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점심은 뭘 싸갈까?
필자의 회사는 Martin Place라는 기차역 바로 앞에 있다.
Martin Place는 서울의 여의도나 광화문같은 곳인데, 금융계 또는 법조계 회사가 다수 밀집되어 있는 시드니의 대표적인 CBD (Central Business District)이다.
여의도와 광화문에 각종 직장인 맛집이 모여있듯, 여기에도 많은 맛집이 있다.
그렇지만 필자의 경험상 한국과 시드니의 점심시간 문화가 꽤 다른것 같다.
한국에서 n년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필자가 경험한 점심시간은 이렇다.
정해진 시간에 다같이 나간다. 오늘은 어디서 점심을 먹을지 정한다. 식사를 다 하고 카페에 들른다. 테이크아웃 아아를 들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잠깐 다같이 앉아있다가 점심시간을 꽉 채운 뒤 자리로 돌아온다. 보통 한시간에서 한시간 반이 소요된다. 배가 든든하다.
시드니에서의 직장 점심시간은 사뭇 다르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점심을 싸온다. 점심을 싸온다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수 있지만, 대부분 그냥 전날 저녁에 먹다 남은 left over를 들고온다. 볶음밥, 파스타, 스프 등등. 아니면 그냥 풀(?)을 지퍼락(ziploc)에 들고와서 먹는 동료도 있다(샐러드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간단하게 휘리릭 싸온 풀데기(?)에 가깝다). 아니면 회사에 구비되어 있는 과일을 한두개 먹는 동료도 있다.
필자의 회사에는 넓은 식사 구역과 조리를 할 수 있는 부엌이 있는데, 12시쯤이 되면 하나둘 자리를 비우고 여기로 식사를 하러 간다. 다같이 나가지는 않는다. 물론 옆자리에 앉은 친한 동료에겐 간단히 말할수도 있다. "나 이제 슬슬 점심먹으러 가려구" 이정도.
점심에 든든한 국밥이나 자장면 등을 먹으며 배부르게 배를 채우는 한국과 달리,
여기의 점심시간은 훨씬 간단하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국에서는 점심시간이 모든 직장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의 경험상 시드니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점심을 대부분 간단하게 싸오기 때문에,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메뉴를 먹지도 않는다. 대부분 30분 안에 해결을 한다. 다 먹고 커피 한잔하면서 동료와 산책을 하는 경우도 잘 없다.
물론 친한 동료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는 하지만, 내가 다 먹었고 할 일이 있다면 같이 먹는 동료가 점심을 다 안먹었어도 "I'm going back to work now"라며 일어난다. 조금 시간이 흐르면, 늦게 점심을 먹는 다른 동료가 내 옆에 앉는다. "hey, can I join?" 그리고 내가 다 먹으면 내가 일어나고, 또 다른 동료가 오고. 이런식이다.
필자의 경험상, 점심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서 외식을 하지 않는 이상, 한시간을 넘긴적이 잘 없다.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드니에서의 점심시간은 필자의 경험상 훨씬 더 가볍다. 식사 자체도 가볍고 "다같이" 먹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편할때 먹고 들어갈 수 있다. 오후 업무 흐름이 덜 끊긴다. 빨리 점심먹고 업무를 끝내고 빠르게 퇴근하기에 좋다. 또 다른 장점은, 외식 물가가 비싼 시드니에서 점심을 싸서 다니면 식비를 꽤 많이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서울에서처럼 점심에 든든한 순대국밥을 먹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상, 점심에 그렇게 든든하게 먹고 들어오면 오후에 업무에 집중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배도 부르고 등도 따시고... 퇴근하기 딱 좋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오후 업무의 효율이 떨어진다. 점심 먹는데 시간을 조금 덜 쓴다면, 퇴근을 조금 더 일찍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내일 점심엔 뭘 싸갈까, 고민이 되는 시드니 일요일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