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멘탈 심리학자 Jul 02. 2021

자식의 미래를 위해 ‘이민’ 해 볼만 한가?

성취 뒤에 가려진 부모와 아이의 노고





  한국 교육은 대학입시를 향해 모두 달려가는 구조잖아요.. 한국사회와 똑같이 치열하고 숨 막혀요. 우리 아이들은 그런 시스템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었어요.”



필자가 호주에서 만난 몇몇의 한국인 이민자들은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 환경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였다. 이들은 대학 입시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부모와 자녀 간 유대관계가 아이에게는 더 소중하다고 판단해 호주로 이민 왔다고 하였다. 그들은 주말과 방과 후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특히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잔디밭에서 피크닉 하는 생활을 꿈꿨다고 한다.


반면에 교육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가지고 이민 온 경우도 있다. 이들은 전 세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자녀세대에게는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를 위해 영어권 국가에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영어를 잘 배울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언어와 문화를 습득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이민 왔다고 한다.




입시 위주 교육에의 해방 혹은 글로벌 인재로 성장 이 두 양상은 상당히 다르지만 모두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민을 결정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 먼저 아이들을 입시위주의 경쟁 사회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었던 부모들은 과연 그 기대를 실현시켰을까? 한국인에게 호주의 이미지는 자연환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여유로운 이미지이다. 하지만 호주도 사람 사는 곳이고 교육열이 어쩌면 한국인보다 더 높은 아시아 이민자, 주류 백인들도 많다. 따라서 당연히 호주에도 8 학군, 특목고, 명문대 진학을 위한 치열한 사교육 현장이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지나친 학업 압박감으로부터 풀어주고 싶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한국의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이 의사, 법조인 등이 되기 위한 입시에 매몰된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는 아마도 한국인에게 있어 자녀교육에 대한 열망은 바뀌기 힘들 정도로 너무 중요한 가치여서 그런 것일 수 있다. 또는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한국인 이민자들과 친하게 지내다가 자녀 교육에 대한 비교와 경쟁으로 그 열망이 재점화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도 있다.


너무 힘들어요. 한국에서는 급식도 잘되어있고 학원 보내면 모든 것을 케어해줘 편한데 여기서는 내가 하나하나 다 신경 써야 해요. 도시락 싸고 하루에도 몇 번씩 애들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마치 내가 애들 식모/ 운전수로 사는 느낌이에요.”

 

자녀 교육에 대한 높은 기대로 이민 온 경우, 부모들은 한국과는 다른 현지 교육문화로 힘들어했다. 부모의 역할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케어하는 엄마들은 가장 기본적인 도시락 싸기와 아이들 등하교, 과외 활동에 따른 픽업과 드랍 자체만 해도 하루가 다 간다고 한다.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 경우 선생님과의 깊은 대화가 너무 부담스럽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과제를 봐주는 것은 더 어려워진다. 부모 재량 하에 조퇴, 결석 등 수업 관련 레터를 써 보내는 것도 큰 부담이다. 아빠들의 경우 이방인으로서 경험한 사회생활을 토대로 아이들도 비슷한 것을 겪을까 고민이다. 행여라도 아이들이 위축되어 엇나갈까, 주류문화에 편입할 수 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자신만의 전쟁을 치른다. 흔히 아이들은 적응력이 높으니 현지 적응이 수월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이가 어릴수록 언어와 문화 적응 속도가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많으므로 아이는 부모보다 빠르게 현지 사회에 적응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한국에서라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정체성 혼란과 인종차별 문제를 겪는다. 인종차별은 물리적, 정서적, 언어적으로 다양하고 그 강도 또한 스팩트럼이 넓다. 어른들의 경우 교육을 통해 인종차별을 서로 조심하지만 아이의 경우에는 이것이 찌르고 때리는 등 폭력의 형태로 여과 없이 드러나 어쩌면 어른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의 맘 카페에서 이런 게시글을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엄마의 국산차를 창피해하며 친구들이 보지 않도록 멀리 세워줄 것을 요구해 고민이라는 내용이다. 나는 그 아이가 특별히 못되거나 버릇없어서 엄마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린 나이에는 자신이 속한 무리 사람들과 다르지 않도록 예민하게 신경 쓰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민국에서 어린아이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인식 때문에 힘들어질 수도 있다. 또한 현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모, 영어를 못하는 부모가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세대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수고와 어려움을 돈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풍족한 환경의 가정도 많다. 또한 애초의 이민 동기를 유지해 가족관계를 더 중시하고 학업 관련해서는 자유방임형으로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도 많다. 이러한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자녀 교육 스트레스가 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 부모들은 이민국에서 자녀 양육과 교육 관련 다양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을 입시위주의 경쟁 사회에서 해방시켜주고 싶었으나 다시 한국의 교육관으로 되돌아간 부모들은 자신의 인지 부조화로 인해 더 혼란스러워한다.

이민국에서 대부분의 한국인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많을 것이다. 특히 부모 스스로 아이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자 죽기 살기로 현지 사회에 적응하려고 한다. 또한 아이가 엇나가는 것을 염려하여 밖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가정 안에서 해소시켜주고자 건강한 부부 사이, 가족관계를 맺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네 아이가 어릴 때 이민(유학) 가서 명문 X대 나와 승승장구하고 있다’라는 말에 귀가 솔깃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아이의 ‘성과’에 집중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대단한 성과 뒤에는 현지 적응을 위한 아이의 정서적 혼란 극복과 부모의 치열한 노력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자, 이제 처음 읽은 이 글의 제목을 다시 생각해보자. 자식의 미래를 위해 ‘이민’ 해 볼만 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자신이 이민국에서 부모 역할을 감당해낼 수 있는가? 에 달려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을 위해 이민 간 그 부부는 왜 싸우기만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