘의 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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