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첫 만남
우연히 그 여자아이의 휴대폰 번호를 알게 되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 아마 정면돌파로 번호를 달라고 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번호를 알아내서 '만나야겠다', '밥먹자할까' 이런 뚜렷한 의도는 없었다.
다만 속으로만 곱씹던 궁금증을 조금은 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 반, 기대 반 정도였다.
집에 돌아와 휴대폰을 꺼내 카카오톡을 열었다.
번호를 입력하고 검색을 눌렀는데, 아무리 찾아도 프로필이 뜨지 않았다.
“이상하다…”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속으로 괜히 짜증이 나면서도, 궁금증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부로 이상한 번호를 준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문자를 보내봤다.
“너 카톡 안 해?”
잠시 뒤 돌아온 답장은 간단했다.
“네, 안 해요.”
단 세 글자 남짓한 짧은 답장이었는데, 그 속에는 묘하게 단단한 선이 느껴졌다.
다른 또래들과는 뭔가 확연히 다른 분위기.
그때는 지금처럼 ‘문자 무제한’ 요금제가 있던 시절이 아니었다.
한 달에 200통, 300통 정도만 제공되었고, 그 이상을 쓰면 건당 요금이 붙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자 대신에 카카오톡을 사용했다.
데이터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 아이는 굳이 문자를 한다고 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그 답답함에 속이 뒤집어진다.
뭔가 시대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고, 그만큼 알 수 없는 벽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했다.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애였는데, 막상 밥을 먹자고 연락해 보니
그건 또 흔쾌하게 좋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첫 밥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나는 식당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멀리서 교복을 입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순간 조금 놀랐다.
내가 막연히 그려왔던 ‘평범한 여고생’의 이미지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있었고, 또래 여학생들처럼 수다스럽거나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묘하게 단단하고, 어른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 조금 당황스러웠다.
일할 때도 남들과는 다른 기운이 느껴졌지만,
이렇게 마주 앉아 보니 그 낯선 분위기가 더 강하게 다가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그냥 밥만 먹고 헤어져야겠다. 더 깊게 알면 피곤해질지도 몰라.’
그런 마음을 다잡으며, 식당에 들어가기 전부터 핑계를 만들었다.
“뒤에 약속이 생겨서 밥만 먹고 가야 해.”
억지스럽게 꺼낸 말이었지만, 그녀는 의외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와 밥을 먹으며 나는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둘 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