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별리사 Feb 03. 2016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 그 이상이다.  

예전에 한 아마존 원주민 부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부족민들의 언어에는 숫자를 셀 때 5 이상의 숫자를 칭하는 말이 없기 때문에, 다섯 개 이상의 물건들을 셀 때면 여섯 번 째부터는 “많다”라고 표현하고 더 이상 세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죠. 이에 반해 이 부족민들에게는 녹색을 뜻하는 수십 개의 표현이 있다더랍니다.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미묘한 음영 차이의 다양한 “녹색”들을 모두 고유의 이름으로 부른다는 뜻이죠. 


우리 중 살면서 이 특정 아마존 부족민과 만나 대화를 나눠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저는 이 부족민들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언어가 그 언어권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부족민과 여러분이 정글 한 가운데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해봅시다. 무엇이 보이느냐는 제 질문에 대한 부족민과 여러분의 답은 꽤 다르지 않을까요? 부족민은 정글이 얼마나 다채로운 녹색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묘사하고 여러분들은 몇 개의 다양한 종류의 나무가 보이는지 묘사할지도 모르죠. 즉, 결과적으로 같은 곳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더라도 언어관에 따라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경험했다고 인식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이 특정 아마존 부족민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알려진 언어만 6천 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언어에 따라 모두가 미묘하게 다른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경의롭기까지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보이나요? 


이처럼 인간의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서 우리가 주변을 인식하는 패러다임이고, 우리 관점의 세상을  다시 언어를 사용해서 같은 언어권 사람들과 나누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비슷한 세계관을 가지게 되고, 같은 뿌리의 언어권 사람들이 비슷한 가치관과 문화를 공유하게 된 게 놀랍지 않습니다. 결국엔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문화권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음을 공유하는 것, 즉 색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게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매일 보고 느끼던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뿌리치기 힘든 매력이죠. 또, 현대 사회에서 멀티링구얼 (multi-lingual)들이  각광받아야 마땅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멀티링구얼의 강점은 두 개 이상의 언어로 본인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죠. 이는 유용한 능력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강력한 멀티링구얼만의 능력은 두 개 이상의 관점으로 사회적 현상과 사람들을 통찰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요. 우리 사회에 멀티링구얼들이 늘어나서 두 가지 이상의 관점으로 세상을, 또 무엇보다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멋진 능력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더 많은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다름”에 대한 수용이 더 잘 이뤄지는, 다양성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가 태어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다양성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걸로 첫 발자국을 떼는건 어떤가요?



그림 출처: 
edugeography.com 
www.futureofeducation.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