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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요 Aug 08. 2021

UX 컨설턴트의 랜덤하고 잘잘한 인사이트 모음

사용자 행동 관찰 편

00년대가 카톡 대신 페메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

"요즘 애들은 카톡 안 쓰고 페이스북 메신저 한다잖아!"는 "요즘 애들은 ~~ 한다더라" 시리즈 중 가장 신기했고 꼭 확인해보고 싶은 썰이었다. 카카오톡이 디폴트가 아닐 수 있다니! 회사에 00년대 인턴이 입사할 때마다 은근슬쩍 물어보고 다녔는데, 정말로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를 많이 사용한다고 했다. 더 놀라운 건 그 이유였다. 서로의 연락처를 굳이 묻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페북은 대부분의 친구들이 쓰기 때문에 관련 있는 친구들은 자동으로 추천되기도 하고, 이름만 검색해도 다 뜨니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생각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변화였다. 집전화는 진작 사라졌고, 배달도 콜택시도 앱으로 부르고, 하물며 당장 가려는 맛집이 열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인스타그램으로 하는 추세다. 전화번호는 더 이상 소통의 주요 매개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그들에게는 연락처를 저장해야 하는 카카오톡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

+) 요즘은 페이스북 대신 인스타그램 디엠(다이렉트 메시지)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냥 다들 페북보다 인스타를 더 자주 쓰기 때문.



까탈스러운 사용자도 한없이 둔감해질 때

금융앱 개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As-Is 서비스에 대한 사용성 테스트(UT)를 진행할 때 발견한 현상이다. 평소에 사용자가 얼마나 세세한 요소까지 불편하다고 캐치하는지 많이 봐왔기 때문에, 명백하게 불편한 금융앱은 얼마나 신랄한 평가를 받으려나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UT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용자는 전혀 불편함을 토로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본인인증과 번거로운 공인인증서 등록 절차를 신뢰를 주는 장치로 꼽았다. 대출 신청 플로우에서는 관련 용어들이 꽤나 불친절하고 설명이 부족한 상태였는데, "이건 보통 다 알 텐데 제가 잘 몰라서 그런다"며 네이버에서 용어 검색을 해가며 신청 절차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금융앱, 주식앱처럼 전문적이고 어렵게 보이는 앱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되려 둔감해질 수 있음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



회사 동료와 더치페이할 때는 토스, 친구들과 할 때는 카톡

회사 동료들과 더치페이할 때는 토스, 친구들과 할 때는 카톡 송금을 주로 사용한다. 이렇게 꽤나 오래 해오면서도 이제야 자각했는데, 너무 자연스러운 맥락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는 약속을 잡는 일부터 만남 후 사진을 공유하는 일까지 카톡으로 하기 때문에 대화 중 한 명이 "아 맞다, 너 나한테 얼마 보내면 돼!" 하면서 정산을 하고 송금을 하는 일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반면, 재직 중인 회사는 슬랙을 주요 소통 채널로 사용하기 때문에 팀원들과 카톡을 주고받을 일이 없다. 정산하는 시점 역시 까먹지 않고 바로 더치페이하는 것이 속 편하다고 생각해 식당을 나서자마자 하는 편이다. 전후 대화 없이 돈만 간편하게 쏠 수 있는 토스가 라이트하고 깔끔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인스타그램 계정은 부캐 같은 개념

아, 인스타 마이 프로필 더블 탭하면 계정 전환된다. 이거 나만 몰랐나? 바텀 메뉴를 더블 탭 한다는 접근 자체가 생소해서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시물을 더블탭하면 하트가 눌리는 것도 그렇고 스토리 촬영 때 때 더블탭하면 화면 전환이 되는 것을 보면 인스타그램은 더블탭을 애용하는 듯하다.) 여전히 좋은 인터랙션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계정을 여러 개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고 그들은 계정 전환을 빈번히 하며 병렬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인 팔로우용, 반려견 사진 게시용, 이벤트 댓글 다는 용, 인사이트 아카이빙하는 용도 등 목적 별로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이 많다. 피드의 콘텐츠가 상황 별로 다르길 기대하며, 노출되는 자신의 성격 역시 그에 맞게 컨트롤하고 싶어한다는 니즈를 확인할 수 있다.



'장보기'와 '쇼핑하기'의 차이

식료품부터 뷰티/패션 브랜드까지 다루는 통합 이커머스 앱의 사용 경험에 대해 인터뷰하다가 얻은 재미있는 인사이트다. 해당 앱에서 주로 구매하는 품목, 구매하는 상황, 구매하는 방식 등에 대해 듣다 보니 모든 사용자가 공통적으로 '장 보는 행위'와 '쇼핑하는 행위'를 명확히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에 따른 행동 패턴과 태도까지도 아주 상이했다. 

먼저 '장 본다'의 품목에는 휴지, 물, 찬거리, 양말 등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생필품이나 식료품이 주를 이루었다. 그들은 장보는 행위를 꼭 해야 하는 일, 의무에 가깝게 취급했다. 주로 쓰던 것을 재구매했고, 가격과 신속함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래서 자주 사는 것들은 장바구니에 항상 담겨있었고 거의 검색 기능만을 활용할 만큼 목적성이 뚜렷했다. 반면, '쇼핑한다'에 해당하는 품목은 의류, 향수, 신발, 액세서리 등이 있었다. 대부분이 쇼핑 과정을 설명할 때 사고 싶은 것을 위시리스트에 오래 담아두고 고민한다고 즐겁게 설명했다. 굳이 무언가를 살 필요성을 못 느껴도 좋아하는 브랜드를 탐색하거나 추천 피드를 거부감 없이 소비한다고 했다. 당연하겠지만 이 차이를 고려해 설계된 서비스가 사용자에 훨씬 밀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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