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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Aug 06. 2019

100%의 집순이는 아니라서요

2019/08/06


누군가 나에게 완전한 집순이냐 물으면 그렇다고 한 번에 대답할 수는 없지만, 그 비율을 따지자면 밖순이 20, 집순이 80 정도의 비율은 되는 것 같다. 모두가 출근한 시간 집안에 혼자 남아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 좋은 순간들도 있지만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간 집 안에서 한가로이 머물고 있는 순간은 묘한 쾌감을 안겨준다.


물론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면 종종 어디론가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합정의 자주 가던 카페를 갈까, 집 앞의 서점이라도 가서 책 좀 들추다 올까. 하지만 늘, 정말로 생각에만 그친다. 집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고, 내 취향의 음악을 조용하게 즐길 수 있고, 다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헤벌레 하고 누워 책을 봐도 되잖아. 그 편안함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머리 감는 것조차 귀찮아...


그러다가 가끔(아주 가끔이지만) 번뜩 새로운 것들이 하고 싶어 지는 시기, 즉 몸을 움직여 머리를 깨우고 싶은 순간이 온다. 늘 가던 동네가 아닌 다른 길을 가보고 싶다. 관심이 별로 없던 전시회도 가볼까 싶다. 해보지 않았던 취미생활을 배워볼까 싶기도 하다. 그럴 때면 익숙함을 이겨내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새로운 인풋이 필요한 시기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안락한, 허나 변화 없는 울타리 안에서 상당 기간 지낸다. 반면 감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그 울타리를 확장할 수 있다. 집순이의 일탈은 마치 내가 있을 곳의 평수를 넓히는 과정이랄까. 그 이상은 결코 벗어나지 않으니 내가 있는 곳의 규모라도 확장하자는 심보다.


요즘 그런 시기인지 자꾸만 일찍 기상해야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에 사로잡혀 있다. 오후 출근인 날에도 이른 아침 일어나 꼭 나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일을 간다. 오늘은 밀린 글들을 읽었다. 어제는 밀리의 서재 구독도 시작했다. 영상과 글. 늘 두 갈래의 콘텐츠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는 사실 별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그러다 보면 읽어야 할 글들이 점점 뒤로 밀리는데, 이렇게 한 날을 잡아 밀린 텍스트들을 양껏 흡수하곤 한다. 편한 게 좋으면서 또 안주하기는 싫은 나의 이중성이 불러온 폭식습관이다. 여기에서 찾아낸 장점은 정신이 깨어나게 만드는 것들을 한꺼번에 마주하다 보면 그 벅참의 힘 또한 거대해져서 새로운 것들을 추구하는 나를 단박에 끌어낸다는 것.


다이어리를 꺼내들어 가고 싶은 것들, 보고 싶은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봐야겠다. 이 게으른 집순이의 얄팍한 설렘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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