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너무 신기한 아이

3. 첫 만남

by 무원

왜 그렇게 남들보다 열심히 일하는지,

부모님이 용돈을 안 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건지.


그녀에게 그런 질문이 던져질 때마다,

그녀는 짧게 웃으며 담담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그 말들이 내겐 너무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가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미용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에 밀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3학년에 되어서야 직업반으로 미용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조차 부모님의 지원은 없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을 감당하고 있었다.


미용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뜻밖에도 단순했다.

안정적으로 오래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이유 때문이었다.


반대로 나는 하고 싶은 일 자체가 없었던 사람이다.

만약 꿈이 분명했다면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꿈도 뚜렷하지 않았고, 공부도 특별히 재미있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공부를 즐겨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참아가며 하는 것 아닌가.

어느 정도 형편이 괜찮은 집의 아들로 태어난 탓에 철이 없었고, 크게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에 내가 같은 상황이었다면 과연 저렇게 버티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까?’

그 질문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겐 상상하기 힘든 무게를 이미 짊어지고 있는 듯 보였다.

밥만 먹고 일어나려던 나는, 어느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뒤에 약속이 있다던 핑계는 금세 사라져 버렸다.

결국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몇 번 더 만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자연스럽게 연애로 이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처음 밥을 먹던 날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 내가 무심코 건넸던 한마디.

“괜찮냐?”


그 말이 그녀에겐 너무도 큰 울림이었다는 걸.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부모님조차 해주지 않았던 그 한마디, 그 따뜻한 눈길을

낯선 내가 건넸다는 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버렸다고.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그녀에게 궁금증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건넨 첫 질문이 그녀에겐 특별했다고 한다.

그저 호기심에서 시작된 말이었을 뿐인데,

그녀는 그것을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무심한 시선이 그녀에겐 새로운 감정의 문을 열어 주었다.


돌이켜 보면, 참 묘한 대비였다.


나는 가진 것이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그녀는 가진 것이 없었지만, 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부모의 지원 속에 느슨하게 살아왔고,

그녀는 부모의 무관심 속에 스스로를 단단히 세워야 했다.


그리고 그 대조적인 두 삶이,

한 끼 식사 자리에서 처음으로 맞닿았다.

무심한 질문이 특별한 울림이 되었고,

안쓰러움이라는 낯선 감정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다.


또 하나 고맙게 느꼈던 건, 내가 그녀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던 마음이었다고 했다.

사실 그 말은 내겐 조금 낯설었다.

그저 무심히 지나치기에는 뭔가 마음이 쓰였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에는 너무 외로워 보였을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녀는 그 마음 하나에도 오래도록 감사해했던 것이다.


자신이 짊어진 무게가 너무 커서, 누군가가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떠나도 이해할 수 있었을 거라고.

그리고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어주지 못한 채 살아왔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묘하게 먹먹해졌다.

그 무게를 온전히 짊어진 채 살아왔을 그녀의 시간을 잠시 상상해 보게 되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쉽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단단한 얼굴을 하고 살아가지만, 마음 한편에는 누군가에게만큼은 이해받고 싶고, 공감받고 싶다는 바람을 꼭꼭 숨겨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아무런 공통점도 없어 보였던 두 사람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작은 한마디와 한 끼의 식사로 인해

서로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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