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애기 많이 사랑해
올해로 간병 3년 차가 되었다. 내가 돌보고 있는 아이는 17살 노견이다. 23년 5월에 폐수종과 심장 문제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퇴원 후 정성껏 돌본다고 돌봤는데 그 뒤로 조금씩 조금씩 계속 몸은 악화되었고 현재 치매, 시력 상실과 함께 못 걷게 되어 누워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너무 많이 변한 모습에도 변함없는 애정으로 우리 부부는 열심히 돌보고 있다. 외형적으로 건강했을 때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착하고 순했던 성격도 이제는 없다. 나를 알아보는 것인지조차 의문스러운 상황에서 소통이 안 된다는 점이 고통스럽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키우는 것에 최상의 난이도는 그가 늙고 병든 지금 인 것 같다. 진짜 너무 힘들다.
가뜩이나 힘들어 죽겠건만 설상가상 간병 난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병원 검사 때마다 좋지 못한 결과와 비용에 절망한다. 그래도 수치는 안 좋아지지만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기며 지내왔는데 추석을 기점으로 몸이 확 안 좋아졌다. 노인들도 한 번에 몸이 안 좋아지고 돌아가시기도 하니 이해가 안 될 법도 아니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고개를 못 가누고 걷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전에는 슬링으로 보조해 주면 떠듬떠듬 걷기도 했는데 그것조차 어려워졌다. 병원에서는 뇌 문제일 수도 아니면 디스크 문제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것이 코어가 확 무너진 원인 같아 몸통에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머리, 목근육, 가슴, 배, 허리, 엉덩이 다리 등 온몸을 자주 마사지해 준다. 근육이 어느 정도 이완되었을 때 누운 채로 다리를 움직이는 연습을 해주었다. 그 후에는 가슴을 보조해 주고 네 발을 바닥에 딛고 서는 연습을 시켰다. 그리고 한발 한발 걸음마 연습. 이게 참. 사람 재활이라면 의지가 있어서 회복이 더 쉬울 텐데. 그래도 아이한테도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반복 연습하고 있다.
그간 거부감이 컸던 진정제 사용도 병행하고 있다. 진정제를 사용하고 사고가 크게 난 적이 있어 되도록이면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이가 불안도가 너무 높아 잠을 못 자는 게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생각에 잠 푹 자는 용도로 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체력 보존 문제도 컸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일주일에 2-3번으로 제한하고 진정제를 쓴 날은 남아있는 근육을 보존하기 위해 마사지와 스트레칭 위주로 하고 있다.
진장제를 쓴 날은 약간의 쉼이 허락되지만 하루 종일 곁에서 케어하려니 여간 힘이 달리는 게 아니다. 틈틈이 내 건강도 돌보려고 노력하지만 나도 자잘하게 계속 아프고 점점 건강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느껴진다. 또한 간병은 돌보는 사람의 정신도 갉아먹는다. 아이가 보이는 것도 없고 몸도 잘 안 움직여지고 아프니 우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보호자 입장에서 계속 비명소리 듣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아이가 최대한 불안하지 않게 부드러운 손길과 목소리로 안정시키려 하는데 많이 부족한가 보다.
그런데 정말 너무 힘든 일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의 마지막을 내 손으로 해줄 수 있다는 게 한편 다행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여러 가지 기능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어찌 보면 자연의 섭리이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열심히 한만큼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신이 나겠지만 이미 늙어 좋아질 일이 없고 나빠지기만 할 뿐이다. 더욱이 사람의 시간과 달라 노화에 가속도까지 붙어 더 나빠지고 있다. 그렇게 아등바등거리는데도 유지도 힘들다. 그래. 어쩔 수 없지라고 마음을 내려놓고 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왜냐면 조금만 소홀해져도 안 좋아지는 것이 확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까지 얹어진다.
희망이라는 것이 인간을 살아가게 하는데 그렇게 강력한 무기일 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도 하루하루 그렇게라도 내 곁에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이게 말이 쉽지 당연히 잘 안 된다. 그래도 백번 천 번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렇게 하루를 끝내고 몸도 마음도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만신창이 상태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감사한 것들을 억지로 억지로 생각해 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산다. 산다기보다는 버텨낸다. 딱 하루만.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내 앞에 닥친 그때그때의 간병 과제들만 잘 해내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어쩌겠어. 내 새끼인데. 어느새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우리 애기. 그래도 많이 많이 사랑해. 다음 생일도 또 같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