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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Mar 17. 2023

힘내라 예민보스들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들]의 저자 일레인 N. 아론이 보내는 메시지


심리학자들 중에는 세상 까칠하고 민감한 사람이 정말 많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나의 부모는 내가 극도로 유별난 아이였다며 키우기 힘들어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주변 환경 자극들에 매우 민감했던 나는 작은 집에서 다섯 식구가 복작댄 어린 시절이 지금도 끔찍하게 기억된다. 그 시절 대부분의 가정들이 그러했듯 나의 부모와 조모는 아동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법을 몰랐고 쉴 새 없이 참견하고 잔소리하며 나를 힘들게 했다. 거기다 각 식구들이 만들어내는 발소리, 전자기구 소리 등 이런 환경은 극도로 민감한 나를 불행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고통스러워 민감하게 반응했을 뿐인데 식구들은 나에게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했다.


매우 민감한 사람에 대한 기본 정의는 보통 사람들보다 외부 자극에 훨씬 힘들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놓치는 미세한 부분을 포착한다. 실제로 고도의 지각 능력을 요구하는 과제 해결 시 일반인보다 더 뇌가 활발히 움직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긴장 수준에 빨리 도달한다는 최대 단점을 갖는다. 즉 민감하다는 것은 우리 몸이 더 많은 것을 지각한다는 의미로 쉽게 지치게 한다. 또한 민감한 사람들은 감정이 풍부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더 행복해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더 좌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 부정적인 피드백에 민감하기에 보통 사람들이라면 가볍게 넘길 일도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크게 좌절하기도 한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대개의 경우 민감한 사람들을 탓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극을 견디는 지구력이 다르고 경험의 깊이에도 차이가 있다. 그렇게 원사이드로 민감한 사람들을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민감한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리는가? 그럼 다음의 23문항 심리검사로 간단하게 확인해 보도록 하자.




                       [나는 민감한 사람인가] 심리검사


다음의 각 질문에 느끼는 대로 답하시오. 어느 정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면 O, 확실하지 않거나 전혀 해당이 안 된다면 X로 답하시오.


1. 나는 주위에 있는 미묘한 것들을 인식하는 것 같다.

2.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

3. 통증에 매우 민감하다.

4. 바쁘게 보낸 날은 침대나 어두운 밤 또는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로 숨어 들어가 자극을 진정시켜야 한다.

5. 카페인에 특히 민감하다.

6. 밝은 빛, 강한 냄새, 가친 천, 또는 가까이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 같은 것들에 의해 쉽게 피곤해진다.

7. 풍요롭고 복잡한 내면세계를 갖고 있다.

8. 큰소리에 불편해진다.

9. 미술이나 음악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10. 양심적이다.

11. 깜짝깜짝 놀란다.

12.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당황한다.

13. 사람들이 불편해할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지 안다.(조명이나 좌석배치를 바꾸는 것 등)

14. 사람들이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짜증이 난다.

15. 실수를 저지르거나 뭔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16. 폭력적인 영화, 드라마 장면을 애써 피한다.

17.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때 긴장을 한다.

18. 배가 아주 고프면 강한 내부 반응이 일어나면서 주의 집중이 안되고 기분 또한 저하된다.

19. 생활의 변화에 의해 동요된다.

20. 섬세하고 미묘한 향기, 맛, 소리,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긴다.

21. 내 생활을 정돈해서 소란스럽거나 당황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22. 경쟁을 해야 한다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심해져서 평소보다도 훨씬 못한다.

23. 어렸을 때 부모님과 선생님으로부터 민감하거나 숫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점수계산: 질문에 12개 이상 O로 답했다면 당신은 매우 민감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심리검사도 100% 정확하지는 않다. 만일 당신이 한두 가지 질문에만 해당된다 하더라도 그 정도가 심하다면 자신을 매우 민감한 사람으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민감한 특성은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에서 꽤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 예로 민감한 사람들은 조심스럽고 내부지향적인 것을 선호해 이들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경계가 지나치게 긴장하면 몸이 지치고 쉽게 당황하게 되어 요구받은 일에 서툴게되고 기진맥진 심하면 탈진을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 때문에 종종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훨씬 떨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받기도 한다. 누가 보고 있거나 평가받는 자리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해 능력발휘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짧은 시간 내에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깊게 파고들려 하는 특성 때문에 빨리 못 마쳐 좀처럼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문화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공격받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교사. 친구, 부모 또는 자신조차 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좌절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큰 단점으로 보이는 민감한 특성이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비록 긴장으로 인해 사회성과 신체적 능력이 떨어지지만 독서와 조용한 학습을 좋아하는 특성으로 민감한 이들 중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다고 한다. 또한 민감한 이들은 한 가지 일에 깊게 집중해 미치게 파고드는 경향이 있어 연구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에도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에 꼭 필요한 영적이고 도덕적인 지도자 자질을 타고났다고 한다. 얼마든지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는 말이다. 이런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민감함이 결함이나 장애가 아니라 개인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의 일종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매우 민감한 사람에게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감이 있다면 자극적인 상황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민감함을 특별한 결함으로 생각하지 않고 적절히 생활방식을 조절하며 최적의 긴장감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툭하면 긴장하는 일이 많은 민감한 이들의 인생은 참 고달프다. 그래서 이들은 더욱더 멘탈을 꽉 붙들 필요가 있다. 저자는 민감한 아이가 부적절한 부모 밑에서 자라면 더 큰 상처를 받는다고 했고 이렇게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신을 좀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나는 여기에 더해 한국 사람들에게 더 적용되는 말을 하고 싶다. 민감한 사람들 중에는 보통 똑똑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 시선에도 민감하고 경쟁심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개인적인 특성을 디폴트로 갖고 있는 데다 특유의 지나친 경쟁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의 경쟁심리로 자신을 혹사하고 있는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에게 지나친 경쟁심은 독이기 때문에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혹사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민감한 사람에게 제일 강조하고 싶은 점은 충분한 휴식이다. 한국 문화권에서 남을 의식하고 이기는 법은 배웠지만 휴식하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많이 해야 한다. 긴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잠을 충분히 자고 명상과 가벼운 운동 등 긴장 조절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고 이렇게 충분히 휴식하는 것에 죄책감을 갖지 말자. 또한 루틴을 지키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원하지 않는 상황, 불편한 환경이나 스트레스를 단호하게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도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멘탈에 제일 중요한 것은 건강한 몸이다. 민감해서 삶이 힘들다면 제일 먼저 몸부터 알뜰살뜰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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