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Vibes Only
뉴욕을 여행하던 중 The Vessel이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허드슨 강 근처의 조형물이자 전망대인데, 그곳에서 보는 석양이 그렇게 예쁘다고 했다. 일부러 함께 간 친구와 석양 시간을 맞추어 예약을 하고, 그 날만을 기다렸다. 유독 해지는 걸 보기 좋아하는 나에게 그곳에 가는 건 너무도 설레는 일이었다.
하필 그 날은 비가 왔고, 참 흐렸다. 사실 뉴욕은 내가 도착한 날을 제외하고는 늘 흐렸고, 어두웠다. 겨울의 뉴욕은 늘 그렇듯 나에게 맑은 날씨를 선물해주지 않았다. 그 날은 비까지 왔다. 왜 하필 그 날 비가 왔는지 유독 흐린 하늘을 보며 속상했다. Vessel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본 풍경은 생각보다 더 아름다웠고, 그해서 흐린 날씨가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래도 여행은 이렇게 아쉬움을 남겨야 다음에 또 오게 되는 거라며, 친구와 위로를 하고, 잔뜩 기념사진도 찍고 내려왔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그 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날이 맑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충분히 멋있었다"라고 적어 위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리고 한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뒤가 흐려서 앞이 더 또렷!"
내가 보지 못했던 모습을 친구는 본 것이다. 날이 흐려서 어둡다고만 생각했는데 친구는 덕분에 또렷하게 보인 건물에 관심을 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렇게 한 장의 사진을 두고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구나. "진짜 그렇다"라고 답한 나에게 친구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라고 댓글을 또 달아줬다.
어쩌면 인생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우리에게 그저 상황을 주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라고. 흐린 날씨로 보지 못한 석양을 마음에 남길 것인지, 덕분에 또렷하게 나에게 남은 건물을 볼 것인지는 나에게 달렸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기분은 달라질 것이다. 아쉬움이 될 수도 있고, 기쁨이 될 수도 있다.
삶에서의 모든 순간을 기쁘게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마냥 긍정적으로 바라보기엔 어려운 순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비가 오기도 하고, 구름이 끼기도 하고, 춥기도 한 날들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버거운 순간에도 얻을 것과 배울 것을 잘 찾아내는 것이 우리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태도가 삶을 만든다고 했다. 삶이 주는 어떤 상황이든 한 가지 의미만을 가지지 않으니, 그중 가장 좋은 것만 골라 보고, 생각하며 내 삶을 꾸려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