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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멘탈 심리학자 Sep 07. 2021

무례함에 정중하게 맞서기

사이코까지는 아닌 선 넘는 정상인 대응하기



다다다다다 마치 폭격을 받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뿐더러 분위기가 싸해질까 봐 그냥 넘어간 적이 많아요. 저만 속이 뒤집어지는 거죠”


무례함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착각할 만큼 갈수록 무례함이 만연 해지는 느낌이다. 무례함을 판별하는 기준은 문화권 또는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정도라면 폭력적인 행동과 욕설과 같은 언어폭력일 것이다. 하지만 비아냥과 무시 같은 언어적, 정서적인 부분도 무례함의 범위로 들어간다. 이런 경우 그냥 넘길 일도 못 넘기는 피해자의 소심한 성격, 예민함이 더 문제라고 피해자 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례함은 피해자가 느끼는 기준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례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아주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사무직 이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조직 경영학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이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한다. 과중한 업무 로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주변 사람에게 그 스트레스가 전가되기 쉽다. 마치 물이 부글부글 끓다가 병뚜껑을 뚫고 분출하는 것처럼 무례한 행동으로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 관리에는 수면이 깊게 관련되어 있다. 최근 미국 수면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한국인의 수면 시간은 6시간 35분이라고 한다. 성인 권장 기준 7-9시간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숫자이다. 여러 수면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뇌의 포도당 지수 저하는 자기 통제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무례함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를 오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쉽게 말해 무고한 사람을 오해하고 버럭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례에 대한 무지의 산물도 무례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아랫사람에게 잘 대해주면 만만하게 여기므로 센 이미지로 보여야 한다는 조직문화가 대표적인 무례함에 대한 편견일 수 있다. 또한 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는 윗사람에게 반대 의견을 내는 것도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정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연습을 해본 적이 많이 없다. 한국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윗사람에게 순종하는 예절 교육을 철저히 받았을 뿐이다. 따라서 보통 윗사람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동조하는 의견을 내거나 함구하는 모습을 예의 바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례한 상대에게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면서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무례함이 조직에 끼친 영향을 연구한 크리스틴 포래스의 <<무례함의 비용>>에서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무례함에 대응하는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무례함을 당한 직후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반응을 통제하는 것이다. 자신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고 폭력, 욕설 하다못해 언성이라도 높이게 되면 바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역전되어 버린다. 상대가 아무리 도발한다고 해도 그 도발에 넘어가버리면 그것에 발목 잡혀 억울하게 독박쓰고 자신이 그간 쌓아온 평판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다음은 상대가 대화가 가능한 ‘정상인’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상대가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지만 직장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상황이거나 사생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일시적으로 자신의 감정 통제가 어려워 무례함을 범한 것인지를 확인하라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멀리 도망가는 상책이다. 같이 일해야 하는 등 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대라면 마주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일적으로 반드시 공유해야 하는 대화만 건조하게 해야 한다.


자. 상대가 정상인인 것까지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상대의 무례로 인해 내가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얘기하는 것이다. 대화는 최대한 간단명료하고 정보 중심 이어야 한다. 이 대화가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점을 상대와 공유하고 갈등이 벌어진 문제에 초점을 맞춰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나만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하는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주는 등 상대방의 감정을 살피고 있다는 표현을 해야 한다.


이때 말하는 내용보다 말하는 태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단호하게 내 뜻을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우호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대화의 목적은 내가 마음 상한만큼 되갚아주려는 응징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그러면 자신이 가해자가 돼버린다. 또한 내가 기분 상했다는 것을 한껏 드러내기 위해 정색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정색은 이후 대화를 방해한다. 또한 상대가 나를 별것도 아닌 일에 화내는 예민충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된다. 물론 죄책감 갖지 않아도 된다. 사람마다 예민한 부분은 다를 수 있다. 다만 자신의 기준선, 불편해하는 부분에 대해서 알려주면 된다. 좋은 마음으로 알려주는 것이 목적이어야 대화가 이어질 수 있으므로 불필요하게 정색하지  말라는 것이다. 복수가 아니라 대화가 목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직장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무례한 이에게 당했다는 사람들은 많지만 자신이 무례한 행동을 범했다는 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군대에서 맞았다는 사람은 참 많지만 때렸다는 사람은 현실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앞서 말했듯이 무례한 행동의 큰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이다. 그만큼 자신의 에너지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가장 기본은 수면, 식사, 스트레스 관리이다. 적절한 연습을 통해 무례한 사람을 잘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무례함을 관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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