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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Sep 30. 2022

몰몬교인에게 영어 배우면 어떨까?

몹쓸 호기심에서 시작한 체험기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 대화를 많이 하면 영어가 자연스럽게 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국에도 점점 영어권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지면서 그들과 친구가 되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중 한국으로 파견 온 몰몬교 청년들에게 영어 배우기가 꽤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호주에서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전 몇 개월 정도가 붕 뜬 상태로 있을 때 그 경험을 했다. 학교를 시작하기 전이라 그 기간 중 딱히 영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같은 처지의 공부하는 친구들은 학업으로 너무 바빠 교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마침 내가 처음 정착한 지역은 동양인이 많은 몰몬교의 포교활동의 중심지라 자연스럽게 길에서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종교에 딱히 거부감은 딱히 크지 않았다. 한국에서 교회를 다녔지만 의무적으로 세례 받고 가끔 교회 출석하는 얕은 수준의 신앙심이라서 그런지 타 종교에 대해 편견이 없었다. 대체 어떤 종교길래 청년들을 전 세계에 파견하나 궁금하기도 했다. 그곳에서 내가 봤던 몰몬교 청년들은 유타주 출신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가기 전의 한국 나이로 따지면 20살가량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에선 대학 가기 전에 일 년 동안 여행 다니며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하니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 그들은 2-3명씩 짝지어 다녔고 그들과 일주일에 한 번 만나 1-2시간 넘게 떠들었다. 그러한 주기적인 만남은 내 박사과정이 시작되어 학교 근처로 이사 가기 전까지 5개월가량 이어졌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때까지 외국인 공포가 있었던 내가 두려워하지 않고 네이티브 스피커와 떠들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현지인 들은 내가 조금이라도 말실수하면 까칠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말을 꺼내는 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가 말실수를 하고 버벅거리는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나한테 다 맞춰주었다. 현지인에게 그 시간 동안 튜터링 받는 비용을 생각하면 공짜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본연의 목적은 포교였기 때문에 대화 주제가 일상적인 대화는 스몰토크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종교 관련이었다. 처음에는 종교 얘기 안 한다 교회 안 와도 된다로 시작하지만 지속적으로 만나다 보면 그들도 나를 종교로 잡아 끌 수밖에 없었다. 이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계속 정중하게 거절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들의 교회도 방문하고 그쪽에서 쓰는 성경도 같이 읽었어야 했다. 냉정하게 보면 종교에 대한 얘기를 영어로 아무리 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 내 영어 실력과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종교에 대한 지식이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인간적인 접점이 있어 친구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었다. 나는 한국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직장생활까지 하고 온 서른 초반이었고 그들은 만 스물 정도인 상태였다. 내가 아무리 한국에서만 있었던 우물 안 개구리라 하더라도 살아가는 경험의 폭 차이가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리다는 것은 때론 실수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겉으로는 정장을 입고 깔끔하게 머리를 다듬었어도 인격적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은 나이라 사람과의 관계에서 선을 마구 넘는 행동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가끔 자기는 나이에 상관없이 어린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고 떠드는 사람들 있는데 본인이 꼰대가 아니고 젊은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그냥 유세 떠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보통 비슷한 인생의 경험치를 가지고 있는 비슷한 나이대 사람과 교류하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제일 즐겁기 마련이다. 이렇듯 몰몬 청년들과 통하는 것이 제한적이니 대화로 이어지는 것도 제한적이었고 당연히 영어 실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들은 영어와 현지 적응을 도와준다는 미끼로 그들의 종교를 알리려 했고 나는 공짜로 영어를 배우겠다는 서로의 이기심으로 관계가 이뤄진 것이다. 서로 이기적인 목적이었으니 잘 안됐다고 해도 누구 탓을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몰몬 청년 들과의 교류가 나에게는 도움보다는 피해가 더 컸다. 하지만 비슷한 나이대라면 또는 그 종교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도움이 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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