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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Jun 14. 2022

쉽게 따라 하는 영어 글쓰기

영어 글쓰기 그렇게 무섭지만은 않다


글쓰기는 어렵다. 모국어로 쓰는 것도 어려운데 영어로 쓰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여행, 단기 어학연수 등과 같이 내가 돈을 쓸 때 주로 사용하는 영어는 스피킹이다. 하지만 돈 버는 영어에는 라이팅이 중요하다. 일할 때 보면 알겠지만 결국 증거는 서류로 남아 내가 무엇을 썼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서른 살이 넘어 호주로 박사 유학을 갔고 그전까지 영어 라이팅은 아이엘츠 라이팅을 준비한 경험뿐이었다. 영어권 국가에서 학사부터 영어 글쓰기를 차곡차곡 발전시켜 나간 경우가 아니라 준비가 많이 부족해 너무 막막하고 두려웠다. 그래서 모국어든 영어든 상관없이 글쓰기의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했었다. 그때 나름 나의 영어 글쓰기의 길잡이가 됐던 것들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온라인 글쓰기 강좌와 연구실 게시판에 붙어있던 “How to write 1000 words a day (and not go bat shit crazy)라는 제목의 블로그 인쇄 글이었다. 그 블로그 글은 한 박사가 어떻게 많은 분량의 박사논문을 써낼 수 있었는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한 글이다. 그분이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나눈 것과 비슷하게 나도 늦은 나이에 유학가 나름 익혔던 쉽게 따라 하는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 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1. Prewriting Stage


처음 시작은 뼈대를 잡는 것이다. 글쓰기의 종류마다 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잘된 샘플을 바탕으로 그 형식을 모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이끌어주는 지도교수 또는 상사가 샘플을 공유해주면 최상이다. 그러나 공유 안 해주고 알아서 찾으라는 사람도 많다. 그럼 내가 알아서 찾아야 하는데 어떤 글이 잘된 것인지 당최 판단하기 어려워 물어봐도 대답을 잘해주지 않는다. 그럴 때는 내 글의 평가자가 섣불리 까기 어려운 그 분야의 권위자들이 쓴 글을 샘플로 정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나 같은 경우 여러 명의 권위자들의 글 5개 정도를 놓고 틀로 참고했다. 이러한 샘플을 바탕으로 필요한 전체 글의 길이, 문단 개수, 한 문단 안의 문장 개수를 대략적으로 잡는다.


그다음에는 그 틀에 내 아이디어를 집어넣는다. 문단과 문장 개수를 대략적으로 정해놓았으니 그것에다가 쓰고자 하는 나의 생각을 영어 단어 키워드로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 이때는 문장을 완성하지 않아도 된다. 키워드만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쓰기 전 생각해보니 나는 3개월 안에 60,000 단어를 써야 한다’라는 말을 쓰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럼 이 문장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는 생각을 버리고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키워드로 써놓는 것이다 ‘60,000 words & 3 months’ 이렇게 말이다. 아무리 영어를 못해도 아무리 글쓰기를 못해도 이 정도는 누구나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영어 키워드를 틀에다가 끼워 나열하는 정도로 해두고 퇴근해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러면 내 머릿속에서 알아서 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운전할 때 신호 대기를 받아서 멈춘 시간, 마트 계산대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샤워하는 시간 등등 자투리 시간에 더 좋은 아이디어, 추가하고 싶은 문장, 문단의 순서 등 아이디어가 막 떠오를 것이다. 그럼 그것들을 메모해 두었다가 prewriting 초안에 추가한다.


2. Writing Stage


이제 본격적인 글쓰기 단계이다. 사람들은 이 단계를 가장 두려워하지만 사실 이 단계가 가장 쉬울 수 있다. 그 비결은 prewriting 초안에 단어 단어로 나열된 것을 문장으로 그냥 잇기만 하면 된다. 앞서 예로 언급한 ‘60,000 words & 3 months’ 이것을 ‘I have to write 60,000 words in 3 months.’ 이렇게 완성된 문장으로 만들기만 한다. 이 단계에서는 정관사, 단수 복수, 시제 등 문법은 신경 쓰지 말고 단어 단어를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잇는다는 것에만 주안점을 둬야 한다.


글쓰기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작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따라서 사무실 책상에 앉아 다른 업무 또는 공부를 하다가 쓰지 말고 아침에 출근해 책상에 앉아 제일 처음 시작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이때가 신체적, 정신적인 컨디션이 최상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기계적으로 앉아 글쓰기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딴짓을 하지 말고 앉자마자 시작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끝낸다는 일념으로 마구 써내려 가야 한다.


3. Postwriting Stage


2단계까지 마치면 일단 워드 파일에 글자들이 차 있어 뿌듯하고 뭔가 해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마지막 3단계가 글쓰기에서 제일 중요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글쓰기 단계의 중요도를 전체 100중에 pre단계 30, writing단계 10, post단계 60으로 비중을 가지고 작업한다. 마감일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 그 중요도에 따라 각 단계의 글쓰기에 필요한 시간을 배분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거칠게 쓰인 문장과 문단을 우아하게 다듬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문단-> 문장-> 단어 순서로 고친다. 글 전체가 단위가 되어 문단끼리 잘 이어지는지 문단 간 생각의 흐름을 체크한다. 그다음에는 한 문단이 단위가 되어 문장 간 생각의 흐름을 체크한다. 마지막은 한 문장이 단위 되어 그 안에서 문법을 체크한다. 앞에서 언급한 ‘I have to write 60,000 words in 3 months’ 문장을 고쳐보자. 이 문장을 ‘According to my calculations, I had to write 60,000 words in 3 months.’ 이렇게 표현을 다듬고 틀린 문법을 고칠 수 있다. 처음 시작이 ‘60,000 words & 3 months’ 의 키워드였는데 처음 시작부터 저렇게 다듬어서 써야 했다면 시작할 때 느끼는 부담이 엄청났을 것이다.


이렇게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고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줘야 한다. 나는 전문 proofreader에게 돈 주고 맡기는 것을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글의 마무리까지 오롯이 내가 끝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고 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내 글을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향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돈이 들기 때문에 돈에 여유가 있으면 맡기는 것이 가장 좋고 그렇지 않다면 원어민 친구들에게라도 부탁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주의가 철저한 사회에서 부탁하기 참 어렵고 원어민이라고 다 라이팅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학생의 경우 학교에 외국인 학생들을 도와주는 스태프가 이 역할을 해주기도 하는데 예약이 많이 밀려있어 돈 주고 전문 proofreader에게 맡기는 것이 제일 깔끔하긴 하다. 잊지 말자. 끝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술적인 이야기를 했고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확실하다면 이 단계들을 따라 글 쓰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 어려운 이유는 아마도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평가하는 사람에게 내 글의 아이디어를 잘 어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수 있다. 내가 제출하고자 하는 글을 상사나 지도교수에게 제출 전 미팅 자리에서 하나의 스토리로 설명할 수 있으면 좋다. 이러한 충분한 설명으로 평가자가 배경지식이 준비가 된 상태에서 내 글을 읽는다면 그 글이 더 잘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글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의사소통 수단이기 때문에 말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글로 읽었을 때도 설득력을 가진다. 영어 글쓰기는 어렵게 생각하면 끝도 없이 어렵다. 하지만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글이라는 도구에 옮겨놓는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어려울 일도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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