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멘탈 심리학자 Nov 29. 2023

늙는 것은 서럽지만 최대한 깨발랄하게 늙어보련다

웰에이징, 웰다잉을 향해서




약 15년 전 노인 연구를 할 때 들은 얘기다. 그 당시 노인 연구 트렌드는 노화를 질병으로 간주해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온몸에 거부감이 들었다. 자기들이 진시황이야 뭐야. 마치 자연에 맞서는 부질없는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 후에도 노화 연구는 그 트렌드대로 지속되었지만 나의 오해처럼 자연에 맞서는 행위가 아니었음을 이제는 안다. 아니 어쩌면 사십 중반인 지금에서야 노화가 내 상황에 와닿아 더 이해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오해에 대한 답을 풀자면 노화 연구의 목표는 신체나이와 실제숫자의 나이가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신의 노화가 어디에 있는지 숫자 나이가 아닌 현재 상태로 노화를 추적한다. 즉 노화는 필연적이지만 그 방식이 모두에게 똑같이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 건강하게 늙어가기 위해 또는 조금 더 그 과정을 늦추기 위해 재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체중관리처럼 말이다. 신체 나이에 맞서 싸우는 이 과정은 결코 자연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세월에 떠밀리듯 늙는 것이 아니라 늙는 것에도 그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수명이 늘어났다지만 아무도 침상 위에서 십 년 이상 누워있으며 장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노화 연구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만 건강 나이를 늘리자는 것이다.




사실 모든 인간사 문제의 답은 단순하다. 우리는 이미 모두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즐겁게, 가공식품보다는 영양소 골고루 들어있는 신선한 자연식품을 소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다. 어떻게 자신의 노화를 추적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건강 나이를 늘려야 하는 것인지 저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실천이 어렵다. 이에 [노화의 재설계]의 저자 모건레빈 예일대 병리학 교수는 다음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마치 주부 대상 아침 건강프로에 나오는 내용처럼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 상식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우리의 노력으로 신체 나이를 되돌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덜먹기이다. 수많은 연구 들에서 열량제한이 암 발생을 예방하고 수명 연장과도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열량제한 방법은 이미 단식과 소식 열풍으로 인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것이 너무 많다. 몸에 안 좋다는 것은 더 맛있다. 매달 업그레이드된 신메뉴가 앞다투어 출시된다. 먹어봐야지! 이것을 자제하는 것은 보통 인내심으로 될 일이 아니다. 도움을 받고 싶지만 그 방법이 너무도 다양하다.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건강한 식단과 적정 체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어렵다. 널리 알려진 방법대로 붉은 고기와 가공 유제품을 자제하고 채식 또는 저탄고지 식단을 해야 하나?. 하지만 그간 알려진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장수 노인들도 붉은 고기와 유제품을 섭취한다고 한다. 그다만  차이점은 고도로 가공된 유제품과 달리 자연식으로 섭취한다는 것이다. 모건 레빈 교수는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와 양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80프로만 채우는 것이다.

이러한 중용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데 말은 쉽다. 그래도 어쩌겠나. 해봐야지. 일단 뭐라도 해야지. 적게 먹어보자. 음. 나처럼 게을러빠져서 아침을 안 먹는 사람들에게 가장 쉬운 방법은 간헐적 단식이라 생각했다. 첫끼는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와구와구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당근을 주면 나머지 일정을 그 힘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나쁜 음식을 자제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나는 디저트와 커피에 진심이다. 정말 사랑한다. 그래서 합의를 보기로 했다. 아메리카노와 야채가 많이 들어간 샌드위치 정도로. 웬만하면 칼로리 낮은 샌드위치를 먹으려 하긴 하지만 잘될 리가. 이 세상에 얼마나 맛있는 빵들이 많은데.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첫끼는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다만 이것만 취하고 다른 나쁜 것들(과당식음료, 가공식품, 기름진 음식 등등)을 완전 포기 또는 최소화하기로 결정했다. 뭐 괜찮다. 내가 절대 포기 못하는 부분을 가졌으니. 그리고 저녁 한 끼는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간소한 식단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처럼 게으름뱅이들은 간소한 식단이 오히려 차려먹기 쉬워 더 괜찮을지 모른다. 먼저 밥 양을 최소로 줄이고 나머지 밥 양을 야채로 채웠다. 하루 먹어야 할 채소 양을 할당한 것인데 이 할당량을 다 비웠을 때의 뿌듯함이란. 사실 별거 아닌 건데 몸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성취감이 마구 몰려온다.


두 번째로 지적된 것은 신체활동이다. 음. 역시 어렵다. 운동하면 좋은 거 누가 모르나 그런데 시간이 안 난다. 사실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핑계다. 하지만 짬이 나면 그저 소파에 늘어지고 싶지 운동하기 쉽지 않다. 원래 인간의 몸은 규칙적으로 신체활동 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운동이 심혈관 질환, 비만과 당뇨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은 노화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 또한 노화는 만성 염증과 관련 암, 심장병, 당뇨,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 많은 질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노인을 허약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인 근감소증과 관련되어 운동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산소, 근력운동 등 방식이 다양하다. 개인 피티나 요가, 필라테스 등 운동하러 가는 것도 일이다. 자신의 체력을 넘어서서 운동하다가 드러눕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 해보려 하지만 주위에서 그것은 운동이 아니라고 한다. 하 참. 하지만 모건 레빈 교수의 말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나의 경우 본디 허약하게 태어나 아무리 운동을 해도 체력이 길러지기는커녕 다치고 몸져눕는 저질 몸이다. 만약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의 운동 루틴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나는 건강해지기는커녕 과로사할지 모르겠다. 따라서 나는 아무리 남들이 걷기는 운동도 아니고 고강도 근력운동 숨차고 땀을 쫙 빼는 운동만이 운동이라는 말에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아프지 않은 적정 선까지 몸을 쓰기로 한 것이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려한다면 너무 스트레스라 오래 못 갈게 뻔하다. 나는 나의 나약함을 잘 안다. 그래서 최대한 내 일상생활에서 앉아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빨빨거리며 움직였다. 그 정도는 아무리 의지박약인 나라도 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칙은 놀기 위한 인터넷 서핑을 할 때 높은 데스크에서 서서할 것과 티비 볼 때 앉지 말고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매일 한 시간 이상은 넷플릭스를 보니 자연스레 매일 한 시간 이상의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운동을 하게 되었다. 운동쟁이들에겐 운동으로도 안보이겠지만 뭐 어떤가. 나에겐 이게 매일 장기간 할 수 있는 최선인데.


다음으로 모건 레빈 교수는 간과하기 쉬운 휴식과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 지적했다. 우리는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잠부터 희생한다. 자는 시간은 버려지는 시간으로 간주되고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자는 시간을 아껴 노력했다는 인터뷰가 너무 많았다. 하지만 수면은 쉬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바로 뇌회복이다. 투타 겸업으로 유명한 야구선수인 메이저리거 쇼헤이 오타니가 자신의 훈련 루틴을 공개하면서 충분한 수면을 제일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 인터뷰를 듣고 저거 따라 하는 사람 많겠구나 싶어 나는 너무 기뻤다. 실제로 수면 부족은 각종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 사실 먹는 것, 움직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면이고 이것이 우리 생활에서 일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잠들기 전 각종 질병을 공짜로 치료 또는 예방하러 간다는 비장한 마음 가짐으로 잠자리에 든다. 충분한 수면을 취했으면 인간으로서 내 할 일을 어느 정도 다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식단, 운동, 수면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적절한 동기를 주는데 필요한 스트레스 정도도 개인마다 모두 다르다. 스트레스는 휴식과 상호작용하므로 자신에게 최적인 그 황금비율을 자기가 찾아내야 한다. 과거에는 참고 참고 또 참고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긴 것인지 너무 힘들어서 내 안에 짜증과 분노가 올라오려 하면 과감히 멈출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어렸을 때는 중간에 내 목표를 포기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포기 좀 하면 어떤가. 나를 파괴하면서까지 이뤄내야 할 목표는 없는 것 같다. 딱 내 정신적, 물리적 한계치인 적정선까지만 나를 잘 돌보며 집중해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누가 노년을 인생의 황금기라고 했는가? 나는 노인들이 은퇴하면 그냥 즐겁게 놀러 다니고 집에서 쉬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우아하게 잘 늙고 잘 죽으려면 죽는 그날까지 노력해야 하나보다. 앞서 말했듯이 개개인의 노화 속도, 신체 상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웰에이징하려면 노화 방식을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다. 즉 스스로 과학자가 되어보는 것이다. 뭔가 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그냥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이다. 적정 식단, 체중, 운동, 수면, 스트레스 정도 등등 나한테 최적인 그 수준을 찾아내는 것이다. 뭐 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즐겁지 않은가. 그냥 세월에 떠밀리듯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그 늙음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이 말이다. 나 또한 늙는 것은 서럽지만 최대한 우아하고 발랄하게 늙어보도록 해야겠다. 또 누가 아는가. 지금 40대 중반이니 이렇게 노력하며 살다 보면 죽기 전날까지 내 발로 화장실 다녀올 수 있는 큰 복을 누리게 될 수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