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간호사가 되기까지
보통 사람들에게 간호사라고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외래에서 만나는 간호사 혹은 병동에 입원했을 때 만나는 간호사일 것이다. 그렇지만 간호사는 정말 곳곳에 있어서, 수술실에도 간호사가 존재한다. 특히 내가 일했던 곳에서는 수술실 안에 수술실 간호사와 마취과 간호사로 업무 영역이 나뉘어져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나의 포지션은 마취과였다.
그러면 다들 궁금해한다. 무슨 일을 하는거야? 어떻게 마취과 간호사가 된거야?
우선 환자가 수술을 하러 가는 동선을 살펴보면, 환자는 병동에서 수술실로 이동한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보통 대기실 같은 곳에서 기다리게 되는데, 이 곳에서 환자 확인을 하고, 금식이 다 되었는지, 수술 준비는 다 되었는지 등을 한 번 확인한다.
수술실에서 수술 준비가 끝나면 환자는 수술실로 이동한다.
수술실에서 마지막으로 환자 확인을 한 후 마취를 한다. 만약 전신 마취로 진행하는 수술이라면 보통 환자들의 기억은 여기까지 일 것이다.
환자의 기억에는 없지만, 수술과 의사와 수술실 간호사는 소독을 하고 감염 예방의 절차를 거치며 수술을 진행한다.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가 환자 머리맡을 지키며 마취의 깊이가 적절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환자의 활력징후는 괜찮은지, 출혈량이나 환자의 신체 상태를 파악하여 적절하게 수액이나 약을 조절하고, 소변량도 확인한다. 즉, 수술의 현장에서 수술과 의사와 간호사가 수술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마취과는 환자의 상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수술이 종료되면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를 마취에서 깨우고 (정확히는 의사가 깨우고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관련 물품과 약물을 준비하고 보조를 하게 된다.) 환자를 회복실로 이동시킨다.
회복실에서 일정 회복 기준에 도달하여 마취와 수술의 급성적인 문제는 없는지, 안전하게 깬 것을 확인한 후 병실로 이동하면 환자의 수술실에서의 동선은 종료된다.
여기에서 수술실 간호사가 하는 일을 제외한 마취 전, 중, 후의 환자 케어는 모두 마취과 간호사가 하게 된다.
마취과 간호사가 된 계기는 사실 나에게 달렸다기 보다는 병원이 정해줬다고 보는 게 무방할 것 같다.
의사는 전공을 정할 때 인턴 수련 후 희망하는 과의 레지던트 과정을 직접 지원하는 시스템인 반면, 간호사는 원하는 곳을 물어보기는 해도 병원의 인력 운영에 따라 정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각 부서 별로 공석이 있느냐 없느냐에 내 운명(?)이 정해진다는 뜻.
마침 내가 입사할 때 본관 크기 만한 건물이 새로 지어져서 전 부서에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원하는 부서를 적을 때 병동은 병원이 보내고 싶으면 보내겠지 생각하면서 특수 부서를 위주로 작성했다. 학생 때 실습할 때도 공교롭게도 마취과 실습은 거의 하지 못해서 그 때까지도 마취과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일반인과 같은 지식 상태였다.
그렇게 마취과로 배정되어 교육을 시작하던 날, 정말 모든 것이 생소했다.
일단 마취과가 뭘 하는 지도 전혀 몰랐고, 기본 간호에 대해서만 알던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 배워야 하는 기분이었다. 그 동안 학생 때 나는 무엇을 배웠나 싶을 정도로 정말 무지했다. 1,000시간의 실습은 다 어디갔는지, 실습이 아닌 날엔 강의실에 틀어박혀서 공부했던 수많은 그 지식엔 왜 마취에 대해서는 없는지. 매일 메모하고 배우고 집에 가서 복습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다행히 부서 선생님들이 다 좋으셔서 나도 빨리 배워서 이 부서의 일원으로써, 한 명의 역할을 다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었다. 이렇게 몰라서 언제 한 명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과 노력은 조금씩 나를 환자 믿고 맡길 수 있는 한 명의 마취과 간호사로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