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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Sep 13. 2020

나의 시간대에 산다는 것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니까

나는 24살부터 일을 했다. 겨울 방학 한 달짜리 인턴으로 시작했던 일이 너무 재밌어서 계속 휴학을 했고, 결국 그 일은 나의 첫 직업이자 직장을 결정했다.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직장을 구했지만, 내가 들어간 회사는 스타트업이었다. 그것도 이제 막 시작한. 일이 재밌어서 시작한 회사는 이름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입시로 한 번에 서울에 있는 괜찮은 대학에 진학했고, 삶에서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에 비해서 늦어진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는데, 나는 이때부터 나를 친구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에 갔고, 고시에 붙었다. 부모님은 왜 그런 곳에 있냐며 뭐라고 했고, 친구들도 이제 다른 직장 찾아도 되지 않느냐며 묻기 시작했다. 그때 내 연봉은 친구들의 연봉의 1/2 혹은 1/3 쯤 되었을 거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아무리 월급이 올라도 내가 내 친구들만큼 성공할 수는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래서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건가? 여러 번 생각했고 또 내가 인생에서 많이 뒤처지는 기분을 받았다. 누구는 얼마를 모았다더라. 누구는 얼마의 보너스를 받았다더라. 하는 말들을 들었다. 


시간이 자나니 친구들이 결혼을 하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이 되자 너 나할 것 없이, 짧게 만났든 오래 만났든 인생에서의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는 친구들이 생겼다. 나는 가보지 않은 길들을 친구들이 가기 시작했다. 불안하고 초조했다. 나는 이때까지 모아둔 돈도 없었다. 그리고 그즈음, 오래 만난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때쯤의 내 인생에는 일만 있었다. 매일매일 나를 괴롭히며 일했다. 생활도 없고 생각할 시간도 없고, 친구도 온통 일하며 만난 친구뿐이었다. 내 인생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보다 내가 한 일들이 반짝반짝 빛나기를 더 바랐다. 


그리고 1년쯤 지났을까. 회사가 많은 투자를 받고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초창기 멤버로 조인한 나도 비슷한 시기에 승진을 했다. 몇 년 전의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연봉을 받기 시작했고, 그래도 얼추 친구들과 비슷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친구들도 네가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고 이야기했다.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갑자기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앞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쯤 한 글을 읽었다. 외국의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글이라고 했는데, 가장 마지막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You're very much on time, and in your time zone.



너는 너의 시간 안에서 아주 정시에 맞춰 살고 있다는 말. 몸소 이런 일을 겪어서인지 더 깊게 이 말이 와 닿았다. 나는 가끔은 다른 사람에 비해 느렸지만, 어떤 때는 다른 사람에 비해 빨랐다. 그런데 내가 비교하고 있었던 건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었지, 나의 시간이 아니었다. 내 인생의 시간은 오로지 나만을 위해 굴러가는데, 굳이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내 마음은 조금 더 편해졌다. 여전히 나는 소위 말하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인데 결혼은 하지 않았고, 남들보다 아주 늦게 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집도 차도 없고, 모아둔 돈도 얼마 없다. 누가 보면 그 나이 먹어서 철이 없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열심히 놀고, 또 열심히 즐기고 있다. 사회생활이 벌써 9년 차가 되었는데 아직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연봉은 따라가지 못했다. 누가 보기에 쟤는 왜 저리 늦어, 혹은 쟤는 언제 철들려고 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내 시간 안에서 잘 살고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으면 내 인생은 꽤 그럴듯하다. 꼬박꼬박 괜찮은 월급을 주는 회사에 다니고, 내 통장 잔고는 조금씩 통통해지고 있고,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공간이 생겼고,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낸다. 조금 늦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순간은 또 내가 갑자기 빨라질 수도 있는 게 인생이라는 걸, 그래서 절대 지금 이 순간만 두고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걸 나는 알게 됐다. 


그러니 초조해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고, 내가 택한 인생의 방향이 맞다면 속도에 연연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야지. 하고 오늘도 생각하며 그때의 글을 모두 남겨본다. 



New York is 3 hours ahead of California,

but that doesn't make California slow.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르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쳐진 것은 아닙니다. 


Someone graduated at the age of 22,

but waited 5 years before securing a good job.

누군가는 22살에 졸업했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Someone became a CEO at 25, but died at 50.

While another became a CEO at 50, and lived to 90 years.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되었지만, 50세에 죽었습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은 50세에 CEO가 되었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Someone is still single, while someone else got married.

Obama retired at 55, and Trump started at 70.

어떤 사람은 아직 싱글이지만, 어떤 사람은 결혼을 했습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했지만,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습니다.


Everyone in this world works based on their timezone.

People around you might seem to be ahead of you, and some might seem to be behind  you.

But everyone is running their own race, in their own time.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대 안에서 살아갑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는 당신보다 뒤져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를,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하고 있을 뿐입니다. 


Do not Envy them, and do not mock them.

They are in their timezone, and you are in yours.

Life is about waiting for the right moment to act.

다른 사람을 질투하지도, 따라 하지도 마세요.

그들은 자신의 시간대에 있을 뿐이고, 당신도 당신의 시간대에 있는 것뿐입니다.

인생은 내가 무언가를 하기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So, relax.

You're not late.

You're not early.

You are very much on time.

그러니 긴장을 풀어요.

당신은 늦지 않았어요.

그 당신은 빠르지도 않아요.

당신은 자신의 시간에 맞춰 잘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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