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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Dec 16. 2020

꿈이 뭐야?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말

“그래서 니 꿈은 뭐야?”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들은 게 언제였더라?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회사 대표가 연봉협상 때 물어본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나에게 크면 뭐가 되고 싶냐, 꿈은 무엇이냐 물었는데, 어른이 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나라는 사람을 회사에 어떻게 쓸 지 궁리하는 사람 뿐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슬펐다.



쉽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 꿈은 뭘까. 그래서 나는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니 꿈은 뭔데?”

“나는 내년쯤 일을 그만두고 세계일주를 하려고. 그게 내가 꿈꾸던 일이야.”


유독 그 아이의 대답 속 모든 단어들이 아주 단단하고, 동시에 대단해보였다. 저렇게 흔들림 없이 꿈이란 것을 말해본 적이 있었나? 그랬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무언가가 아주 강렬하게 되고 싶었다. 내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주던 꿈이 있었다.


그치만 삶은 나를 다른 길로 데려다 놓았다. 다른 길에 들어서고 나서, 나는 꿈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 길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았는데 들어선 다른 길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그 길이 아니었어도 매일매일이 치열했고, 즐거웠다. 새로운 목표를 찾지 않아도 내 앞에는 당연한 듯이 놓여있던 목표들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물어본 꿈은 나한테 없었다.




“그게 니 버킷 리스트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응 어딘가에 정착하기 전에 해보고 싶어.”

“나는 뭐가 되고싶다는 걸 요즘은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 아이는 가만히 듣고 있었다. 


“늘 목표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목표가 아니라 다른 걸 했는데 그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 그래서 그냥 내 앞에 주어지는 것들을 해왔어. 갑자기 네가 물어보니까 나 할말이 없네? 나 꿈이 없는 사람인가봐. 너는 지금 하는 게 언제부터 하고 싶었어?”

“난 12살때부터. 이 길 말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어. 그리고 그냥 된거야.”


부럽다 못해 짜증이 났다. 요즘 내 인생에는 물음표보다는 마침표나 느낌표가 더 많은 느낌이었는데, 갑자기 인생에 많은 물음표가 주어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표도 아니고 느낌표로 가득한 사람처럼 보였다. 거대한 느낌표가 내 앞에서 말하고 있었다. 왜 그런 꿈이 생겼는지, 그 꿈이 현실이 된 지금 잘 맞는지, 고민은 없는지 나는 또 다시 그에게 질문을 돌렸고, 그는 나의 모든 질문에 너무도 명쾌하게 대답했다. 그 날, 너무도 아름답게 지던 석양과 끝도없이 이어지던 도로, 그리고 커다란 느낌표 앞에서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도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덕분에 나는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 떄 즐거운지 생각하게 되었다. 새롭게 꿈을 꾸고, 목표도 만들고, 그 꿈을 이루는 계획을 하고,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와 이야기를 나눈 친구들이 모두,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좋다고 응원을 할 정도로, 다시 반짝반짝, 해졌다.


그래서 그 꿈을 이뤘냐고? 사실 그 꿈은 코로나와 함께 다시 멀어졌다. 그치만 나는 이 말을 생각하며 내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새로운 꿈을 꾸며 앞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사실 중요한 건, "내가 원래 가졌던 꿈을 이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걸 계속해서 물어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걸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라는 걸.


"꿈이 뭐냐"는 아주 작은 말 한 마디가 이렇게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 사람은 참 가볍게 던진 말이었을텐데,그 말은 아주 큰 파장이 되었다. 그 대화에서 그가 꿈을 물어보지 않았다면,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면, 그 꿈이 세계일주 같이 멋있는 게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다른 길에 있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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