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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요 Sep 05. 2021

맥도날드의 스피디 시스템과 UX 디자인 시스템

영화 파운더 'The Founder'를 보고

주말을 맞아 <파운더>라는 영화를 봤다.

<파운더>는 맥도날드의 탄생 스토리를 담은 영화다. 평범한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는 맥도날드를 발견하고 미국 전역에 프랜차이즈화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스포는 안하겠지만 레이의 확장 방식은 불도저보다 더하다. 그래서인지 영화 리뷰를 보면 '최악의 인간상', '비양심적 끈기', '지독하다', '씁쓸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물론 동감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맥도날드에 처음 스피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레이의 손을 타 전국적으로 퍼지는 이 모든 과정을 보자니 잘 만들어진 디자인 시스템 같았다. 좋은 디자인 시스템은 아래를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맥도날드가 체계화되는 과정은 감탄을 부를 정도로 다 갖춘 듯 했다.


1. 일관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애초에 디자인 시스템이 생겨난 목적이기도 하다.

2. 사람들에게 '잘' 사용되어야 한다. 아무도 쓰지 않거나 제멋대로 쓰인다면 의미가 없다.

3. 변화해야 한다. 커지는 규모에 수반되는 다양성과 복잡성을 고려해 계속 디벨롭해야 한다.




시스템의 목적은 일관성과 효율성이다

맥도날드 형제는 기존의 드라이브 쓰루에서 불편함을 개선하고 고객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스피디 시스템을 고안했다. 극강의 효율성을 위해 30분이 걸리는 버거를 30초로 단축하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테니스 코트 바닥에 스케치를 그리고 팀원들과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모습은 lo-fi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사용성 검증을 하는 것과 흡사했다. 그 외에도 매번 일정량의 소스를 넣기 위해 맞춤형 컴포넌트를 개발하고 구성하는 일, 분업하고 모듈화하는 일 등 맥도날드 형제는 디자인 시스템의 파운데이션을 기발하게 다졌다.


테니스 코트에서 끊임없이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맥도날드 형제와 팀원들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게끔 한다

여기서부터는 레이가 역할이 크게 작용한다. 품질 관리, 맥도날드 형제가 프랜차이즈를 꿈꾸고 도전했지만 실패한 부분이기도 하다. 만들어진 시스템은 사람들에게 잘 쓰여야 한다. 시스템을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규모가 확장될수록 시스템을 마음대로 변형한다면 시스템의 본래의 기능인 일관성과 효율성 모두를 잃는다.

레이는 맥도날드의 사업 기회가 간절한 사람들을 타게팅하고 맥도날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파한다. 레이의 메시지에 설득된 점주들은 개업을 하고도 맥도날드의 시스템을 잘 따랐고, 품질관리는 물론 맥도날드의 브랜드를 강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에어비앤비에 디자인 시스템 팀이 처음 생겨났을 때 그들은 팀의 목적과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디자인 시스템이 왜 만들어진 건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전체적으로 이해 수준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시스템은 계속해서 업데이트된다 

따르라고 만드는 시스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하고 절대적인 시스템은 없다. 규모가 커질 수록 복잡해지고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를 대응하기 위해서 시스템은 끈임없이 맞춰가야 한다. 

레이에게 (인성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그가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밀크쉐이크를 파우더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변형하기도 한다. 맥도날드 형제는 물론 전부 반대한다. 모든 것을 고수하는 데 그치다 보니 그들끼리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레이를 만나고야 맥도날드는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단숨에 거듭난다.


+)

효율성은, 특히 패스트푸드를 떠올렸을 때, 장인정신과 거리가 아주 멀다고 느껴왔다. 맥도날드의 스피디 시스템도 순전히 효율만을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맥도날드 형제가 그려내는 맥도날드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완벽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다는 방향성 측면에서 효율성과 장인정신은 결이 공통될 수 있음을 느꼈다.




머리를 식힐 생각으로 본 영화건만 직업적으로 접근한 건 웃프지만, 내가 하는 일을 투영해서 보니 상황과 인물에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맥도날드 형제의 완벽주의와 레이의 광기 어린 투지가 오래 기억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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