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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Jun 21. 2021

우리는 왜 누구나 한 번쯤 이민을 꿈꿔볼까?

호주로 이민 간 한국인들이 이야기하는 이민 동기


몇 년 전 한국사회에서는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번졌던 적이 있었다. 헬조선이란 단어 사용이 그때보다는 줄어든 지금, 한국은 과연 살기 좋은 사회가 된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헬조선 탈출만이 답일까? 후자의 질문에 더 공감한다면 아마도 한 번쯤은 이민이란 선택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한국인 이민자들은 왜  편하게 살 수 있는 고국을 버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고행길을 선택했던 것일까? 에 대한 답은 아마도 OECD 자살률 1위, 최저 출산율 1위, 최장 근로시간 3위(2019년 조사 기준) 지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살률과 최저 출산율은 근 10년 이상 연속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 지표들만 보면 한국은 현재 살아가기 팍팍하고 아이를 키우기에도 힘든 환경이다. 또한 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일과 가정의 균형 추구도 어려워 보인다.


위 지표들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과 원인 추론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많은 한국인들이 현재 삶에 만족하고 웰빙(wellbeing)하고 있을 가능성은 적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만약 한국에 살고 있던 누군가가 이민을 선택했다면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가져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 이민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기대와 꿈


한국에서는 새벽에 출근해 밤에 퇴근하는 쳇바퀴 도는 생활.. 그 안에서 뭐든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치열한 경쟁.. 너무 숨 막혔어요. 그런데 호주를 생각하면 일찍 퇴근해 공원에서 피크닉 하고 수영장에서 파티하는…그런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 이민 왔어요.


많은 이민자들이 선진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이민을 결정한다고 한다. 선진국은 티브이 등 언론매체를 통해 깨끗한 자연환경, 여유롭고 편안한 삶의 모습 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많이 소개된다. 그러한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자신의 긍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무의식적으로 좋은 이민지를 학습하게 된다. 실제로 필자가 만난 한국인 이민자들은 한국을 경쟁이 치열해 살기 빡빡한 사회, 호주를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느긋한 삶을 사는 사회라고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구체적으로 그들은 이민 동기와 관련해 한국 직장에서의 불안감을 특징적으로 토로했다. 지금은 비록 자신이 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권고사직 등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10년 20년 후에도 여기서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퇴근 후 또는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해 발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더욱이 기술직 같은 경우 그 노동가치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불만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들은 호주에서 자신이 확실한 기술만 있으면 제대로 대우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와 권리가 한국보다는 확실히 지켜지고 있어 일하는 시간에만 딱 집중해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쉴 수 있는 인간다운 근무환경을 기대했다고 한다.


한국에 있으면서 좀 정체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이죠.


그 밖에도 자기 삶을 발전시키기 위해 이민을 택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민을 가장 많이 택하는 연령대는 결혼, 이직 등 커리어 및 삶의 변화가 많이 이루어지는 30대 초중반이다. 고국보다 더 나은 취업 환경에 기대를 품어보기도 하고 이민을 기점으로 전혀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해 볼 수 도 있다. 또한 이민을 통해 다양한 인종, 국가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내 삶의 지평을 넓혀갈 수도 있다.


여자들의 경우, 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어느 정도 아이가 성장한 후에는 늦게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거나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설사 이 계획이 잘 성사되지 않더라도 영어 하나만이라도 건질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이 도전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호주가 다양한 시도를 포용하는 사회분위기와 안락한 노년을 보장하는 사회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그들의 꿈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이민은 어쩌면 결혼, 사별, 이직 보다도 더 크게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대한 사건이다. 좋은 방향으로 개인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쌓아온 인적자원, 지식, 경험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 부담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을 택했다면 그만큼 한국 사회가 그들에게 주는 불안감이 커 기존의 삶을 바꿔보고자 이민을 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민을 선택한 이들의 이민 전 기대와 꿈을  돌아보는 것은 한국인 이민자들 뿐만이 아니라 이민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국인 이민자들의 경우, 그들의 꿈과 기대는 그들에게 중요한 우선순위이고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느냐가 민족스러운 이민생활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민 후 적응이 매우 어렵고 이민 현실이 너무 고되게 느껴질 경우, 그들이 처음에 쌓았던 기대를 다시 돌아보고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후속 작업을 통해 한국인 이민자들의 적응을 도울 수 있다. 또한 한국에 살고 있는 예비 이민자의 경우 먼저 건너간 사람들이 그들의 기대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실현시켜나가는지를 모니터링해 내 삶에 적용, 나만의 기대를 만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작업 자체가 훌륭한 이민 준비 및 적응 과정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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