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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Aug 06. 2021

부부의 이민 준비

부부 갈등 해소를 위한 의사소통 방법



모든 것을 버리고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삶은 제 예상보다도 훨씬 버거웠어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남편한테 그것을 분출해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행복해지고자 선택한 이민이다. 이민 가게 되면 부부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아마도 일로만 바쁘게 지냈던 일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벗어나 좀 더 가족 친화적인 사회로 가게 되면 가족 간에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저절로 가족 중심의 삶으로 재편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부는 이민이 그들에게 평화는커녕 불화가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민자 커플의 언어적응, 문화적응 스트레스, 결혼생활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아내 또는 남편이 문화적응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울을 겪을 경우 그것을 상대 배우자에게 적대적인 태도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민을 통해 이루려고 했던 이상은 높았고 현실이 내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자신의 상황과 좌절을 제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배우자는 아마도 최적의 대화 상대일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한껏 예민한 상태에서의 대화는 아슬아슬할 수밖에 없겠고 우울한 사람은 자신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자신의 분노와 슬픔을 상대 배우자에게 화풀이하듯 쏟아붓는 것이다.




# 부부간에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


      부부간에 서로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민 사회에 대한 이해를 같이 공유하고 내 삶은 이렇고 또 당신 삶은 이렇다. 이런 대화 속에서 대외적인 어려움이나 힘든 스트레스를 같이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듯 이민 생활은 부부 사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둘 사이가 원만하고 소통이 잘되면 이민 스트레스도 같이 이겨낼 수도 있다. 남자들은 밖에서 힘들었던 일을 아내와 공유하는 것을 징징거린다고 생각하여 잘 안 하려고 한다. 자기가 알아서 잘 털어 버리면 되지 굳이 바깥일을 집에까지 들고 와 상대방까지 우울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아내들은 듣고 싶어 했다. 서로의 입장을 나눠서 지금 힘든 상황을 같이 이겨내고 싶어 했다.


대화가 어려운 부부들은 그래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는다. 필자가 만났던 한 여자 이민자는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다. 자기만 아이 돌보느라 고생하는 것 같다. 다른 남편들은 애도 잘 봐주고 가정에도 충실한 것 같은데 내 남편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아서 불만이었다. 그런데 하루는 남편이 출장 간 새에 남편이 하던 청소 일을 대신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남편이 자기 일도 하고 부가적으로 돈 벌려고 청소 일도 하고 집에 오면 애도 보고 정말 힘들었겠구나 그의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면 생각보다 쉽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부들이 대화를 하게 되면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되고 싸움만 난다. 그렇다면 부부간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

심리학 서적들이나 연구들을 통해 소개된 부부 혹은 대인관계 대화법에 대해 접해본 사람이 있다면 그 방법이 매우 작위적이고 오글거려 실생활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느낄 것이다. 마치 현실에서 쓰지 않는 문어체 대화로 연기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은 가이드라인일 뿐이고 수많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고안된 가이드라인은 어느 정도 효용성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해서 나의 방식대로 변형해서 쓰면 되는 것이다. 대인관계 대화법이라는 것도 그 수준이 다양한데 다음에 소개되는 대화법은 필자가 보기에 쉽고 간단하여 비교적 활용성이 높을 것이라 예상한다. 이 대화법은 결혼 관련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심리치료사가 [결혼의 새로운 법칙]이란 저서에서 제안한 의사소통 전략이다.


1단계: 배우자가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상태인지 물어본다.                                                                                                 
2단계: 배우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3단계:  다음 네 가지를 말한다.
  내가 본 것이나 들은 것 중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을 말한다.
  본 것(혹은 들은 것)에 대한 결과라고 내가 생각한 것을 말한다.
  그래서 어떤 기분인지 말한다.
  다음번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말한다.


먼저 본격적인 의사전달을 위한 준비단계인 1단계와 2단계가 중요하다. 필자는 예전에 소통한답시고 시종일관 귀는 닫고 화난 목소리로 자신의 말만 끊임없이 쏟아내는 상담심리 전문가 동료를 보고 기함한 적이 있었다. 관련 분야 전문가도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저럴진대 보통 사람들에게 갈등 해결을 위한 의사소통이란 정말 어렵겠구나 싶었다. 소통은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로 대하고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며 내 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내 배우자와 제대로 의사소통하고 싶다면 먼저 상대 배우자가 지금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황, 기분인지를 살피고 상대에게 직접 물어봐 확인해야 한다. 만약 상대가 몸과 마음이 지쳐있는 상태라면 그 어떤 말도 안 들릴 것이다. 또한 사랑 표현을 하여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만들어야 한다. 대화는 관계 개선을 위해 하는 것이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관계를 끝내버리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직장 상사 같은 사람에게 어려운 말을 꺼내려고 할 때에는 이런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내 배우자와 대화할 때도 똑같이 그런 준비를 했는가 말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와 대화할 때는 상대방보다 자신의 기분과 상황을 살펴 대화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 일단 그 준비는 완벽히 되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관점에서 내 생각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네가 이러이러했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그보다 더 큰 비난으로 반격할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내가 이러이러한 것을 보았어”라고 주어를 바꿔보자. 내 생각 또는 판단을 공유한 이후에는 내 감정을 공유해야 한다. 이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음에 어떡하면 좋을지 서로에게 합리적인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총삼단계의 대화법은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 명이 얘기를 끝낸 후 상대 배우자가 같은 단계를 반복한다.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을 때는 잘 들어주고 반박하지 않는다. 만약 내 생각과 다르면 상대를 내 생각대로 설득하고 싶은 욕구가 들것이다. 내 생각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논리적인지 증명하고 싶을 것이다. 이 욕구를 참아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대화의 목적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 개선이다. 설사 결론이 내 맘에 들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꼬리를 잡고 끝도 없이 논쟁하지 말고 짧게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 이민 전 의사소통 연습의 중요성


이민 사회에서는 부부관계가 특히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에서보다 더 의지할 데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서로 자기 얘기만 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싸우게 되는 거죠. 이민 오기 전에 최소한 이런 어려움이 있다. 대화를 이런 식으로 하자 이런 연습을 하고 이민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결혼 전 위와 같은 의사소통 방법을 배우고 충분히 연습한 후 결혼하는 커플은 드물 것이다. 하물며 이민 전에 준비할 것도 많은데 의사소통 방법까지 배워오는 커플은 아마도 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로 이주해 정착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겪는 한국인 이민자들은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민 후 있을 여러 가지 있을 어려운 상황들을 가정하고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당부하였다.


그들의 이민 생활은 보통 우리 삶이 그러하듯 항상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이민 생활의 고단함은 부부 사이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 고국도 아닌 새로운 나라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사람이 상대 배우자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대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부부 사이가 원만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민 스트레스를 같이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커플들은 이민국에서 수월하게 적응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의는 무엇일까? 나에게 가장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존재도 나를 가장 지지해주고 나아가게 해주는 존재도 나의 배우자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존재와 소통을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온전히 나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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