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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May 27. 2022

한국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 외국에서도 잘 산다

어떤 사람들이 이민 가서 잘 살까?




이민 오면 누구나 공평하게 제로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니까요. 그저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뭐 집에 돈 없는 거야 제 잘못 아닌 거고 나만 잘하자라고 생각한 거죠.


이민은 개인의 인생 궤적을 크게 바꾸는 일인 만큼 보통 결심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큰 사건이다. 그래서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한 성인인 만큼 집안의 지원은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잘 살자고 부모님 노후자금을 빼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민 오면 제로에서부터 준비 땅!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결심 때문인지 이민 와서 열심히 안 사는 사람 보기 힘들 정도로 모두 열심히 산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 안 풀리고 기대만큼 못 사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적응해 잘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집에 돈이 많아서 더 유리한 출발선에서 시작했거나 어렸을 때 외국 거주 경험 있어서 언어 문제가 전혀 없거나 또 현지에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지인 또는 친척들이 많은 경우들은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이런 운 좋은 경우들을 제외하고 이민 와서 잘 적응해 잘 사람들에게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궁금하다.



한국에서 배울만큼 배웠고 좋은 직장에서 경력까지 쌓고 왔어요. 자신 있었다는 얘기죠. 저와 비슷한 스펙 또는 더 못한 조건으로 이민 온 사람들도 잘 적응해서 사는데 저는 왜 이렇게 헤매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들과 격차가 이렇게 벌어지는지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이민자들의 적응 속도가 차이 나는 것에 대해 연구자들은 이민과 관련된 스트레스에 이민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주목했다. 이민은 개인에게 큰 스트레스 사건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 내가 간절히 바랬던 좋은 것이면 스트레스가 없을 것이라 오해하지만 결혼, 대학 입학, 입사 등 기쁜 사건들도 개인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것을 더 잘 이해하려면 스트레스 반응 체계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할 때는 스트레스 반응의 결과를 나타내는 것이고 처음 시작은 스트레스 자극(stressor)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현실 세계에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잘 막아내면 거기서 끝이고 못 막아내면 스트레스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한 내가 잘 대처하지 못한 스트레스는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민 가면 온갖 천지가  스트레스 요인이다. 왜냐면 처음 접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을 막아내는 방어 체계에는 내가 스트레스를 막아내고자 사용하는 전략, 타고난 성격 등 내부 자원과 외부에서 끌어다 쓰는 외부 자원 등이 있다. 이 방어 체계가 미흡하다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질병이 생기는 것이다. 이민자들 중에 아픈 사람 많은 건 그냥 생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스트레스 자극(Stressor)에 대처하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방어 전략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방어전략에는 행동, 인지, 정서적 전략으로 구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민 사회에서 몸으로 부딪혀 하나하나 깨달음을 얻는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배워갈 수 있다. 또한 트러블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적용해 어려움을 해결할 수도 있다. 한국인같이 집단주의적 정서가 강한 문화권 사람들은 정서적 지지를 받아 어려움 이겨내려고 하는 성향을 나타내고 그밖에도 종교로 정서적인 지지를 받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개인의 성격과 많이 연관된 내적 자원이다. 이것에는 대표적으로 회복탄력성과 자기효능감을 예로 들 수 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정글 같은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들을 찾아내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여 살아남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대처 기술을 탐색하고 발전시켜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 임팩트를 최소한으로 하여 스트레스 상황에서 금방 회복되도록 만들어준다. 또 다른 내부 자원인 자기효능감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의 능력에 관한 일반적인 신념을 말한다. 자기효능감이 낮으면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쉽게 포기할 가능성이 높고 효능감 높은 사람이 성공적으로 적응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많다. 막다른 골목과 같이 힘든 이민 사회에서 회복탄력성과 자기 효능감은 포기하지 않고 시련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훌륭한 내적 자원들이다.


외부자원을 끌어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요인은 사회적 지지와 관련된다. 사회적 지지는 실용적 지지와 정서적 지지로 구분된다. 자주 바뀌는 이민 법, 비자, 거주 관련 정보 등 사람이 생존하는데 꼭 필요한 정보 등이 실용적 지지에 해당된다. 실용적 지지가 이렇게 현실적인 역할을 하는데 반해 정서적 지지는 긍정적인 개인 간 교류를 통해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정서적 지지의 원천은 현지인, 이민 사회 내에서 한국인 커뮤니티, 가족으로 구분된다. 말할 것도 없이 현지인의 정서적 지지는 가장 중요할 수 있고 이민자들의 정신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에는 이민 관련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고 정서적 지지를 통해 이민자들의 고립과 불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민자 커뮤니티가 현지 사회에 우호적 태도를 지니면 이민자들도 현지 사회에 적응할 확률이 높을 정도로 이민자들의 문화 적응과 웰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가족은 이민자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역할을 하는 사회적 지지이다. 요즘은 영상통화와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쉽게 소통 할 수 있고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만약 같이 이민 온 가족이 있다면 식구들끼리 문제 해결 능력을 공유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듯 스트레스 상황마다 스트레스 전략, 내적, 외적 자원 등 그 대처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것을 능통하게 다룰 수 있다면 이민 후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잘 적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 와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어요. 처음에는 언어를 익히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그것만 해결하면 다른 것들이 수월하게 풀려갈 것이라 생각한 것이죠. 그렇지만 오래 있다 보니 무엇보다도 나에게 닥치는 하나하나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민을 통해 내적 성장을 이룬 거죠”


이렇듯 스트레스 방어 능력이 높은 사람은 한국에서도 잘 살 가능성이 높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극복해야 할 시련이 왔을 때 어떻게 그것을 헤쳐나가야 하는지 대처전략을 잘 적용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며 주변의 인적자원까지 효율적으로 대동할 수 있는 쩌는 능력이라면 세계 어디서든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에 20 초반에 유학 또는 이민을 오면 이런 능력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일이 잘 안 풀린다며 우울할 것이다. 그렇게 어린 경우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부모 그늘 아래 비교적 안전한 길을 걷던 사람이었다면 이민 후 겪게 되는 것들이 많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부딪히는 상황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괜히 이민자들에게 우울과 불안 유병률이 높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이민과 같은 큰 결심을 하고 한국을 떠나온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도전을 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스트레스 방어 스킬들은 빠른 시간 내로 개발되지 않는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경험하며 깨달아야 느는 것이다. 기다리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미숙한 자신과 어려운 시절을 참아낸다면 어느새 몰라보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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