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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써니 May 02. 2021

4월의 기록,메멘토 모리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매달 의식적으로 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달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 [나의 기록]입니다.


“기록의 의미”
매달 기록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이 아니었으면 기억 속에서 그냥 지나쳤을 나의 4월. 시간은 곧 생명임을 이 글을 쓰며 알게 되어 감사한 4월의 이야기를 기록해 본다.  



1. 2021년 4월은 어떤 달이었는가?


4월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딸이 다쳤다.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앞으로 그대로 넘어졌다. 아이는 컸는데 킥보드는 다섯 살 때부터 타던 작은 킥보드였으니 무게중심 때문에 그대로 넘어졌다. 앞니가 흔들렸고 코와 입 근처가 까지고 긁혔으며 입술이 부었다. 당장 응급실에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 때문에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남편이 이런 일로 응급실을 가냐고 해서 집에서 응급조치만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동네 피부과를 갔다. 선생님이 왜 응급실에 가지 않았냐며 나에게 화를 내셨다.  코로나가 문제냐며 아이 얼굴은 어떻게 할 거냐며 역정을 내셨다. 그리고 한 달 동안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 사이 나의 몸에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났다.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 약을 먹던 마지막 날, 어머님이 소천하셨다.  그리고 일상은 계속되어 강의도 하고 살림도 하는 4월이었다.



2. 4월을 보내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메멘토 모리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


엄마, 아버지, 형부, 시아버지의 죽음을 마주 하면서 때로는 당황스러웠고 때로는 믿기지 않았고 때로는 너무나 슬프고 허망했다. 내 곁의 사람들이 이 세상에 없는 경험을 한 이후로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주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은 살짝 기운이 빠지기도 했다.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더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은 잠시일 뿐, 오히려 어깨에 힘이 빠져 축 쳐지는 기분이었다. 내가 애써 계획하고 상상하는 일들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허무함에 빠지기도 했다.


그리고 3주 전 시어머님의 소천.  오후 6시에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요양병원에서 받고 남편이 급하게 가는 도중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코로나로 인해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다. 결혼생활 18년 동안 어머님은 대부분 아프셨고 나에게 시집살이를 시킬 정도로 건재하지 못하셨다. 결혼 후 첫 번째 명절에 여기저기 전을 나누어 주신다며 평소 하시지도 않던 전을 며느리인 나에게 시키셨다.  전을 부치다가 손을 데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이런 게 시집살이라는 거다.”라고 건조하게 말씀하신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 생각했다. ‘우리 엄마라면 어땠을까?’ 우리 엄마에게도 며느리가 있었지만 우리 엄마라면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 것 같았다. 시할머니가 시아버님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시어머님은 시집살이는 해 보실 기회도 없으셨을 텐데, 한 번쯤 시집살이를 시키고 싶으셨나 보다. 그냥 그렇게 이해했던 기억이 문득 스쳐갔다.


오랫동안 아프셨던 어머님의 주검을 보는데, 처음에는 나도 건조한 마음이 들었다. 애써 건조한 마음을 꺼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어머님을 떠나보낼 때는 그 참아왔던 마음이 그대로 터져 나왔다. 한 사람의 마지막 앞에 어찌 건조할 수 있겠는가. 잘 보내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남편을 꼭 안아주며 생각했다. 마음껏 사랑하리라고.


질문 3. 4월의 햇살은 어떠했는지 묻고 싶다.


자연이 주는 힘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지금이 4월이 아니고 겨울이었다면 나는 조금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따뜻한 햇살과 봄내 나는 바람과 초록이들이 나를 치유해준 것 같아 감사했다. 하나님이 내게 보내준 선물 같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 나를 돕고 있는 분을 생각한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이들을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한다. 4월의 햇살처럼 따스한 사람이고 싶다 생각한다.


4월, 1 cm의 성장 =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기


아이가 다친 것과 관련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 치료를 하면서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많이 올라왔다. 그냥 응급실을 갔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무슨 생각에 남편 말을 들었던 걸까?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겨서라도 응급실에 갔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내 결정에 남편을 탓하고 있었다. 남편과의 갈등이 싫어 그냥 넘어가고 나서 나중에 남편 탓을 하는 일은 하지 말자 다짐했다.  갈등을 두려워하지 말 것!! 부부 사이에 갈등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고 감정 상하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면 될 일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될 일이다. 4월의 성장은 1cm가 아니라 10cm는 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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