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번아웃러가 전하는 비법
번아웃(burnout)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포부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혹시 지금 번아웃이 왔나요? 그렇다면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저는 늘 잠깐의 불빛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요. 잠깐 동안, 준비했던 일들이 끝나고 성과가 반짝이고 나면 늘 번아웃이 찾아오곤 해요. 어떤 일의 마무리를 하는 시점이었을지, 혹은 일의 중간이었을 지 모르겠지만 번아웃을 만난 당신에게 프로 번아웃러가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적어봅니다.
번아웃이 온 이유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에요.
적당히 하는 법을 알 법도 한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던 건지 저도 알 수가 없어요. 왜 밤낮없이 그렇게 내 열정을 다 불태웠는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목표가 그렇게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당신이 하나 알아두어야 할 게 있어요. 당신은 최선을 다 한 거예요. 내게 주어진 일을 잘하고 싶었을 거고, 그러다 보니 나를 쏟아부었겠죠. 나를 돌볼 시간도 없이 최선을 다 한 거예요.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주어진 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던 거예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힘들 리도 없었을 거예요. 최선을 다했다는 건 늘 멋있어요. 그러니, 최선을 다 한 나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요. "나 멋있었어" 하고 생각해 주세요. 이미 쏟은 시간을 후회할 필요는 없어요.
번아웃을 만나면, 인정해주세요.
우리는 언제든 번아웃을 만날 수 있어요. 나도 모르게 최선을 다 하게 되니까. 겪었어도 또 겪을 수 있고, 나도 모르게 올 수 있는 게 번아웃이에요. 프로번아웃러가 된 저는 이제 번아웃이 오면 친구들에게 말해요.
"나 번아웃 왔어" 하고요. 일부러 널리 널리 알려요. 나 지금 힘들어. 나 지금 되게 지쳤어. 나 요즘 되게 무기력해. 이런 말들을 하면서 내 상태를 객관화할 수 있어요. 아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말하면서 더 명확해지기도 해요. 인정하지 않으면 무기력함을 넘어갈 수 없는데, 인정하고 나면 되게 쉬워져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줄 알고 있으니까요.
번아웃을 벗어나는 것, 아주 작은 변화 하나면 돼요.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은 마음을 저도 잘 알아요. 번아웃이 와버리면 아주 작은 일조차 하기 싫어지잖아요. 자꾸만 더 자고 싶고, 나가고 싶지 않고, 음식을 해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 하고, 배달 음식만 먹게 되고...
저는 어느 날 씻으려고 하는데 수건이 없더라고요. 우리 집에 수건이 그렇게 많은데 빨래를 안 해서 수건도 없고, 입을 속옷도 없을 때, 깨달았어요. "내가 지금 되게 심각한 상태구나" 하고요.
저는 번아웃을 만나면 아주 작은 것들로 루틴을 만들어요.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정리하기. 바닥 청소를 하루에 한 번씩 하기. 빨래 매일 하기 등 아주 작은 습관인데 내가 몸을 움직여야 하는 습관을 만드는 거예요. 놀랍게도 우리 몸은 규칙적으로 움직여주면 바로 알아채거든요. 몸의 무기력을 없애야 정신이 맑아질 수 있어요.
그다음엔 운동을 이 루틴에 슬쩍 끼워 넣어요. 땀을 흘릴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운동이 될 수 있어요. 집 앞을 걷는 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일이라든지. 매일 아주 작은 목표를 넣어두고 달성하는 거예요. 하루 20분 걷기, 5층 오르기 이런 작은 목표들로 빠르게 뿌듯함을 채우고, 또 일상을 편하게 만들 수 있어요.
다시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삶을 다른 것들로 가득 채워주세요.
번아웃을 만나 본 당신에게 일은 분명히 삶의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였을 거예요. 그런데요. 세상에는 생각보다 일 말고도 재밌는 것들이 많아요. 내 삶에서 꼭 일이 아니어도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해요. 사실, 이미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그럴 때는 한 걸음 뒤에서 내 삶에서 일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지 한 번 돌아봐주세요. 그리고 다른 것들의 비율을 다시 조금씩 늘려주세요. 만성적인 번아웃에서 조금씩 삶이 다채로워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