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_변리사 기수 동기 및 입사동기에 대해서
지난 편에서 변리사에게 포대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었죠.
모든 건은 포대로 시작하여 포대로 끝이 나거늘, 변리사 업무에 있어서 포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오늘은 변리사에게, 또는 어쩌면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뗄레야 뗄 수 없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동기입니다.
동기(同期): 함께 동, 기약할 기
함께 기약하다.
변리사에게는 두 종류의 동기가 있습니다. 변리사 기수 동기, 그리고 입사동기가 있죠.
변리사 기수 동기란, 같은 차수의 변리사 시험을 치루어서 합격한 동기들을 말합니다. 올해는 58회 변리사 시험 합격 발표가 났었죠. 해당 시험에서 합격하신 분들은 58기 변리사 기수 동기가 됩니다.
한편 입사동기란, 같은 사무소에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들을 말합니다. 변리사 기수 동기가 반드시 입사동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남은 학기를 다 다니고 졸업한 뒤에 사무소에 취직하기 때문에, 해당 연도에 합격한 다른 기수와 함께 입사를 할 수도 있죠.
매년 약 200명의 합격자가 있으니, 매 기수는 약 200명의 동기가 있는 셈입니다. 여타 다른 시험에 비해서는 합격자 수가 적은 편이지만, 그래도 200명 모두의 얼굴과 이름을 알기에는 규모가 아주 큰 편이더라구요. 그렇기도 하고, 또 취업을 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사무소에서 보내기 때문에, 같은 조직에서 같이 변리 업무를 시작하는 입사동기들과 많이 친해지게 됩니다.
저의 경우, 운이 좋게도 입사동기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하게 된 동기들도 많은 편이었습니다. 우당탕탕 변리사로서 서로의 모든 “첫 번째”들을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었죠. 첫 번째 출근, 첫 번째 실수, 첫 번째 야근, 첫 번째 월급, 첫 번째 회의, 첫 번째 특허결정, 기타 등등.
첫 출근 날에는 동기들과 1층에서 옹기종기 모여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우리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6시에 옹기종기 모여 토끼눈을 하고 총총 함께 퇴근했었죠. 그것도 잠시, 사무소에 적응해가면서 동기들은 점차 자신만의 사이클을 찾아갔습니다. 누군가는 아무도 출근해 있지 않은 고요한 아침에 커피 한잔을 내려서 차분히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는 통근시간을 피해 찬찬히 출근해서 해맑게 인사하고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일을 시작하기도 했었죠.
시간이 가면서 우리는 서로의 사이클에 익숙해져 가고, 발자국 소리와 그 소리가 나는 시간만 들어도 누구인지 간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찍 출근형” 동기의 발자국 소리가 9시가 한참 넘어도 들리지 않으면 “전날 늦게 잤나?”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천천 출근형” 동기가 아침 8시부터 자리에 앉아있으면 “아유 급한 건이 있나부네”하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함께 출근하고 함께 퇴근하던 동기들이, 각자 슈퍼 수습변리사가 되어갈 1년차 말쯤에는 점점 따로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같은 사무소에서 같은 분야의 기술을 다루는 동료이지만, 업무 특성상 변리사 한 명이 한 건을 담당하기 때문에, 점점 각자도생을 하게 되었죠. 건마다 발명이 다를 뿐만 아니라, 마감일도 다르고, 해외 대리인도 다르고, OA 거절이유도 다르고, 출원인의 요구사항도 다르고, 심사관도 다르고 – 각자도생,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조용한 고군분투입니다.
그래서 일하면서 기쁠 때도 슬플 때도 힘들 때도 뿌듯할 때도 오롯이 혼자이지만, 각자 자신의 건의 바다에서 통통배를 타고 항해하다가, 다른 통통배를 타고 가는 동기와 “퉁”하고 잠깐 부딪히기도 하고, 서로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응원하고 밀어주기도 하면서, 1년 차의 해가 저물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