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만남
지금부터 우리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려 한다.
우리는 연애만 10년, 결혼 생활은 이제 2년째다.
숫자로만 보면 제법 긴 세월 같지만, 돌아보면 늘 정신없이 흘러가 버렸다.
그 속에는 한바탕 웃고 끝난 소소한 일들도 있었고,
밤을 지새우며 서로 붙잡고 버텨야 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솔직하게, 우리가 걸어온 길을 있는 그대로 적어보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이야기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가장 특별한 시간들이니까.
20대 초반,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카락이 제대로 자라지도 않았던 시절.
군인 티를 벗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괜히 멋 부린다고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었다.
사진으로 보면 솔직히 좀 우스꽝스럽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세상 제일 멋진 줄 알았다.
그때 나는 세상 모든 것에 자신감과 허세가 뒤섞여 있던 시절이었다.
그 무렵 나는 친구와 해외여행을 가겠다며 돈을 모으고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해왔던 웨딩홀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했다.
웨딩홀 서빙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일이었지만, 막상 해보면 고된 일이었다.
식이 시작되면 정신없이 음식이 나왔고, 접시는 무겁고, 손님들은 제각각 요구가 많았다.
잠깐 방심했다가는 음식을 쏟아버리기도 했고, 서빙 도중에 미끄러질까 늘 긴장해야 했다.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보면 다리가 퉁퉁 붓고,
일이 끝나고 나면 온몸에 음식냄새가 배었고 음식을 들고 다니던 팔은 부들부들 떨렸다.
체력 좋은 20대 남자들도 ‘내일 또 나올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반면 여자 직원들은 주로 식권을 회수하거나 손님들을 자리로 안내했다.
내 눈에는 그 일이 훨씬 편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그 차이가 못마땅했다.
‘같은 시급 받으면서 남자들은 땀 뻘뻘 흘리며 무거운 거 들고,
여자애들은 안내만 하고? 이거 좀 억울한 거 아냐?’
아직 세상 물정도 잘 모르고, 공감 능력도 부족하던 어린 시절이라
괜히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평소에도 불평불만이 많던 성격이라,
여자 직원들과 마주칠 일도 별로 없는데도 괜히 틱틱거리며 다니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하게 눈에 확 들어오는 아이가 있었다.
첫인상부터 뭔가 달랐다.
그 아이는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밥을 먹는 시간에도 묵묵히 홀을 오가며 일만 하고 있었다.
다른 애들처럼 장난을 치거나 잡담을 하는 법이 없었다.
그저 묵묵히, 끝없이 움직였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쉴 수 있을 때 쉬어야지, 저게 뭐 하는 거지?’
손해 보기 싫어하던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눈길이 갔다.
며칠이 지나도, 몇 주가 지나도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답답함은 점점 궁금함으로 바뀌었다.
‘여기 지배인 딸인가?’
‘아니면 나보다 시급을 더 받는 건가?’
‘아니, 뭐가 됐든 저렇게까지 일하는 이유가 뭘까?’
내 안에서 수많은 물음표가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화할 기회가 찾아왔다.
손님이 빠져나간 뒤 정리하는 틈에, 나는 그 아이에게 툭 말을 걸었다.
“야, 너 왜 안 쉬어? 밥도 왜 안 먹어?”
그 아이는 잠시 날 쳐다보더니, 짧게 웃으며 말했다.
밥을 먹으면 속이 불편해서 오히려 일하기 힘들다는 거라고.
그래서 그냥 안 먹고 계속 일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그 후로도 그 아이는 변함없이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여전히 묵묵히 홀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모르게 그 아이를 눈으로 찾고, 지켜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