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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l 23. 2018

카페 아르바이트가 알려준 나의 리듬

임진아 <빵 고르듯 살고 싶다>를 읽다가

임진아 작가의 <빵 고르듯 살고 싶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멀쩡히 일을 하다가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곳에서의 행동들, 그러면서 느낀 생각들, 그리고 해야 하는 업무부터 손님을 대하는 태도까지 자세히 적혀 있는데, 그걸 보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한때 서비스업을 꿈꿨다. 고등학교 졸업 후부터 두 탕, 세 탕 알바를 뛸 정도로 '알바몬'이라는 별명을 지녔던 내가 주로 했던 일은 서빙이었다. 파스타집과 돈까스집, 카페 등. 많은 업종 중 파스타집은 2년 가까이를 했고 카페는 2년을 좀 넘게 했다. 두 일의 공통점은 단순한 아르바이트 수준이 아니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 일들에 더욱 흥미를 느꼈다.


나에게는 타고난 일복이 있다. 일을 만들어내는 재주와 일을 몰고 다니는 운이 모이면 그야말로 '일복'이 된다.

파스타집은 대학가 앞 캐주얼한 곳이었지만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레스토랑급'이었다. 사소하게는 전문용어를 익히는 것부터 시작해 스탠바이하는 법, 손님 응대, 일하는 방법 등 모두 새로운 것 천지였다. 내가 일복은 있는데 눈치는 없다는 문제 빼고는 흥미진진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하기까지 별다른 시련을 겪지 않았던 나는 알바를 처음 해보며 좌절을 겪어야 했다. 실수, 실수, 실수 그것도 똑같은 실수! 그러다가 그만두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그때의 충격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반면, 그 충격을 딛고 일어서게 된 순간의 충격 또한 여전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은근한 자존심이 있었던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하며(마치 운동선수처럼) 온통 일 생각만 했다. 결국 나중에는 나의 단골손님까지 만들고 나중에는 서빙에 주방보조까지 겸하며 가게의 인테리어나 식자재 등까지 신경 쓰는 정도까지 이르렀다. 사회에서 정해놓은 기준을 뛰어넘으라고 말하는 세상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뛰어넘은, 짜릿한 순간이었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일'에 대한 단상들을 배웠던 때가 그곳에서라면, 카페에서의 시간은 좀 더 다른 가치에 눈을 돌린 채 흘러갔다. 카페와 음식점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서비스한다는 줄기는 같지만, 손님과 마주하는 호흡부터 내가 취해야 할 태도 등은 사뭇 결이 달랐다. 카페에서는 음식점보다 심플하고 짧은 반복들이 이어진다. 매일 같은 음료를 시키는 손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서지도, 멀리 서 있지도 않은 정도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야 했다.


또 재료의 발주와 체크부터 음료의 맛부터 비주얼까지 모두 내가 책임져야 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전적으로 믿어줬던 사장님 덕분에 '이러면 맛이 더 좋을 것 같다' '이거는 여기에 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등 의견도 낼 수 있었다. 비록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혼자 가게를 돌봄으로써 오는 묘한 주인의식이 더 강해졌다. 내가 카페에서 일을 하며 느낀 건 '내 가게'라는 일종의 소유가 주는 쾌감이었다.


내가 카페에서 일하는 걸 더 좋아했던 이유는 '로망'같은 게 아니었다. 처음 해보는 알바가 아닌  덕분에 좀 더 능숙할 수 있었기 때문도 아니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좋아해서도 아니다. 음식점과 카페는 공간의 특성이 다르다. 손님과의 호흡이 머무르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의 조화가 달랐다. 영업 준비를 하고 음료를 만들고 손님과 마주하고, 오로지 내 것인 짧은 순간순간들이 좋았다. 손님과 잠깐의 교류를 통해 주문을 받고 적당히 혼자가 되어 메뉴를 만들고 또다시 잠깐의 대화를 나누는 그 리듬을 사랑했다. 그 일련의 과정에 중독이 됐다.


임진아 작가가 쓴 그 구절들은 내가 얼마나 사람들과 호흡하고 얼마나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내가 만들어내는 공간과 직장 사이에서 골몰하고 있는 나에게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알바몬' 생활을 끝내고 벌써 5년이 흘렀다. 그때와 달리 이제는 안정적인 수입과 현실을 더욱더 생각해야 하는 나이. 다시 한번 이 미소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본다.




/2018.7.14 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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