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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Oct 14. 2021

영어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 공포증 극복

유리멘탈 심리학자의 영어 발표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여간 공포스러운 일이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이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소수의 사람과 대화하는 것과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표자는 청중에 따라 내용 구성과 화법을 달리한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발표할 때 느끼는 공포 반응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면 긴장되고 땀이 나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긴장감에 휩싸여 발표 중에 하려던 말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말도 더듬더듬 거리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지고 어쩔 줄을 몰라하기도 한다. 편안한 자리에서는 말을 매우 잘하는 사람도 일단 이목이 집중되면 잘하던 말도 못 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대중 앞에서의 연설이 창피하고 수치스러워 그 상황에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 지속적으로 발표를 두려워하고 극도로 그런 기회를 피하게 되는 경우는 문제가 된다. 최선을 다해 회피하다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닥쳤을 때면 어김없이 과도한 불안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고통스러워한다. 스스로 이러한 공포가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만 그 인식이 자신의 공포 반응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자신의 직업적, 사회적 생활에  피해가 막심할 경우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보통 사회불안장애는 여러 사회적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이런 공포가 대중 앞에서 말하거나 수행하는 것에 국한될 때 수행형 단독으로 명시된다.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는 아주 심한 경우겠지만 보통 사람에게도 발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영어도 유창하게 잘하는 수준이 아닌 내가 어떻게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했는지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나름의 실패와 성공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 앞에 서서 말하는 것을 매우 불편해하는 보통의 소심인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조별 발표 수업이 있으면 발표자를 피하기 위해 자료 조사를 적극적으로 자처했다. 운이 나빠 나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에서는 그야말로 발표를 피하기 위한 열띤 투쟁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석사를 마치고 취업해 일할 때까지 개인 발표가 있을 때면 그래도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서 어떻게든 해내긴 한 것 같다. 그냥 마치기만 했을 뿐이지 잘하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지만 끝나고 나면 발표의 두려움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에 그저 기뻤다.


사건은 호주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벌어졌다. 단과대 박사과정 학생, 연구원 및 교수들 앞에서 10분 정도 자신의 연구 소개 발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 평가와 같이 심각한 자리는 아니었고 같은 단과대에서 서로 무슨 일 하는지 알고 친해지기 위한  네트워킹 성격의 자리였다. 일단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그전에 해왔던 것과 뭐가 그리 다를까 싶어 한국에서 하던 대로 준비했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들고 발표할 내용을 스크립트로 정리해 외우고 리허설을 했다. 발표 당일 너무 긴장되었지만 평가를 위한 자리가 아니고 친목을 위한 자리라고 내 자신에게 되뇌며 긴장을 다스렸다. 당시 장소는 콘퍼런스용으로 많이 쓰이는 호텔 룸이었다. 사람들은 80명 정도 되었고 같은 단과대라지만 타전공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해 내 눈에 익은 사람들은 약 30명 내외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고 마이크 앞에서 청중을 바라본 순간 그 방의 모든 눈동자가 나를 향해 집중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하고 본격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려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딱딱하게 굳어 말을 제대로 뱉을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보며 따라가려고 해도 머릿속이 하얘졌다. 단상 앞에 놓아둔 스크립트를 보려고 해도 글씨가 눈에 안 들어와 읽을 수가 없었다. 마치 매직아이처럼 종이 위에 단어들이 떠다니는 느낌이랄까. 슬라이드 첫 번째 장부터 막혀 찰나의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등에서는 땀이 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그렇게 몇 번 버벅대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사실은 내가 한국에서 왔는데 영어 발표를 처음 해본다.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막상 실전이 되니 너무 떨려서 준비한 것들을 다 잊었다. 그냥 스크립트를 읽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장소에서 내가 무슨 말하려나 심각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본다 생각했던 사람들 표정이 모두 온화한 표정으로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이해해.’라는 표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다행히도 나를 이해해주는 분위기에 몸과 마음이 풀어졌고 당당하게 스크립트를 눈앞에 바로 올려 그것을 읽으며 발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연히 창피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한 사람이 없었고 처음이니까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당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미스터리하다. 여하튼 아무리 내가 유리멘탈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당당했기 때문에 그 사건으로 인해 입은 심리적 타격은 적었다. 하지만 그 발표가 실패인 것은 분명했다.




그 후로 6개월이 흐른 뒤, 박사 과정 입학 1년이 되어 박사과정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한 시간 가량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닥쳤다. 이전에 경험했던 10분이 아니라 1시간의 발표라는데 시간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다. 또한 그 자리에서 1년 동안 수행해온 문헌 연구와 수집한 파일럿 데이터를 통해서 전체 연구 프로젝트의 타당성과 중요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평가의 자리라 부담이 컸다. 최악의 경우 여기서 실패하면 박사과정에서 탈락할 수 있어 심적 부담은 어마어마했다. 종전에 실패를 경험 삼아 영어가 미숙한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영어 발표 능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제출해야 하는 문서 작업 시간은 별도로 프레젠테이션 발표만 약 한 달 정도 준비한 것 같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내가 쏟은 노력을 나타내는 심리적 마지노선과 같은 것이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최소한의 기준 같은 것이다. 사람마다 그 기준은 다를 것이고 자신만의 기준을 따르면 될 것 같다. 다음은 그 기간 동안 내가 사용했던 전략들이다.


# 발표의 본질은 내용

 

우선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했다. 전달하는 방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본질은 내용이라는 생각에 제출해야 하는 연구 프로젝트 문서 내용이 탄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했다. 적어도 내용으로 공격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도교수 팀의 피드백을 받아 내용을 향상시킨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지도교수라고 모든 내용을 다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분들의 경우 따로 타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았다. 이렇게 작성된 제출 문서를 바탕으로 스크립트와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고 언어 전문가에게 검수를 받았다. 발표용으로 적절한 영어식 표현을 더 다듬었고 그 앞에서 직접 리허설도 해서 실제 말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형식도 검수받았다.

 

# 잘된 발표 형식을 모방


내용을 탄탄하게 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후에는 다른 박사들의 세미나에 참석해 그들의 발표 방식에 대해서 관찰했다. 각각의 연구 주제는 다르지만 같은 목적의 프레젠테이션이라면 전체 구조는 거의 비슷하게 구성되고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일정이 잡혀있는 세미나들이 한정적이라 참고할 수 있는 표본이 적어 추가적으로 온라인에 있는 명사들의 강연을 참고했다. 그때 참고했던 샘플은 Ted 영어 강연 중에 나와 비슷한 발표 시간으로 진행된 심리학 주제의 강연이었다. 그것의 핵심 내용 전달 방법, 내용 구성 배분, 영어의 빠르기, 제스처와 표정과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내가 느끼기에 영어 강연은 한국어 강연과 비교했을 때 더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내가 샘플로 삼은 강연의 경우 탄탄한 드라마를 보듯이 기승전결이 완벽한 하나의 이야기와 같았다. 또한 서있는 자세, 표정과 손동작이 매우 자연스러워 흡사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무대 같았다. 지루할 수 있는 연구 나열 부분을 속도감 있게 넘어가고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유머를 통해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감동 코드로 자신이 정말로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인데도 나에게 일대일로 이야기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야 당연히 저렇게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흉내라도 내고 싶었다.


#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연습


어떤 형식으로 발표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형태가 잡힌 이후에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발표를 연습해보았다. 6개월 전 실패의 경험에서는 발표 내용을 다 외우는 과정이 연습이라고 생각해 혼자 외우는 것에 집중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양한 청자 앞에서 연습을 반복했다. 내 발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같은 분야 전문가, 다른 전공 박사들, 다른 나라 출신의 일반인 등 청자의 조건을 달리해서 발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았다. 이 다양한 의견은 발표를 내용적으로 더 발전시켜준 것은 물론 발표 후 예상되는 질문 리스트를 작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반복 연습을 통해서 자신감이 올라가고 발표 내용에 친숙해졌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 시간 가량인 모든 발표 내용을 외우게 되었고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 실제 장소에서 리허설


앞선 실패의 경험과 연습을 통해 미루어볼 때 나의 긴장도에 따라 발표 시간과 질이 큰 편차를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 장소에서 미리 긴장감을 느껴보고 그 긴장감 속에서 연습해 보았다. 연습할 때는 실전처럼 마이크와 기계 체크도 병행했다. 이러한 사전 체크가 중요한 이유는 어느 정도 크기로 이야기해야 발표 장소 끝까지 전달되는지 미리 알 수 있고 발표 당일 닥칠 수 있는 화면 오류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제 장소에 사전 방문하여 연습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라면 최대한 같은 조건의 장소를 이용하거나 내가 압도당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주는 장소에서 연습해보는 것도 좋다.


# 이미지 트레이닝


장소 사용이 여의치 않은 시간에는 머릿속에 그 장소에서 발표하는 제 모습을 떠올리며 반복적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는 실제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테니스 연습을 주제로 실제 연습을 한 그룹 , 이미지 트레이닝만 한 그룹, 전혀 연습하지 않은 그룹 이렇게 세 그룹으로 나누어 성과를 측정한 결과 당연히 실제 연습한 그룹이 가장 성적이 높았다. 하지만 이미지 트레이닝 그룹이나 연습하지 않은 그룹이나 실제로 연습하지 않은 것은 똑같은데도 불구하고 이미지 트레이닝 그룹이 성과가 더 좋았다. 반복된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기에는 체력과 시간문제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이미지 트레이닝은 이 한계를 적절하게 보완해준다고 생각한다.


# 인지 재구조화와 적절한 보상 


연습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마음가짐, 태도 변화이다. 이를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피하고 싶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려지게 만드는 대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내 이야기를 1시간 동안 떠들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사람들은 가십을 좋아하지만 생각보다 남 일에 관심이 없다. 주위에 남 이야기를 인내심 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내 얘기는 성의 있게 들어주지도 않고 말하는 도중에 여기저기서 끼어들어 자기 얘기만 해대는 일이 보통이다. 이렇게 말을 끊길 위험 없이 오롯이 나만 얘기할 수 있는 자리에서 내 연구를 소개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라고 계속 생각했다. 또한 나 자신에게도 보상을 했다. 평소라면 손 떨려 살 수 없었던 비싼 정장을 발표용 옷으로 샀다. 역시 사람은 자본주의의 노예인가 보다. 그 옷을 빨리 입어보고 싶어지니 프레젠테이션이 그렇게 공포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이미지 트레이닝 때도 그 옷을 입고 멋지게 성공하는 모습을 그렸다.


# 한 사람에게 이야기하듯이 전달


6개월 전 단과대 발표에서 초장부터 망한 가장 큰 이유는 청중들의 시선에 압도당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 앞에서 연습하면서 느낀 점은 실제 프레젠테이션 때도 이렇게 아는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듯이만 하면 최소한 망할 일은 없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중은 다수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는 한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나와 가장 가깝고 편한 사이의 박사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세미나가 열리는 장소에 미리 같이 방문해 발표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많이 가는 자리를 정하고 발표날 그곳에 앉아 줄 것을 부탁했다. 내가 너를 보고 이야기하듯이 발표할 테니 혹시라도 긴장해서 말이 지나치게 빨라지면 손짓을 해달라고도 했다.


# 전날의 준비


모든 연습과 준비는 그전에 다 끝내 놓고 발표 전날은 일상적인 일을 하며 긴장을 푸는데 집중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내 발표 전날 같은 전공 박사과정 친구의 세미나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호주인이었고 어린 나이임에도 출중한 능력으로 인정받는 승승장구하는 친구였다. 6개월 전 내가 망친 단과대 발표에서 아주 잘했음은 물론이다. 그 친구의 발표날 나는 발표자가 대각선으로 보이는 맨 첫 줄에 앉아있어 단상 뒤 발표자의 몸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발표 시작 전 그 친구가 미친 듯이 손을 떠는 것이 아닌가. 긴장해서 정상적으로 손을 떠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조금 있으면 기절하겠다 싶은 정도였다. 그것을 보고 언어 문제가 전혀 없고 이 발표로 인해 불이익받을 것이 전혀 없는 준비된 사람도 저렇게 긴장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 친구보다 한참 떨어지는데 그런 내가 불안을 느끼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 불안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니 굳이 억지로 막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떨자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망의 발표 당일, 당연히 많이 떨렸지만 미리 세팅해놓은 대로 부드럽게 미소 띤 친구의 얼굴을 보고 말하니 긴장이 점차 줄어들었다. 메인으로는 그 친구 쪽을 보았지만 다른 청중의 얼굴도 하나하나 보며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그 시간에 다 쏟아부었다 느낄 정도로 내 기준에서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마쳤다. 그 결과, 내가 무엇을 하든 마음에 안 들어하는 표정을 지었던 지도교수에게서 처음으로 만족한 얼굴을 보았다. 평가위원들과 참석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듣다 보니 얼떨떨했다. 6개월 전 실패의 경험이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결과처럼 느껴졌다. 철저히 깨지고 창피당하는 경험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가 보다.


나의 경험을 통해 소개한 것은 일상적인 수준에서 느껴지는 공포를 여러 전략을 사용해 대처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 그것을 과도하게 키우지 않고 나의 태도와 생각을 변화시키고 대응했다. 대중 앞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학습했고 긴장감이 고조되어 나를 덮칠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연습했고 이미지 트레이닝했다.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공포가 너무 과도해 혼자서는 제어하기 힘들다고 느낄 경우 병원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약물치료와 체계적인 인지행동치료로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면 위에 소개된 전략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발표 준비 일지를 써보도록 하자.


무엇이든 내가 몸으로 부딪혀 익혀야 한다. 실패를 딛고 익힌 이러한 노하우는 그 이후로 이어진 수많은 프레젠테이션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프레젠테이션은 어렵다. 반응이 좋았고 잘했다고 생각했던 스킬이 다른 발표에서는 적용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런 경우 발표 도중 많이 당황해 멈칫멈칫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당시의 작은 성공으로 인해 적어도 무작정 프레젠테이션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나의 준비에 의해서 결과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닌 사람에게는 내 경험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같이 소심한 사람에게는 크든 작든 상관없이 자신의 방식으로 이끌어낸 성공의 경험을 맛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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