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관한 특허는 왜 받기가 어려울까
안녕하세요? 고별리사입니다.
앞선 편에서는 음식 특허의 두 가지 종류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식품이라는 기술 분야가 가지는 특징과, 그런 특징 때문에 나타나는 특허 취득의 어려움을 살펴보겠습니다.
식품에 관한 특허는 왜 유독 받기가 어려울까요? 문제는 바로 특허 제도의 속성과, 식품이라는 분야 고유의 속성이 다소 상충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허 제도는, 발명을 한 자에게 일정 기간 동안 해당 기술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큰 권한을 줍니다. 대신에 그 대가로, 해당 기술을 대중에게 공개하도록 합니다. 기술을 공개하여 다른 기술자가 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회 전반의 기술발전을 촉진하고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처럼 특허권자에게는 공개를 대가로 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큰 어드밴티지가 주어지기 때문에, 어떠한 발명(이 경우에는 음식 또는 레시피)이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그 조건이라 함은, 1) 발명이 기존에 알려져 있던 배경기술에 비해서 새로우면서도(신규성), 동시에 2) 기존에 알려져 있던 기술을 기초로 하여 쉽게 발명할 수 없어야 한다는 점(진보성)을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다시 식품으로 돌아와 봅시다.
여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음식 또는 레시피가 진정으로 신규하면서도 진보하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상에 이미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았던 재료로 만든 완전히 새로운 음식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음식이란, 먼저 섭취 가능한 식재료로 만들어져야 하고, 영양분도 있어야 하며, 또 섭취할 때 후각적/미각적으로 만족감도 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음식을 고안해내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대체 감미료나 곤충을 이용한 대체 식료품 등 새로운 식품 소재가 개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서, 설탕이 높은 칼로리를 갖고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굴지의 식품 대기업을 필두로 알룰로스와 같은 대체 감미료 시장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일본의 한 저가 항공사인 집에어(Zipair)가 분쇄 귀뚜라미를 이용한 기내식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는 등,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영양분이 풍부하고 환경 친화적인 식품 신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식품 발명에 관해서 신규성 또는 진보성을 인정받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즉, 대체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첨가하여 제조한 어떠한 새로운 식품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설탕을 첨가하여 만든 동일한 식품을 기초로 하여 진보성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또 곤충을 이용한 대체 식료품 같은 경우에도,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번데기를 간식으로 먹곤 했다는 점 등의 생활 습관을 고려하면 진보성을 쉽사리 인정하기란 어렵습니다.
정리하자면 특허 제도란, 특허권자에게 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큰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발명이 신규성과 진보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식품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이 세상에 이미 존재하고 있지 않은 완전히 새롭고도 진보한 발명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식품에 관한 특허를 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아무리 맛있고 몇 대를 내려온 비법 레시피라고 하더라도 특허를 받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식품에 관한 특허를 받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결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식품에 관한 특허를 취득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