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멘탈 심리학자 Jan 23. 2024

친구 힘들 때 이렇게 하면 손절당한다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자

사람은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을 겪게 마련이다. 이럴 때 주위에 친구들은 힘든 일이 무엇인지 들어주고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해 준다. 만약 친구가 잠시 동굴에 들어가면 기다려주고 맘속으로 응원해주기도 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아무리 상식적인 사람이라도 자기 경험치에서 판단하고 행동하기에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최악의 대응부터 가보자. 외면이다. 굳이 연락했다 불똥 튀기 싫어서 힘든 걸 알고도 모른 척한다. 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인 것 같아 나서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혹은 남의 불행을 보고 위안을 얻으려 굳이 연락하는 빌런도 있다. 예를 들어 노심초사 자녀의 대입 결과를 기다리는데 굳이 연락해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 경우다. 자기 딴에는 친구니까 신경 써주는 거라 하는데 그 속은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는 저급한 호기심일 수 있다. 내 인생에 독이 되는 부류인 것 같다.


앞에 독보다 조금 나은 경우지만 굳이 인연을 이어갈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유형도 있다. 친구의 힘든 얘기를 듣고 자기 얘기의 장을 여는 경우이다. 진심으로 공감하고 극복 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기가 막히게 그 비슷한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자랑을 하거나 자기에게는 애초에 왜 그런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는지 자기 처신을 자랑하는 것이다. 또는 상대 얘기 중 기가 막히게 자신과 연관되는 부분을 찾아 자기 얘기로 화제를 전환하는 빌런도 있다. 처음에는 남에 말을 잘 들어주는 착한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기적인 부류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내 에너지와 시간과 정성을 들여 굳이 굳이 굳이 놀아야 하냐고 되묻고 싶다.


이번엔 충분히 선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실수이다. 바로 ‘모두 잘될 거야 힘내’라는 위로의 말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는 왜 자기가 잘 안 될 것 같은지 자신의 논리로 설명하고 자신의 불안과 우울한 감정을 털어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것을 하기도 전에 ‘모두 다 잘될 거야 힘내’라는 말을 들어버리면 힘든 친구는 그 이후에 아무 말도 못 하게 된다. 다 잘될 거라는데 무슨 말을 더 하겠나. ‘모두 잘될 거야 힘내’라는 말은 친구의 얘기를 충분히 다 듣고 공감해 준 후 마지막 말이 되어야 그 효과가 빛을 발할 것이다.



물론 저런 것들이 좋지 않은 행동임을 인지하고도 일부러 상처에 소금뿌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상대가 원하지 않는 자기 방식의 위로를 한다는 것이다. 친구는 수치스러운 감정이 들어 주변인들이 제발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는데 위로를 해준다며 굳이 아는 척하는 경우가 그 예다. 반대로 친구는 힘들 때 괜찮아?라는 단순한 말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굳이 친구에게 감정과 상황을 추스를 시간을 준다고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게 다 상대를 위한 것이라 변명하겠지만 그저 자기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일 뿐이다.


위로 방식을 상대에 맞춰야 한다는 것과 별개로 힘든 사람 옆에 있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만약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도 스스로 잘 헤쳐 나가는 성향이라면 오히려 상대가 나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상대가 징징이라면 아이고야~ 기 빨린다. 하지만 상습적 징징이도 아니고 서로 신뢰하고 소중하게 지내온 친구라면 힘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나? 친구가 원하는 방식의 위로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우울할 때마다 청소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