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에

저는 마취과 간호사입니다.

by 오월씨

어느 날,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당장 내일이 석사 학위 논문 심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 날인데, 긴장감이 너무 커서 잠시 클라이밍으로 긴장을 풀어야지 하고 갔다가 발목이 부러져 버린 것이 아닌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도 아닌데 발목이 부러지다니. 급하게 찾아간 응급실에서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보자마자 한 마디 하신다.


"딱 봐도 아시겠죠? 수술 하셔야겠네요."




휠체어를 타고 논문 심사를 받은 후 그 날로 바로 입원해서 수술 준비를 했다. 다음 날 밤 12시부터 금식을 시작했는데, 아니 도대체 언제 부르는거야. 오후가 되도록 부를 기미가 없었다. 아침도 굶고, 점심도 굶고, 이러다가 저녁도 굶게 생겼네. 언제쯤 할 거라고 이야기라도 해 주면 좋을텐데, 수술실은 내가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 지 말 그대로 '해 봐야 안다'. 이렇게 상황을 아는 나도 답답한데, 아무것도 모르고 하루 종일 긴장하며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과 보호자의 마음은 오죽할까. 오후 4시 쯤 드디어 간호사 선생님이 챙겨주시러 오셨다. "곧 수술실에서 모시러 오신대요!" 침대에 누워 실려가는 기분이 정말 묘했다. 내가 발로 매일 걸어서 출근하는 곳인데, 누워서 들어오게 되다니. 수술실에 들어오니 동료들이 마구 반겼다(?).


그렇다, 나는 수술실에서 일하는 마취과 간호사다.


어느 덧 10년차 마취과 간호사, 베테랑이 되었지만 나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수없이 드나들던 "관계자외 출입금지" 구역이었는데, 이제는 '관계자외'가 되어 수술실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낯선 곳이 되었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며 기억이 희미해져가고 있는데, 기억이 잊히기 전에 글을 남겨 보고자 한다. 얼굴도 이름도 기억해주는 사람 하나 없지만 환자 1명을 위해 뛰어다니는 수많은 분들을 위해, 수술이라는 어려운 결정 앞에서 용기를 낸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즌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한 나를 위해 이 글을 남기고자 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당신을 지키기 위해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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