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Sep 01. 2021

어른도 칭찬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들은 칭찬은 무엇인가요?

30대가 넘어가면 인생에 처음 해보는 일들이 줄어들고 만다. 나이를 먹을 수록 시간이 빨리가는 이유가 새로운 일이 없이 늘 반복되는 일상을 살기 때문이라는 것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하게 되는 30대의 중반에 접어들었다. 확실히 새로운 것은 없다. 커리어에도 인생에도 늘 일어났던 일들이 일어난다. 짬이 차고 요령이 생긴 나를 뒤흔들만한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을 쓰거나 시간을 써야 한다.


최근에 돈도 시간도 들여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2주차가 되었는데, 모든 게 새롭다. 처음 무언가를 배워가는 느낌을 다시 느낀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내 실력도 더디게 는다. (2주 만에 더디게 는다고 하는 표현 자체가 참 웃기다.)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동작을 한 번에 해야한다. 손목 회전도 잘 시켜야 하고, 공이 오는 타이밍도 맞춰야 하고, 몸도 잘 맞춰야 하고, 계속 뛰어다닐 체력도 있어야 한다. 공 하나를 치는 데 이렇게 많은 스킬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모든 걸 한 번에 해내지 못하는 내 몸이다. 머리로는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들어도, 몸은 따라가지 못한다. 자꾸만 다리가, 팔이, 손목이 내 마음과는 다르게 움직인다.


“왜 이렇게 몸이 맘대로 안 움직일까요? 너무 답답해요”

“잘 하고 있어요 그래도.”


테니스가 잘 안쳐지더라며…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가 말했다.


“솔직히 직장인은 운동하러 간 것만으로 칭찬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맞다. 출근하고 퇴근하기 바쁜 내가 돈과 시간을 들여 테니스장에 가 있는 것만으로 칭찬 받을만 했다. 잘 하는 것 따위는 필요 없다.


어렸을 때 우리는 몸을 뒤집고, 두 발로 걷고, 한 단어를 말하는 것만으로 칭찬을 들었는데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칭찬을 든는 법이 없다. 잘 했다. 잘 하고 있다. 이 만하면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이가 없다. 돈을 내고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배우러 가면 그 때서야 누군가가 해준다. 운동을 배우러 가는 건지, 돈 내고 칭찬을 들으러 가는 건지 모르겠다. 이 쯤되면 심리치료인가 싶을 만큼.


어른들에게도 칭찬은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은 어릴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아서 작은 칭찬에도 기뻐질 수 있다.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늘 새롭고 짜릿하다. 오늘 하루 출근하고 일하느라 고생했다고. 늘 잘하고 있고 너는 뭘 하든 잘 해낼 것이라고. 매일매일을 이렇게 기특하게 살아내고 있다고. 어른들도 그런 말들이 필요하다.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게 절대로 당연한 게 아니란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도 운동하고, 출근하고, 잘 챙겨먹고, 행복하게 하루를 보낸 나에게 칭찬을 보낸다. 누구라도 말해 줄 사람이 없다면 내가 먼저 나를 칭찬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가장 최근 들은 칭찬은 무엇인가요?

오늘 나를 칭찬해 줄 말은 무엇이 있나요?

자기 전에 나를 한 번씩 칭찬해 주기로 해요 우리.




작가의 이전글 꿈이 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